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분이 일인분에게 푸른사상 시선 51
김은정 지음 / 푸른사상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정체성

수상하다는 건 얼마나 매력적인가?

미지수와 변수를 모두 지닌 정체
궁금증과 불안을 동시에 떠안기는 정체
건드려보고 싶지만 어딘가 꺼림칙한 정체는
그 주변을 빙글빙글 돌도록 발길을 붙든다

등불이면 등불, 자전거면 자전거,
이렇게 누가 봐도 그것인 경우는 지나치게 안심 
싱겁지 않은가?

적이 될지 편이 될지 머무를지 떠나갈지
자기를 들키지 않겠다는 확고한 불투명은
얼마나 상대방을 풍부하게 하는지

경우의 수는 부지기수,
구경하고 탐구하고 탐색하고 경계하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단속하는 방위 태세는
얼마나 상대방을 철통 같게 하는가.

기를 쓰고 지키려고 하는 것이 있는가?
정체불명의 정체는 총력을 곤두세워 정찰하게 하는가?
삽시간에 알 수 있는 것조차도 바로 알 수 없게 하나니,

누군가는 눈이 멀었다.
그러나 그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21-)


우리는


우리는 
서로의 장례를 치러주기 위해 만났습니다.
그리고 만납니다.

인생이란 
순간순간의 가능성을 벽돌로 빚어
총이나 능 또는 묘 같은 무덤을 만드는 일

우리는 서로의 무덤 앞에
묘비를 세워주기 위해 만났습니다.
그리고 만납니다.
내가 당신의 무덤 앞에 서 있어도
당신이 나의 무덤 앞에 서 있어도
서로가 묘비일수 있는 그런 일을 위해
공부해 왔습니다.
그리고 공부합니다.

나는 당신의 묘비
당신은 나의 묘비
우리는 서로의 묘비가 되기 위해
반듯한 자세를 관리해야 합니다.

산 너머 태산 가는 거지요. (-53-)


완사역

간이역은 관계를 잠시 쉬어가게 하는 누각

그러니 나는 당신을 기다림이 마땅합니다.
기다림이야말로 끝없는 접속이니까.

잘 잊을 줄 아는 것이 평화의 길이라지만
나는 잊지 않는 능력으로 행복한 사람

살아온 칸 칸 ,량량
집중하고 몰두하며 굳건히 안고 있다가
점은 협궤 터널 통과한 후 청천 같은 당신을 얻었을 때
그때의 완사역이 내 애착의 이력 안으로 들어와
추억의 모서리에 참전해 있습니다

휴식이야마로
가만히 당신 쪽으로 또 한 번 접안하게 하는 힘을 만드는
비밀 가득한 대궐

그저 사랑하면 되리라 싶은 내 사랑이여,
여기 와서 당신께 못다 준 내 안타까운 가슴속 비단 달빛이 씻습니다. (-75-)

일인분이 일인분에게

나는 일인분에 애착이 있네.

일인분의 태,일인분의 생
일인분의 숨, 일인분의 결

일인분,일인분,일인분, 그 온전한 자립이
황금 비율 적립을 만드는 장엄 풍광의 메아리,
나는 그런 일인분에 애착이 있네.

내가 그대에게 일인분을 내어놓는 건
나의 모두를 내어 놓는 것

죽을 지경, 거기서 나는 탄생하는가.
생명의 생명을 지니고 화창하게 번창하는 일인분
삶의 매혹 속에서 밀착해가는 일인분! (-86-)


책 -=죽은 자와의 인맥

책들은 배필.
장기이식을 해주느 배필

발레리를 펼치면 발레리가 배필
파인만을 펼치면 파인만이 배필

무한 가치를 지닌 값비싼 영혼
그들은 두뇌를 주고 가슴을 주고
손을 주고 발을 주고 심장과 신장, 허파까지 주지만
우리는 서로 헤어지는 일도 없이 여전히 사랑으로 온전하다.

인생은 인맥으로 이루어졌으나
죽은 자와의 인맥 없이 어찌 살아 있는 자들과 접속하랴.

그들은 글은 그들의 몸,그들이 내게 남긴 연애편지.
서재에 들면 나는 연애 본능으로 그들과 함께한다.

그들이 찍은 점 하나까지
나를 통해 귀하게 환생하도록. (-115-)

모처럼 도서관에서 시집을 펼쳐들게 된다. 여느때와 다르게 소설이나 인문학 책등에 눈이 갔던 것과 다른 느낌과 감정이 샘솟는다. 시집이 있는 그 코너에서, 우연히 보게 된 하나의 시집, 온전한 제목이 이끌려서 선택한 시집이다. 시인에게 일인분이란? 나에게 일인분의 가치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며, 시집속에 일인분에 집착하는 시인의 마음을 호수 속에 투영시켜 보았다. 우리는 딱 누구나 일인분으로 살아가고 있다. 단지 착각하는 건 자신이 이인분 이상의 몫을 할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이다.여기서 일인분이란 온전히 내 몫을 다 하겠다는 의지미여, 자신이 일인분으로서 제몫을 다하고 있는지 되물어 보고 있었다. 스스로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고, 일인분으로서 역할을 다한다면 생의 마지막 끝자락을 멸할언정 불행하지 않을 것이다. 일인분으로 살아가야내 삶의 만족도도 올라간다.


생에 대해서, 죽음에 대해서, 묘지라는 단어에 투영하고 있다. 인간에게 필요한 가치란 겸손이 먼저 우선한다. 태어나는 것도 온전히 내가 하는 것이 아니다. 죽음 또한 마찬가지다. 누군가의 손을 빌려야 하는 순간이 태어낫서, 그리고 죽음 이후에 찾아오게 된다. 즉 나의 삶의 일부분은 누군가의 손에 의지하게 된다.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이 처리하는 야생 동물의 삶과 인간의 삶이 다른 이유는 여기에 있다. 누군가의 손을 빌릴 수 밖에 없는 삶이라면, 교만하지 말것이며, 오만함에서 벗어날 것이며, 감사함과 겸손을 챙겨야 한다는 의미였다. 겉으로는 누군가의 죽음에 묵념하며, 정작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지 않고 살아가는지 한 번 사유할 수 있게 되었으며, 내 삶을 한 번 더 되돌아 볼 수 있는 삶의 따스한 성찰을 한 편의 시에 녹여내고 있었다.주어진 삶이 있다면, 죽음이 반드시 뒤따르기 때문에,항상 타인을 존중하면서, 말을 아끼고, 위선과 모순에서 ,자신을 자유롭게 해야 하는 그 당위성을 시인은 강조하고 있었다.그 안에서 내 삶을 반추하게 되었으며, 시를 읽을 때와 사뭇 다른 필사의 기본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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