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프게 어른이 되었다 -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어쭙잖은 어른의 이야기
김기수 지음 / 가나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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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다는 건 낭만보다는 현실적인 이야기에 가까웠다. 폼나고, 럭셔리한 이야기가 아니라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이야기였다. 매일매일 마주하는 일상에 어른으로서의 삶이 녹아 있었고, 그 일상을 소화해내는 게 어른인 것 같았다. (-7-)


눈부시게 쭉쭉 뻗어 가는 유복한 집안의 주변인과 현재의 고난에 발이 묶여 내면글면하는 궁핍한 집안의 또 다른 주변인들이 혼재하면서, 나는 다시 운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다. 나를 선택했던 운들에 대해 생각을 하고, 내게 허락되지 않았던 운들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나는 운이 좋은 것일까. 운이라는 절대자 앞에서 던지는 의문이다. (-73-)


아버지의 빈 자리가 그랬다. 눈 내리던 어느 겨울, 아버지가 우리 가족의 곁을 떠나셨다. 나는 담임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여 아버지의 부고로 결석한다는 사실을 친구들이 모르게 해 달라고 했다. 숨기고 싶었다. 왜냐고 물어온다면 지금도 논리적으로 설득할 자신이 없지만 , 그 당시에는 숨기고 싶었다. 그때부터 꼬박 15년 이상을 그래왔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다 아버지 얘기가 나올 때면 내 쪽에서 먼저 화제를 돌렸다. 아마 눈치 빠른 이들은 벌써 알아차렸으리라. (-149-)


그리고 반드시 명심해야 할 점은, 상대가 나에 의하여 높은 곳에서 즐거움을 향유하고 있을 때 얌체처럼 시소에서 이탈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최소한 당신과 행복의 놀이를 함께한 사람을 배려한다면, 그 사람이 급격히 추락하면서 느낄 공포와 끔찍한 엉덩방아를 묵인하지 말아야 한다. 시소를 그만 타고 싶다면, 시소로 맺어진 관계를 끝내고 싶다면, 처음이 그랬듯이 수평으로 다시 돌아와, 서로에게 상처와 아픔없이 내리는 것을 권하고 싶다. (-239-)


1993년생 어쭙잖은 어른 , 작가 김기수님의 책이다. 아기에서, 아이로, 소년으로, 소년에서 청소년으로, 그리고 20대가 되어, 대학생이 된 이후, 우리는 서서히 어른 대접을 받게 된다. 어른이라는 기준,어른이라는 원칙, 어른으로서의 도리, 어른이라는 가치관, 이러한 것들이 층층히 내 주위를 둘러쌓게 되고, 어른으로서 보호받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어른이라는 것이 상당히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어른이 되는 그 순간 낙인과 족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어려서는 할 수 없는 것이 많아서 어른이 되고 싶었다. 무엇이든 해도 돼 라는 말보다, 하면 안된다는 부정적인 말들, 언어들이 내 주변을 둘러싸게 된다. 그래서 어른이 되어서,내가 할 수 없었던 것을 바꾸고 싶었고 어른을 수망하였다. 그렇게 우리는 준비되지 않은 ,나이만 먹어버린 어줍잖은 어른이 되고 말았다.


저자는 1993년생이다.아직 20대이며, 내년이면 공식적으로 30대가 된다. 아홉수, 이것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단어다. 어른으로서 대접받기 위해서 필수 관문, 결혼에 대해서 고민해야 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어른으로서 역할,자격, 책임,의무에 대해서 고민하는 순간이다. 인생을 고군분투하게 되고, 후회하고,죄책감을 느끼고, 열등감, 콤플렉스와 마주하게 된다. 사방이 적이 되어서, 나를 옥죄게 된다. 관대하지 못한 사회,야멸차고 냉혹한 사회에서 우리는 다시 과거로 회귀하려는 성향을 지니게 되었다. 그러나 현재에 머물수도,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은 일상을 잘 버텨나가는 것이다. 살아가고,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여러가지 조건들, 그 안에서 반복된 일상 속에서 어른으로서의 자긍심을 가진다면, 좀 더 나은 어른이 될 수 있고, 어설픈 어른이지만, 스스로 자기 긍정, 자기 위로를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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