몽어 - 소원을 들어주는 물고기 파랑새 사과문고 97
김성범 지음, 이오 그림 / 파랑새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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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밥 먹을 때도 조용합니다. 어항 속에 있는 네 마리 물고기 같습니다. 그래도 물고기처럼 전혀 소리가 나지 않는 건 아닙니다. 숟가락이 밥그릇에 부딪히는 소리도 나고, 할아버지 밥 먹는 소리도 '쩝쩝' 납니다.아버지가 가끔 헛기침하는 '흐흠' 소리도 나고요. (-13-)


생각해 봅니다. 천 번은 자랑을 했으니, 안 영감 할아버지가 정말로 몽어를 만나서 소원을 이룬 것일지도 모릅니다. 우리 할아버지도 물고기를 빨리 만들어 놔야 할 것 같았습니다.
"할아버지, 나도 물고기를 만들 거예요."
"그래?" 
나는 할아버지를 따라서 나무 물고기를 깎아봅니다. 하지만 물고기를 깎는 건 어렵습니다.(-47-)


"호곡아, 호곡아!"
아버지가 다급하게 불러 봐도, 부르고 또 불러 봐도 대답이 없습니다.
"호곡아, 호곡아, 아이 호곡아!"
(-94-)


살다 보면 좋은 일 슬픈일이 중첩되는 경우가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룰 때 느끼는 것은 좋은 일이다. 반면 내 가까운 가족이 내 곁에 없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어린 나래 앞에 놓여진 적막감, 가족들은 밥먹는 그 순간에도 말을 아끼고 조용히 있곤 하였다. 스스로 슬픈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나래의 남동생 파랑의 죽음, 그 죽음을 은유적으로 나타내고 있었던 물수제비 뜨기, 나래가 공들여서 어설픈 물수제비를 뜨고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슬픔은 침전하고, 죽음은 심해로 빠져들게 된다. 몽어 할아버지를 만나게 된 나래는 몽어 할아버지를 통해 결심하게 된다. 몽어 할아버지처럼 나무 물고기를 만들기로 결심하게 된다. 몽어가 자신의 소원을 들어줄 거라는 강력한 믿음, 나래가 몽어 할아버지처럼 나무를 꺾게 된 것은 그래서다. 간절히 무언가 원하면, 그 뜻을 하느님께서 들어줄 거라는 강함 믿음이 나래의 마음을 움직였고, 나래는 몽어를 기다리면서 물고기를 깎는 건 그래서다. 


이 책에서, 나래의 마음을 느껴 보았고, 이해와 공감의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나래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과 몽어 할아버지 앞에 놓여진 현실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어항 속에 숨을 참고 얼굴을 들이미는 나래는 반드시 나의 소원을 들어주는 몽어를 찾을 기세다. 그러나 그건 온전히 나래의 마음 속에 있을 뿐, 현실은 그것과 동떨어져 있다. 이 동화집에서 소원, 꿈이 무얼까 생각하게 된다. 내 앞에 놓여진 나래같은 처지에 있는 누군가를 보았다면, 그 꿈은 이뤄지지 않아라고 하면서, 현실을 보라고 말할 것인가,아니면, 꿈은 이뤄질 거라고 말하면서 위로할 것인가,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가 고민에 빠지게 된다.누군가는 살게 되고, 누군가는 죽음을 마주하는 삶을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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