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군중심리 ㅣ 현대지성 클래식 39
귀스타브 르 봉 지음, 강주헌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10월
평점 :
오늘날 군중의 요구는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현재 사회를 철저히 무너뜨려 문명의 여명 이전에 모든 인간 집단이 누리던 생활방식, 즉 원시 공산사회로 돌아가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군중은 노동 시간을 제한하고, 광산과 철도 및 공장과 토지를 국유화하고, 모든 재화를 공평하게 분배하며, 민중 계급의 이익을 위해 모든 상위계급을 타도하라고 요구한다. (-20-)
정복자의 권력과 국가의 힘도 군중의 상상력에 기반을 두고 있다.이런 상상력을 이용하면 군중을 더욱 쉽게 끌어갈 수 있다.불교와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창시, 종교개혁, 프랑스 대혁명, 그리고 요즘 대두되는 사회주의의 위협적인 침투 등 역사적으로 중대한 사실은 모두 군중의 상상력에 강력한 자극이 더해진 직간접적 결과다. (-82-)
따라서 정치적 격변이나 신념의 변화가 있고 안 뒤 군중이 어떤 단어에 담긴 이미지에 깊은 반감을 품게 되었을 때, 진정한 정치인이라면 가장 먼저 그 단어부터 다른 것으로 바꾸어야 한다. 물론 이때 사물이나 사건 자체까지 건드릴 필요는 없다. 그것은 오랜 옛날부터 물려받은 정신 구조와 밀접한 관곋가 있기 때문에 쉽게 바꿀 수도 없다. (-127-)
그는 실직상태의 요리사였고, 바스티유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보려고 그곳에 간 구경꾼에 불과했다.그래도 그는 전체 의견이 그랬기 때문에 그 행위를 애국이라 판단했고, 자기 손으로 이 괴물을 죽이면 훈장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칼날이 무뎌서 목이 잘리지 않았다. 그는 주머니에서 검은 손잡이가 달린 작은 칼을 꺼냈다 (요리사여서 고깃덩이 다루는 법을 알았던 까닭에) 결국 그는 드 로네의 목을 자르는 데 성공했다.
여기서 우리가 앞에 언급한 매커니즘(집단으로 모여 있기 때문에 더욱 간력한 암시에 복종함, 자신의 행위가 마땅히 칭송받을 것이라는 살해자의 확신 그리고 모두가 한목소리로 호응해주었기에 더욱 당연시한 확신)이 명확히 드러난다. 이런 행동은 법적으로 범죄라고 간주할 수 있어도 심리학적으로는 아니다. (-195-)
책의 시작 부분에서는 역사적 맥락을 살펴봄다. 르 봉은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까지 유럽의 사회적 정치적 구조를 지탱했던 종교와 도덕의 기둥이 무너지는 혼란스럽고 불확실한 시대, 곧 전환기를 목격했다. 과거에는 권력을 왕이나 군주, 종교인 등이 독점했지만 갈수록 군중의 위세가 커졌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앞으로 '군중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견했다. (-264-)
1789년에서 1794년 사이에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나고, 왕정 국가 프랑스는 공화정으로 바뀌게 된다. 오로지 군중의 힘으로 무너진 프랑스 왕정, 바스티유 감옥 점령 이후, 1세기가 지난 1895년 귀스타브 르봉이 쓴 <군중심리>가 출판되었다.
이 책은 지금 대한민국 사회의 현주소를 분석하는데 매우 중요한 프랑스 고전이 될 수 있다. 4.19 혁명, 그리고 최근 촛불 혁명까지, 대한민국 사회는 집단 지성,집단 군중의 힘이 작용하였고, 군중의 힘이 사회를 바꾸고 나라를 바꿀 수 있는 변화를 세상에 보여주게 된다.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그들에게 낯선 형태의 군중들의 충동적인 움직임을 보면, 상당히 온건한 대한민국이 촛불을 들어서 세상을 바꾼다는 것은 유럽이나 미국의 시선으로 볼 때 상당히 이질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군중의 상상력은 잠재된 , 무의식적인 군중의 힘을 전면에 내세웠으며, 누군가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어떤 파괴적인 행위를 할 수 있었던 저변에는 군중의 집단적성격과 심리가 자신을 지지해줄 거라는 생각이 현존하엿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 군중 심리가 긍정적으로 쓰여질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사회적 변화를 모색할 수 있게 된다. 충동적이고, 변덕스럽고, 때로는 과격한 군중들의 힘, 그 힘은 사람이 모인다 하여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모여있는 군중이 어떤 목적성과 의도를 가지고 있을 때, 군중 심리가 극대화할 수 있고, 신앙, 사상, 감정, 정치를 움직이는 변혁의 주춧돌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하나하나 짚어내는 것, 이 책을 읽는 핵심 키포인트이며, 대한민국의 사회적 움직임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