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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인용 식탁 - 빈속을 채우 듯 글로 서로를 달래는 곳
유부현.고경현.고지은 지음 / 지금이책 / 2021년 11월
평점 :
70대 초반의 그녀는 '보조작가'입니다.
40대 중반의 그는 '브런치 작가'고요,
40대 초반의 저는 '라디오 방송 작가'입니다.
우리는 한 가족입니다.'온가족 작가되기 프로젝트'는 우연히 던진 작은 돌멩이 하나에서 시작됐습니다. (-9-)
그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족들과 한 달간 떨어져 있게 됐다. 아버지의 고향은 산 좋고 물 좋은 경상북도 청도다. 청도읍에서 1시간 반 가량 논길, 산실을 털털거리며 가로질러 가다 보면 작은 절 하나가 나온다. (-42-)
글을 쓴다는 게 뭘까? 당연히 그동안은 글을 쓰지 않아서 잘 몰랐다. 그런데 요즘은 낯선 내 모습을 보는 것만큼이나 낯선 감정들과 마주하곤 한다. 이런 걸 소녀 감성이라고 해야 하나? 중년 남성들은 감정 표현을 잘 안 하는 편인데, 글을 쓰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내 안의 감성이란 것이 폭발할 때가 있다.(-87-)
요즘 글을 쓴다고 오래 앉아있는 경현이를 보면서는 예전 어릴 적 모습이 얼핏 보이기도 한단다. 고등하교를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어쩜 그렇게 착하고 순수했을까.담임 선생님이 이대로만 하면 연고대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라고 호언장담을 하셨지만 잦은 전학이 힘들었던 걸까. 원하는 대학을 가지 못하고 집 사정까지 어려웢면서 이후로 네가 고생만 하는 것 같구나. 항상 엄마 앞에서 함께 버텨주느라 힘들었지? 고마웠다. 아들아.... (-136-)
그래도 나이가 한 살씩 들어갈 수록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사는 친구들을 보면 좋아보이고 꼭 결혼은 아니더라도 곁에 누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한번씩 든다. 완벽한 자녀펴이 있다는 안정감이 좋아 보인다. 술자리에서 치구들이 자녀와 영상통화를 하면서 "애들 엄마가 빨리 들어오라고 앧즐한테 시킨거야" 라고 투덜거리면 내심 부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어쩔수 없는 것 같다. (-189-)
삶에 대해서, 인생에 대해서 꼽씹어 보게 된다. 어릴 적 부터 강조햐왔던 가화만사성,이 단어가 왜 실천하기가 어려운걸까 , 생각하게 되고, 꼽씹어 보게 된다. 내 삶에 대한 비판적 의식이 나를 가두게 되고, 나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하지 않게 된다. 스스로 갇혀 지내는 삶이 냐 삶의 한 켠으로 채워지게 되고, 서서히 외로움과 고독을 꼽씹게 되는 이유다. 지난날을 되돌아 보고, 나에 대해서 이해하고 ,내 가족에 대해 앍아간다는 것은 특별한 곳에 있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한 권의 책에서 그동안 내가 놓치고 있었던 것들을 깨우치게 되는 순간이다.
이 책의 제목은 <삼인용 식탁>이다. 표지를 보면 원탁 식탁이 아닌 네모난 식탁에 의자 세개이다. 즉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의자 하나가 비어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저자는 세사람, 그리고 가상의 한 사람이 더 있었다. 일흔이 된 어머니, 마흔이 넘은 두 남매, 아버지의 부재가 세사람이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 우연적인 사건이다. 즉 서로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솔직하게, 담담하게 언급하면서, 서로에 대한 죄책감,미안함, 서운함을 덜어낼 수 있게 되었다. 내 안의 감정의 찌꺼기를 완전히 털어내기보다 이 책에 나오는 것처럼 일부분만 떼어낼 수 있다면, 크게 부딫치는 일은 덜어낼 수 있다. 즉 우리가 강조하는 인성교육, 가화만사성이 별다른 게 아니었다. 가족간의 소통, 그리고 서로 이해하고 공감해 주고,배려하는 것, 가족간에 모르고 있었던 것들을 진솔하게 글로 채워진다는 것이 큰 의미이다. 서운한 거슬 글로 써서 덜어내고, 부러운 것을 글로 써로 비워낸다. 즉 내 가족이 알고 있는 삶의 경험들,그 경험들 속에 채워지고 있는 사랑에 대해서, 그 사랑이 온전하길 바라는 삼인용 식탁은 우리 삶의 글쓰기 숲으로 떠난 한 가정의 일상으로 채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