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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스타그램
이갑수 지음 / 시월이일 / 2021년 10월
평점 :




-모든 삶은 그 자체로 모순된 거야.
홍이 말했다. 그 말은 헤겔의 뇌리에 인상 깊게 남았다.홍은 헤겔에게 한비자에 나오는 모순의 일화를 들려주었다.무엇이든 뚫을 수 있는 창과 무엇으로도 뚫을 수 없는 방패를 팔던 초나라 사람의 이야기였다. (-9-)
삼촌이 구해다 준 합기도 입문은 여러 번의 중역을 거친 중역본이다. 원작을 프랑스에서 먼저 번역했고, 불어 번역본을 영국에서 가져가 다시 번역했다.그리고 그게 미국에서 출간되었다가 1998년에 한글로 번역되었다. 지금은 없어진 출판사의 인문학 특집 시리즈의 네 번째 궈인데, 무슨 기금을 받아서 딱 150부만 인쇄했다. 이 책은 중고 책 거래사이트에서 오백만원에 거래된다. 상태가 좋으면 천 만원까지도 받을 수 있다. (-39-)
나는 세상 슬픔을 다 안고 있는 것 같은 표정을 한 사람을 한 명 알고 있다.우리 아빠다. 아빠는 자살전문가였다. 어떤 죽음은 자살이라는 형태를 취해야만 남아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 원래 자살 전문가의 임무는 표적을 죽이고 자살로 위장하는 것이다. 아빠는 역사상 가장 뜅처난 자살전문가였다. 자살로 위장하는 것이 아니라, 표적이 진짜로 자살하게 만들었다. (-46-)
미네르바는 사고사 전문가다. 죽이고 사고로 위장하는 경우도 있고, 부러 사고를 내서 죽이는 경우도 있다.물어보면 어차피 결론은 죽음이니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고 대답하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진짜 사고가 나서 죽는 쪽을 더 선호하는 것 같다. (-72-)
그의 죽음으로 아직 살아 있는 채무자드과 아르바이트생들의 처우는 조금 더 나아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겠지만, 잠깐의 휴식 정도는 주어졌다. 누군가 죽어야만 쉴 수 있는 세상에는 어쩔 수 없이 킬러가 필요하다. (-121-)
킬러는 직장인보다 더 자주 건강검진을 받는다.건강해야 더 오래 더 많은 사람을 죽일수 있으니까. 이번 분기의 전강검진 결과, 어마가 입원했다. 가슴에 멍울이 잡혀서 조직검사를 했더니, 종양이라고 했다. 유방암이었다.
엄마는 이번 기회에 쉬고 싶다며 누나 말고는 아무도 병원에 못오게 했다. 엄마가 하던 일은 남은 식구들에게 분배되었다. (-147-)
우리는 조를 나눠 세 곳을 동시 타격했다. 옹심이와 마더가 한 조, 미네르바와 꼬마가 한 조, 삼촌과 내가 한 조였다.다영은 숙소에서 전체의 지휘와 연계를 맡았다.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힘을 합치면 이슬람 무장 세력의 기지 하나를 전멸시키는데 20부도 걸리지 않는다. 협력 방식은 간단했다. (-180-)
-물갈이가 아니라, 판을 통째로 갈아야 합니다.
선생의 의뢰는 국회의원 300명을 죽여 달라는 것이었다.
독과 폭탄은 둘 다 다수의 사람을 죽이는 데 유용한 무기다.
꼬마와 옹심이는 어떤 방식이 좋을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날짜는 임시국회가 열리는 일주일 후로 정해졌다. 국회의사당에는 스물 네 개의 기두이 있다. 24절기 내내 국민을 생각하고 일하라는 의미다. (-196-)
소설 <#킬러스타그램>은 대대로 킬러로 살아온 한 집안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소설은 실제 킬러가 어떻게 사람을 죽이는지 그 하나 하나 짚어나가고 있었으며, 의뢰인과 킬러가 존재하고 있다. 독을 써서 사람을 죽이고, 자살을 위장해 사람을 죽이고, 때로는 사고사를 가장하여, 누군가를 죽이는 것,그것이 킬러가 전문직업군이 되는 과정 속에 있었으며,주인공 소년은 삼촌에게서 배운 합기도를 활용하여, 킬러로서 기본적인 조건과 상황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소설 <#킬러스타그램>은 우리의 상식을 뒤집는다. 어떤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지금 우리의 상상 너머의 또다른 세상이다. 그러나 그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들이 일어날 때, 인간의 본성적인 민낯을 끄집어내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었다. 어떻게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는지가 주안점이 아닌, 왜 그 사람을 죽이고 싶은가,죽인 후에는 상황이 어덯게 바뀌는지에 주안점을 두고, 소설의 구도를 잡아가고 있었다.
죽음, 킬러가 필요한 당위성,그것은 우리 사회의 건강해지기 위한 당면과제가 될 수 있다. 소설 속 의뢰인들의 여러가지 킬러 고용 의뢰 요건을 보면, 무의식적으로 네가 누군가를 반드시 죽이고 싶다는 의지가 반영되고 있다. 먼저 나는 어떤 요구조건을 들이밀 것인가 고민하게 된다. 내 가족 중 누군가 치매에 걸리거나 불치병에 걸려 있다면, 킬러를 고용하여, 불치병, 만성질환에서 벗어날 수 없는 환자의 목숨을 앗아가려 할 것 있다. 소위 어렵게 우회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키러가 있다면 손쉽게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누이좋고, 매부 좋은 상황이 연출된다. 킬러가 존재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강조하고 있는 합리성과 경제적인 효용가치에 있다. 사고사를 위장하고, 자살,독을 활용하여 사람을 끊어버린다는 것을 몸으로 느낄 때,우리의 생각과 가치관은 달라질 수 있다.때로는 가족 중 누군가 문제가 잇을 때, 자신의 할당량을 가족 하나하나에게 분배할 수 있다. 이 소설의 마지막에 국회의원이 등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러하다. 사회의 가장 큰 권력층 국회의원은 투표에 선출되고, 대의 정치를 행하고 있다. 그들은 뽑히기 전에는 법이 허용하는 범주 안에서 모든 것을 해줄 것처럼 국민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하지만, 뽑히고 난 뒤에는 뒤는 뚝인 경우가 많다. 만약 이 소설에서 실제 킬처가 국회의원 주변에 서성거린다면, 그들은 함부러 말하지 않을 것이며, 함부러 자신이가진 권력을 모두 사용하지 않을 개연성이 크다. 그들이 나쁜 일을 저지를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길은 법으로 처벌하거나 적합한 상황에 따라서 탄핵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킬러 한사람만 있으면, 쉽고, 편리하고, 말끔하게 해결할 수 있다.작가는 이 쉬운 깋을 냅두고 왜 돌고 돌아서 우회하는지에 대해서 논하고 있었다. 이 소설의 마지막에는 작가의 묙구가 담겨져 있다고 볼 수 있다.일하지 않은 국회의원들 하나하나 바꿀 수 없다면, 입법기관인 모든 국회의원들을 킬러를 동원하더라도, 그 목적을 달성하려고 할 것이다. 그 과정 속에서 사회의 혼란은 불가피하지만, 그로 인해 스스로 사회적 자정하는 노력은 있을 수 있다. 바로 작가는 그 부분을 지적하고 싶어하였다.누군가 할 수 있다면, 반드시 하고 싶은 그 마음이 투영되고 있으며, 킬러가 적제적소에 쓰여진다면, 지금 우리 사회는 지금보다 더 좋은 사회가 될 것이라는 것이 반영되어 있는 풍자적 소설이면서,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소설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