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시대의 기록 3
박원순 지음 / 역사비평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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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잡고 오리걸음, 유격 올빼미 기합, 수틀리면 워커발 총개머리, 어깻죽지 얻어막기 일쑤에 봉체조까지 해야 했습니다. 산골짜기에 흐르는 물에 하나,둘, 셋까지 셀 동안 세탁을 끝내야 했고, 못하면 또 워커발로 몽둥이로 맞아야 했습니다. (-51-)


'고문'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이름이 바로 김근태이다. 그를 고문한 이근안은 고문가해자의 상징이 되었고,김근태라는 이름은 고문피해자의 상징이 되었다. 김근태 씨에 대한 고문은 바로 폭압적인 전두환 정권의 기반을 허물어뜨린 사건이었다.이 사선에 이어 부천경찰서 성고문사건이 터졌고, 다시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이 일어나 5공정권은 완전히 종말을 맞게 된다. (-170-)


다른 한 사람은 주전자에 고춧가루를 타서 만든 물을 놓어 그것을 가지고 와서 저의 입과 코에 수건을 막고 그 위에 고춧가루를 탄 물을 붓기 시작했습니다. 형사들이 고문을 하면서 했다고 생각하면 손만 까딲까딲 하라고 하였습니다.그러나 저는 끝까지 안 했다고 하였으나 너무나 가혹한 고문에 못 이겨 기절하고 말았습니다. (-240-)


13일 오후에는 앞에서 행했던 폭행 고문을 계속하며 '죽엽리겠다' 며 손가락을 눈을 찌르곤 했다. 기운이 없어 쓰려지면 물을 뿌려 다시 깨어나게 하고 정신을 차리고 나면 성기를 뽑아서 비틀고, 귀두를 치며 성기를 움켜잡고 비틀었다. (-351-)


국가인권위원회는 "2003년8월 고양경찰서 형사인 피진정인들이 피해자를 폭력 등의 혐의로 체포하면서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고 폭행했으며, 고양경찰서 강력반 사무실에 데려가서 혐의 사실을 부인하는 피해자를  기마 자세로 서 있게 하고 욕설을 했으며, 기마 자세가 흐트러지면 발과 3단 경찰봉으로 구타했고,수갑을 의자에 채워놓은 채 잠을 재우지 않고 밤생조사르 하는 등 가혹한 행위를 했으며, 사건 이해관계인으로부터 청탁을 받아 편파 수사를 했다"는 진정 사건에 대해 조사를 했다. (-465-)


김근태,김문수, 이해찬, 심상정, 문익환.이들의 공통점은 고문 피해자라는 것이다. 살아생전, 살아있느 현재에도 대한민국 사회에는 고문이 자행되고 있으며,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지는 군부독재 이후에도 고문은 자행되고 있었다. 여기에서 5공 공화국이 무너졌던 시작점이 김근태 고문사건과 박종철 고문 은폐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탄생된 문민정부, 민주 정부 ,참여정부 또한 고문의 책임에서 다르지 않았다.노태우 정부 이전의 고문은 국가의 묵인하에 자행된 고문이라면, 김대중 정부 이후 자행된 고문은 경찰이나 검찰의 관행 혹은 목적과 의도,이익 추구, 오랫동안 묵혀진 고문 습관의 반복 때문이다. 그들이 고문의 덫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이유는 그들의 잘잘못에 비해 ,견책이나 주의 , 감봉처럼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기 때문이다. 화성연쇄살인 사건 , 현대 정몽헌 회장의 죽음 뒤에는 고문이 있었다. 물론 검찰은 그것을 언제나 부인하고 있으며, 은폐해 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과거 민정수석 우병우가 검찰에 불려갔을 때, 팔짱끼고 검사와 대화를 하였던 그 모습이 매우 큰 문제가 되었던 이유는 조직의 이해관계를 충실히 수행하는 견찰의 모습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참여정부에서도 여전히 고문,인권유린은 있었고,이 책이 쓰여진 이후인 현시점에서 보면,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 또한 고문이나 인권 침해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이다. 과거처럼 잔인하거나 가혹하진 않지만, 잠을 재우지 않거나 강압 수사 ,그리고 수치심과 같은 형태로, 고문이 자행되고 있으며, 수사 원칙에서 벗어나더라도, 그들에게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또한 고문기술자 이근안이 목사로서 뻔뻔하게 생존하고 있는 그 모습, 최근에 사망했던 노태우 대통령이 재임시절 행해졌던 그 고문들을 본다면, 전두환이 살아있는 것을 보면, 사회적 측면과, 고문 피해자의 시선의 불일치는 뻔한 문제였다. 이 하나하나 알게 되면서, 우리 사회에 빨리 없어져야 하는 이유, 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이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된 원인, 줄기차게 국가보안법 철폐를 계속 외치는 이유는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와 일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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