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의사와 미친 이웃들
니나 리케 지음, 장윤경 옮김 / 팩토리나인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0002-1.jpg



눈앞에 그녀를 그려본다. 한때 나의 이웃이자 술친구로 저택에 홀로 앉아 있는 그녀를. 또한 거기 그랜다의 연립주택에 혼자 앉아 있는 악셀을.그러다 문득 장면 하나가 떠오른다. 우리가 있는 주방으로 악셀이 들어올 때마다, 그로가 매번 의자를 고쳐 앉던 모습이, 아마 그녀는 의식하지 못했을 것이다,의식했더면 감추었을 테니까. (-19-)


정말 반가워. 엘린! 너에게 이렇게 소식을 듣게 되다니 너무 기쁘다. 나는 여전히 프레드릭스타에 살아. 하지만 오슬로에도 자주 머물러. 언제 만나서 커피 한잔하고 싶은데, 네가 시간과 마음이 있다면 말이야, 어때? 옛 추억에 잠겨서. (-65-)


어디선가 남성들이 여성들만큼이나 많은 집안일을 떠맡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읽은 적이 있다. 그러나 조사는 저기 보고에 기반을 두고 있으므로 나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146-)


접수처에서 전화가 걸려온다.
"네 ,알겠어요. 정신 차릴게요." 전화선 끝의 직원이 더 꺼내기도 전에 내가 말한다." 오늘은 일진이 좀 나쁘네요. 지금 저 완전하 지쳤어요."
"이해해요. 남은 환자들은 다른 분에게 맡기고, 댁에서 쉬는게 어떠세요." (-221-)


"그렇다고 지금 청소기를 돌릴 필요는 없어. 그런 뜻이 아니야. 나는 그저 당신이 언제 청소기를 돌려야 하는지, 언제 욕실 청소를 해야 하는지 정도는 알았으면 좋겠어. 당신이 나한테 부탁할 수도 있어. 욕실을 청소하라거나 청소기를 돌리거나, 요점은 뭘 언제 해야 하는지 당신이 좀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는 거야." (-265-)


여기서 어머니의 옛날 성격이 드러난다. 어머니가 다시 나를 알아보기 시작한 이후, 그녀는 예전으로 돌아가 나를 대하고 있다. 관대하고, 인자하며, 근검절약하는 모습으로, 어머니가 식사 시간에 적은 양을 받으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런 태도는 치매로도 씻겨나가지 않은 모양이다. 그리하여 윤리의 상호작용은 아주 무해하고 건전하다. 내가 어머니를 붙잡으려 손을 뻗으면 그녀가 빠져나가는 식으로 말이다. (-319-)


소설 속 가정의학과 엘렌은 어릴 적 친구였던 비에른과 소통하게 된다. 알콜중독자였던 엘렌과 스키중독자였던 엑셀, 엑셀이 자기만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 나간 뒤, 악셀이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엘렌과 비에른은 서서히 대화를 하면서, 비에른이 엘렌의 비밀스러운 이야기까지 알고 있을 정도로 스토커기질을 보여주고 있다. 엘렌의 과거의 삶과 커리어 전체를 알고 있는 비에른이 의도적으로 접근하였다.  


다양한 모습 ,괴랄한 두 얼굴의 의사의 모습, 우리의 정서와 맞지 않은 노르웨이사람들의 또다른 이미지를 느끼게 된다. 즉 이 소설에서 ,바람에 대한 우리의 정서와 다른 그들의 또다른 이미지를 앋게 되면서, 엘렌 가족의 아슬아슬한 삶과 비에른 가족의 아슬아슬한 삶이 겹쳐지면서 유쾌한 모습이 잘 드러나고 있었다.


즉 비밀의 아지트,그 아지트를 터전삼아 사랑을 속삭이는 과거의 첫사랑에 대한 애틋함, 의사라고 해서, 우리의 삶과 크게 다를 거라는 생각은 에렌의 모습에서 확 깨지고 말았다. 술을 즐기는 엘렌과 스키를 즐기는 악셀, 두 부부는 물질적인 만족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삶의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고, 엘런이 바이른에게 점점 더 빠져들게 되는 이유다. 소설 메시지 속에 감춰진 다양한 이야기들,그 이야기 속에 의사 직군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었고, 그들의 내밀한 모습까지 들출 수 있게 되었다. 삶이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해 주는 유쾌한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