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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를 보는 식물학자 - 식물의 사계에 새겨진 살인의 마지막 순간
마크 스펜서 지음, 김성훈 옮김 / 더퀘스트 / 2021년 10월
평점 :
시체가 있으면 식물이 거기에 반응한다. 주변 식물은 시체를 완전히 둘러싸기 때문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해줄 중요한 단서를 품은 타임캡슐이 될 수 있다. (-24-)
어머니 말로는 기어 다니기 시작해서도 나는 순둥이 주에 순둥이였다고 한다. 그저 루핀, 참제비고깔, 붓꽃, 장미 등이 가득한 할머닌에 꽃밭 앞 잔디에 데려다 놓기만 하면 몇 시간이고 앉아서 물끄러미 꽃을 구경했다고 한다. 어머니는 그 모습을 보고 걱정을 해야 했는지도 모른다. 기억이 나지 않지만 만 세살 정도였을때, 나는 이웃에 살던 사랑스러운 엘시 아주머니에게 큰 고통을 안겼다. (-69-)
블랙베리덤불이 점진적으로 자신의 영역을 감싼다는 것이 법의식물학자인 나에게는 가치가 큰 사실이다. 일단 시신이 자리를 잡으면 식물과 동물은 거기에 반응하며 그 존재를 수용한다. 예컨데 시신이 한번 블랙베리덤불에 두러쌑이면, 머지않아 완전히 덤불로 뒤덮여 발견될 날만 기다리게 될 것이다. 내 역할은 이러한 식물의 구조에 담긴 결정적인 신호를 이용해서 시신이 그 자리에 얼마나 있었는지 추정하는 것이다. (-90-)
나는 시체유기의 결정적인 흔적을 찾아 배수로를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별다른 묘책은 없었다. 소피와 중간에 서로 만나 어떻게 진행할지 고민해봤다. 배수로가 아주 넓으니 10미터 단위로 구간을 나눠 조사하기로 했다. 우리는 줄자로 구간을 표시하고 임시 지도를 그렸다. (-131-)
모든 종류의 쐐기풀은 질소 성분이 풍부한 환경을 선호하기 때문에 비둘기 똥이나 토사물이 넘치는 곳을 좋아한다. 동물의 시체에서 나오는 이런 악취는 질소 성분이 대단히 풍부하다. 나는 런던에서 식물을 채집하며 보냈던 시간 때문에 야생식물을 아주 다른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나중에 범죄 현장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 정말 큰 도움이 됐다. (-187-)
건조한 서식지에 사는 식물들의 엽모는 이파리 표면 위 공기의 흐름을 늦추어 수분 상실을 줄이고 습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크기가 작은 경우가 많지만 각각 박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이파리 표면에 닿는 곳이나 햇빛의 양을 줄여 온도를 낮추기 위해서다. 고도가 높은 곳이나 햇빛이 강한 환경에서는 엽모가 이파리를 자외선에서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214-)
온갖 특이한 서식지에 사는 특성 덕분에 균류는 범죄과학에서 아주 유용하다.하지만 큰 장애물이 하나 가로막고 있다. 인간은 식물이나 동무에 비해 균류에 관해서는 여전히 아는 것이 거의 없다. 균류의 대다수는 현미경으로 간신히 볼 수 있을 정도로 작고,이들의 번식 구조물인 포자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다. 분명 균류 포자의 다양성과 발생에 관한 이해를 넓히면 법의환경학 도구상자에 도구가 하나 더 늘어날 것이다. (-244-)
이 책을 읽으면서, 대구에서 실종되었던 개구리 소년이 생각났다. 1991년 3월 26일 김종식, 김영규, 우철원, 조호연, 박찬인 실종 사건은 11년이 지나 2002년 9월 26일 와룡산 중턱에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었고, 언론은 그 소식을 특종으로 다룬 바 있다. 그 당시 도로와 가까운 지점에 시신이 있었고,수색을 했음에도 발견하지 못했던 이유를 문제 재기한 바 있었고,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부분들을 이 책을 통해서 추정해 볼 수 있다.
정황상,그들이 실종된 장소는 야산이고, 식물로 둘러싸여 있는 산중턱이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 식물에 의해서, 실종된 아이들은 부패되었고, 쓸려갔을 거능성이 크다고 말할 수 있다. 생명은 죽은이를 먹이로 삼는다는 대전제가 감춰져 있다. 뼈만 온전히 남은 상태에서 ,아이들의 시신을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희박했다고 말할 수 있으며, 식물 생테계가 주변환경을 어떻게 바꿔 놓는지 안다면,그에 따라서 다른 처방을 내릴 수 있다. 우리는 이 책에서 법의식물학자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추정할 수 있고,저자의 논리에 따라서, 식물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전재하에서 시신의 단서와 증거를 찾아내고 있었다. 식물의 삶과 죽음 언저리에서 자연적인 것과 인위적인 것을 구별할 수 있다면, 범죄의 원인과 증세를 꼼꼼하게 짚어나갈 수 있고,그 결과물을 도출해 나갈 수 있는 개연성이 존재한다. 인간의 심리와 각각의 식물의 생존 본능, 그리고 시간적 흐름에 따라서,시신의 부패 정도를 체크해 나가면서, 인간의 행동 언저리에 감춰진 행동 패턴을 읽을 수 있으며, 하나하나 와벽하게 검증해 나간다면, 초기에 그 범죄의 원인과 결과를 도출해나갈 수 있고,인간의 시신은 야생동물의 멋잇감이 되는 것 뿐만 아니라 식물의 먹잇감으로서 충족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며, 자연사로 인해 묘지로 묻힌다 하더라도, 마찬가지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