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절망할 권리가 없다 - 김누리 교수의 한국 사회 탐험기
김누리 지음 / 해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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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시대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쉬이 판단이 서지 않을 때가 많다. 과거의 동지들이 가장 험한 적이 되어 낯을 붉히고 뿔뿔이 흩어진다. 정체성의 뿌리였던 젊은 날이 통째로 부정당하는 고통을 날마다 겪는다. 악과의 싸움은 외려 쉬웠다. 용기만 있으면 충분하니까.모순과의 싸움이 어려운 것이다. 그것은 냉철한 지성을 요구한다. (-5-)


세계가 이처럼 '1,000만 촛불'을 경이의 눈으로 바라보았지만,정작 이 '촛불 혁명'에 가장 놀란 이는 바로 우리 자신이다. 우리 안에 이런 엄청난 선의와 용기, 우애와 연대의 정신이 숨어 있었다는 것에 서로 경탄하고, 숨 막히는 경쟁과 극단적인 불평등, 약육강식과 승자독식이 지배하는 이 정극 같은 사회에서 이런 고귀한 품성을 지닌 사람들이 이렇게도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서로 경외감을 느끼고 있다.우리는 매일 우리 자신을 새로이 발견하고 있다.혁명의 두 달간 광장이 우리에게 준 최고의 선물은 우리의 노력으로 이 '동물의 왕국' 같은 세상을 '사람 사는 세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46-)

10대들이 적극적인 정치 참여를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은 안나 뤼어만이다. 10세 때 생테계 파괴의 실상을 보고 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안나는 12세에 그린피스 회원이 되었고, 14세에 녹색당에 입당했다.17세엔 헤센주 녹색당 청년 대변인이 되었고, 18세에 마침내 연방의회에 진출했다.독일 최초의 고등학생 국회의원이 탄생한 것이다. (-123-)


'취업이 인문학에 우선한다'는 기상천외한 발언은 고용노동부 장관이나 전경련 회장의 입에서라면 몰라도 ,교육부 장관의 입에서 나올 말이 아니다. 교육에 대한 철학과 비전을 가진 교육부의 수장이라면 오히려 학문과 지성의 이름으로 그런 말을 하는 자의 무지와 단견을 꾸짖어야 마땅하다. (-176-)


국내 언론은 정치적 성향과 무관하게 한목소리로 이번 선거에 대해 '보수의 참패, 진보의 압승'이라고 보도했다.잘못된 평가다. 이번 선거의 본질은 수구(자유한국당) 에 대한 보수(더불어민주당)의 승리, 좀 점잖게 평하더라도, 수구보수에 대한 합리적 보수의 승리일 뿐이다. 도대체 세계 어느 나라에 이렇게 반지성적이고,반민족적이며,반민주적이고,반사회적인 '보수'가 존재하며, 대체 어디서 '진보'가 승리했단 말인가? 정치 언어의 무능이 도를 넘었다.이번 선거가 확인해 준 것은 보수의 몰락이 아니라, 냉전에 기생해 온 수구의 역사적 수명이 다했다는 사실이다. (-237-)



2012년 노벨평화상이 유럽연합에 주어진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만,그 상의 '숨은'수상자가 독일과 프랑스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2012~2013년은'독일-프랑스의 해'였다. 50년 전인 1962년에 독일과 프랑스의 화해 시도가 본격화되었고, 마침내 1963년 1월 223일 파리의 엘리제궁에서 독불협정, 즉 '엘리제 조약'이 체결된 것을 기념하는 의미였다. 2012년에 노벨 평화상이 유럽연합에 수여된 것은 기실 독일과 프랑스의 화해가 유럽의 평화를 가져온 유럽연합을 탄생시켰음을 국제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301-)


2021년 대한민국은 혼돈의 사회, 거짓된 사회를 보여주고 있다. 중앙대 독문학과 김누리 교수의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를 읽었고, 이 책을 접하게 된다. 저자는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측면과 긍정적인 측면을 동시에 들여다 보고 있다. 그리고,용서와 화해의 메시지가 우리 사회를 건강하고,평화로 이끌어 나간다는 걸 강조한다. 김누리 교수 하면 먼저 68혁명이라는 메타포가 생각난다.전세계 광풍이 불었던 68 혁명이 대한민국에서 사그러진 원인은 베트남 전쟁에 한국 파병 때문이다. 1968년 전세계에 불었던 역사적 변곡점에서, 우리는 경제적이익을 위해 미국의 목적에 동조하였고, 그 과정에서 대한민국은 왜곡된 극단적인 사회를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즉 민주적인 촛불정신이 있으면서, 절대적인 반민주적인행태가 공존하는 대한민국은 다른 나라와 형태가 다른 정치가 나타나고 있으며, 남북분단이라는 특이한 역사적 상황이 대한민국 사회의 토대가 되고 있다. 즉 이 책에는 대한민국 사회 내부의 절망적인 요소를 꺼내고 있으며,그 절망의 가치를 희망의 가치로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의 늪으로 향한다.숟가락을 떠다주는 보편적인 우리의 모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변화의 물결에 동참하여야 하는 과정, 오답투성이인 대한민국 사회가 지향해야 하는 정답은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고 있으며,정치적,문화적 연관성을 고찰해 나가고 있었다. 우리는 촛불정신,민주화운동이라는 다른 나라에 보이지 않는 강점이 있음에도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촛불 정신으로 수구 정권에서 보수정권으로 전환하였지만, 2021년 지금 현재 , 수구보수보다 못한 민주적 보수가 드러나고 있다.극단적인 갈등과 분열이 다시 나타나고 있는 그 원인의 밑바닥을 들여다보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려면, 어떤 행동양식,문화양식이 필요한지, 김누리 교수 특유의 소신과 신념이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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