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같이 살고 싶다
김미경 지음, 배성기 그림 / 열림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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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같이 살고 싶다

훅 떨어지면
다시 일어나지 못함을
모르는 것처럼
살고 싶다.

꽃 같이 살고 싶다.

한 번쯤은 눈이 부셔
광채가 하늘을 덮어
눈 멀고 귀 멀고
그렇게 살고 싶다.

꽃 같이 살고 싶다.

선홍색 피로 물들어
어느 날 갑자기 
땅에 널브러져도

누구에겐 위로가 되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꽃 같이 살고 싶다

지나간 자리에
꽃말이 영원히 회자되어
내 귀에 들려오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22-)


다 타버린 연탄

까만 정장의 청년이
백발의 노인이 되다

후회는 없다

불같은 사랑을 한 번은 하지 않았나?
살이 타들어가는 그런 사랑 말이다.

재가 되어 내가 없어지는 
그런 사랑 말이다. (-33-)


떠나다

한 명이 떠나다

또 한 명이 떠나다

이제 내가 떠날 차례다. (-94-)


바다 3

아프면 오라고 한다.
슬프면 오라고 한다
보고 싶으면 오라고 한다.
떠나고 싶으면 오라고 한다.
안기고 싶으면 오라고 한다.

자기가 엄마인줄 안다. (-81-)


산다는 건

천천히 걷는 것

무대 위의 조명을
아쉬워하지 않는 것

늙어가는 눈빛을 
아름다워 하는 것

슬펐던 눈물 한 동이
바다에 떠나보내는 것

함께 걷던 그 길을
다시 걸어보는 것. (-117-)


보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보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새악만 하면 눈물이 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비가 오면 함께 걷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보지 못해도 계속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147-)


삶을 꽃에 비유하고 있다. 꽃은 현재를 살아간다. 과거도 모르고, 미래도 모르는 선홍빛 꽃은 자연의 이치에 따라 살아가고, 생과 멸을 거쳐간다. 최고의 아름다운 그 순간을 넘어가고 , 과거를 잊어 버린 채 생을 지나 멸을 향해 나아간다. 내일 죽는다 하더라도, 어제를 걱정하지 않으면, 내일을 생각하지 않은 꽃은 고민도 , 걱정도, 근심도 없이 현재를 살아가게 된다.


시인은 연탄을 인간과 비유하였고,은유적으로 생성해 내고 있었다. 까만 연탄이 불에 그을려, 누군가 따뜻하게 하는 온돌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치열하게 자신을 태우고, 그 다음은 자신의 삶을 마무리 짓게 된다. 까만 그 모습이 그 빛깔을 지워버리고, 하얀 모습으로 변해가는 것이다. 그리고 연탄은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얀탄 쓰레기처럼 버리어지게 된다. 그리고 회수된다. 인간의 삶도 그럴진데, 인간과 연탄의 차이는 자신이 버려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나약한 존재라는 것이다.


인간은 언젠가는 죽는다. 죽음은 끝으로 치닿게 되고, 죽음은 내 삶을 버리게 된다. 누군가 내 앞에 죽음을 맞이하면, 내 삶을 하루 하루 앞당겨지는 것이다. 아무리 거부하고 싶어도,거부할 수 없는 자연의 순리와 순환에 대해서, 인간만이 그 이치에 탈피하고, 영원한 삶을 살아갈 거라고 착각하면서 지내게 된다. 


삶,죽음, 그리움이다. 시인은 인간은 반드시 죽게 되니, 겸손할 것을 주문하고 있었다. 겸손은 용서가 되고, 용서는 위로와 겸손이 되어지는 것이다. 살아가고, 살아지는 그 마음 언저리에는 내 삶을 온전히 보존하고, 살아갈 것을 주문하고 있었다. 시 속에 사랑과 그리움, 집착이 겹쳐진다. 그리움이 있으면, 바다로 갈 것을, 바다에 모든 감정과 생각을 토해 놓고 나면, 나는 위로와 치유를 얻게 된다. 그리고 살아진다. 삶에 대해 집착하지 말 것을 , 인간에게 너무 당연한 것이 결코 당연하지 않다는 걸, 그 하나하나 깨닫게 되는 한 권의 시집 속에 내 삶의 순리를 꼽씹어 보게 되었다. 그리고 살아가면서, 내 삶에 대해 너그러워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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