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한 시간들 - 당신과 함께하고 싶은 애도 심리 북테라피
정은영 지음 / 바이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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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그전까지 나는 죽음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날 오후에 학교에 갔다 오는데 그 소식을 들었다. 아침에 외할머니가 돌아가신것.
그래서 엄마 품에 안겨 울었다. 그리고 짐을 쌌다.
장례식장에 갔는데, 외할머니의 사진이 들어가 있는 액자를 보았다.
외할머니의 표정은 웃지도 , 울지도 않은 무뚝뚝한 표정이었다.
외할머니가 살아계신다면 하고 싶은 것이 있다.
바로 외할머니와 전화 통화를 하는 것이다.
왜냐면 외할머니가 우리 삼 남매와 전화흫 하자고 했을 때 나는 할 얘기가 없어서 전화를 받지 않았는데 지금은 엄청 후회돼서 그렇다.
이 일이 있고 나는 알게 된 점이 있다.
이 세상의 모든 생명에게는 영원한 삶이 있지 않다고 . (그래서 오늘도 울었다. (-21-)


당신의 기억 속에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는, 잊히지 않는 엄마의 모습은 언제이며 어떤 기억인가? (-71-)


엄마는 가슴과 가슴 사이 움푹 파인 곳에 있으니, 절대로 다른 곳에 가지 않으니 힘들어하지 말라는 것,나와 영원히 함께한다는 것. 그러니 괜찮다는 것. (-117-)


어떤 물건은 그 사람을 복기하기도 하지만 어떤 물건은 힘들게도 한다.
엄마가 쓰러진 이후에도 어마 집에 가면 옷장에서 어마 옷을 꺼내 입고 잤다. 이상하게 그래야 잠을 잘 잤다. 여름엔 엄마 속바지 안에 있는 돈주머니에 손을 넣어보기도 했다. 지갑없이 속바지에 지폐를 넣고, 필요할 때는 꺼내주던 사람. 예전에 나는 뭐하는지 몰라 어디에 손을 넣냐고 기겁을 하기도 했는데, 엄마는 웃는 얼굴로 내 손에는 돈을 쥐어주었다. (-155-)


내 삶이 무너지는 순간은 반드시 찾아온다. 우리 인생에서 영원한 것은 없다. 생과 사의 순환, 살아가며, 누구는 잔혹한 운명을 맞이하게 되고, 가족이 한순간에 쑥대밭이 되는 경우도 있다. 소수이지만, 그 소수가 내 삶이 될 수 있고, 내 이웃이 될 수 있다. 부모의 부재, 일어날 것 같지 않지만 언젠가는 일어날 개연성은 충분히 있었다. 돌이켜 보면, 친할아버지도, 외할머니도, 백수를 누리며 살아갈 줄 알았다.하지만 여든이 넘어서면서, 기력을 잃어버리면서, 자신의 생을 마감하는 그 순간이 찾아들어오고 말았다. 살아가면서, 나는 그 순간을 두려워 하면서, 불편하게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이러한 모순을 다시 들여다 볼 수 있었던 건 여기에 있다.


우리는 죽는다. 이 명제에 대해서 그 누구도 벗어날 수 없다. 부자이든, 가난한 사람이든 우리는 반드시 죽는다. 여기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삶이다. 어떤 삶을 살것인가, 어떻게 마지막을 정리할 것이며, 어떻게 애도할 것인가였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애도의 순간들, 죽음이 내 앞에 찾아올 때, 나는 그것을 온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벗어나려고 애를 쓸 것인가 결정할 수 밖에 없는 순간이 찾아오며, 그 삶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인식할 때이다. 이 책을 읽는 궁극적인 목적도 여기에 있다. 내 삶에 대한 책임, 내 앞에 놓여진 삶에 대해서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 외할머니께서 2014년 돌아가시고, 그 순간 어머니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다음 수순은 어머니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다음 수순은 나 자신이다. 살아가고, 주어진 삶에 대해서 애착을 가지는 것, 덧붙여서 내 삶을 존중하고, 충실하게 살아가야하는 이유는 고민해 볼 수 있는 책이다. 엄마와 함께한 시간이 그 어떤 시간보다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엄마 기억 아카이빙이 필요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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