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은 에피쿠로스처럼 - 탐식이 괴로운 이들을 위한 음식 철학
안광복 지음 / 북트리거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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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닐라는 우리가 먹는 음식 곳곳에 들어간, 눈에 띄는 향료다. 하지만 우리는 과연 '진짜' 바닐라향이 어떤지 알고 있을까> 바닐라는 마다가스카르를 등에서 주로 키우는 난초과 식물이다. 바닐라를 키우고 그 열매를 가공하는 데는 손이 무척 많이 간다. 바닐라는 그 열매를 맺게 하는데서부터 난관이 시작된다. 꽃도 아침에만 잠깐 필 뿐 아니라, 사람 손으로 일일이 수정을 해 줘야 한다. (-26-)


로마의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이렇게 충고했다.

쾌락에 이끌릴때마다 여기에 휘둘리지 않도록 마음을 모으라. 원하는 대로 바로 움직이지 말고 잠시 숨을 고르도록 하라.이러면서 두 가지를 검토해야 한다. 쾌감을 즐기는 순간과 그 후에 이를 후회하면서 자신을 혐오하는 그대의 모습, 이 둘의 비교는 그대에게 자제력을 되찾아 줄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편안함과 쾌감, 매력에 굴복하지 마라. 이 모든 유혹들을 의식적으로 이겨 내는 모습은 그대를 훨씬 바람직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63-)


"사자나 늑대라면 몰라도, 인간은 그렇게 먹지 않아요." 아프리카에 사는 쿵족의 말이다. 그들은 혼자 음식 먹는 것을 짐승이나 하는 짓으로 여긴다. 인간은 마땅히 함께 먹어야 한다.왜 그럴까? 문을 닫아걸고 홀로 먹을 때는 배불리 먹어도 마음에 거리낌이 없다. 하지만 모두 함께 먹을 때는 다르다. 쪽쪽 굶고 있는 누군가가 한 상 차려 놓고 있는 나를 바라보고 있다고 해 보라. 이런 상황에서는 마음이 불편하고 미안해서 혼자 음식을 독차지하고 먹을 수 없다.그래서 자연스레 음식을 나누게 되고, 이런 과정에서 '우리는 하나'라는 마음이 싹튼다. (-151-)


사슴은 초식동물이다. 사자는 육식동물이다. 인간은 육식과 초식을 즐기는 잡식이다. 이 세 부류의 차이에서, 마치 당연한 것처럼 이해하고,습득한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딜레마를 눈치채는 이는 소수에 불과하다. 이 책은 그런 인간의 딜레마를 고찰해 나가고 있으며, 인간은 음식을 탐닉하지 말고 미식으로 바뀌어야 하는 이유를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는 목적은 음식을 바라보는 기준과 원칙을 세우는 것에 있다. 맛있는 것을 즐기고, 그 안에서 나만의 삶, 나만의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먹고 싶은 데로 먹고, 마시고 싶은 대로 맣시는 현대인들의 음식에 대한 이해, 그것의 잘못은 결국 인간에게 고스란히 남게 된다는 걸 짚어 나가고 있다. 사자나 사슴은 혼자서 먹지만, 인간은 혼자서 먹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우리 조상들이 추구해왔던 밥상머리 교육의 중요성은 일평생 나의 가치관,철학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현대인들은 그렇지 못하다.오죽하면 혼술, 혼밥이 대세이고, 1코노믹이 트렌드로 고착되고 있는 것만 보다라도, 말이다. 가족과 같이 목는 것보다 혼자서 먹고, 혼자서 마시고, 그 취향을 공유하지 않으려는 모순,그 모순들이 우리 앞에 놓여진 문제이며, 우리 스스로 자중해야 할 때다. 건강하고, 음식에 대한 절제력, 자연스러운 식단, 균형잡힌 영양식, 음식에 대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면, 건강한 삶, 행복한 삶을 충분하게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식탁을 고대 철학자 에피쿠로스처럼 먹어야 하는 이유, 에피쿠로스는 미식가로서, 맛에 대한 원칙이 분명하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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