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게 뭐야, 내가 좋다는데 - 모로 가도 뭐든 하면 되지
이해범 지음 / 들녘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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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진다면

'코치님도 욕을 한 사발 할 거고.'
'상대는 날 비웃을 거고,'
'그럼 쪽팔려서 체육관도 못 가다가 결국 복싱도 그만두겠죠.'
'이겨서 인스타에 자랑도 해야 하는데.'
'지면 자랑은 커녕 변명만 늘어놓게 될 거에요.'
'최선을 다했다. 승패 따윈 중요하지 않다.정신 승리!'
'이따위 개소리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지 않아요.'
'때리려고 복싱하는 거지 맞으려고 복싱하는 건 아니잖아요.'
'맞고 오면 엄마가 얼마나 슬퍼하겠어요. 저도 울 엄마 귀한 자식인데.'
'아빠도 때리면 때렸지 맞고 다니지 말라고 했어요.'
'아 배고파 죽겠네. 빨리 끝내고 돈가스 먹고 싶어요.' (-18-)


'만, 류, 귀, 종'

칼을 쓰든 차을 쓰든 주먹을 쓰든 결국 극에 다다르면 똑같아진다는 뜻이다. 그래 , 이 무거운 볼링공과 친해지다보면 축구와 농구까지 잘하게 될 지도. (-24-)


열일곱 늦여름 밤, 나보다 두 살 많은 여자 친구. 그리고 그녀의 집 앞 놀이텨. 흔하고 뻔한 상황에서 나는 그렇게 첫 키스를 했다. 집에 돌아오며 이런 생각을 했다. 이게 어른의 맛인가? 가슴이 벌렁거려 도통 잠을 잘 수 없었다. 다음 날 평소처럼 학교에 갔는데 매일 보던 친구들이 어쩐지 다들 한참 어리게 느껴졌다. 흐흐, 첫 킷흐라니. 아마 쟤들 중 내가 제일 처음 경험했을 거야.왠지 우쭐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이상했다. (-41-)


첫번째. 자시의 반려자는 사랑스럽게 대한다.
두 번째, 게으름 피우지 않는다.
세 번째, 술은 취하지 않을 만큼 적당히 마신다.
네 번째, 우유부단하게 굴지 않는다.
다섯 번째, 남을 쉽게 믿지 않는다. (-116-)


"얼마 주고 샀어?"

친구들이 하나둘씩 수군거렸다. 세현이는 차 열쇠 하나만으로 그날의 주인공이 되었다. 기분 좋게 올랐던 취기가 사라지고 나는 말없이 혼자 잔에 소주를 채워 마셨다. 차는 어느덧 나에게 즐거움의 상징에서 자괴감의 상징이 되었다. (-169-)


그래도 할 수 있을 때까지는 반항하고 싶다. 귀를 막고 입으로 '아야아아아아' 괴음을 내며 끝끝내 못 들은 척 하고 싶다. 그러다 영영 아저씨란 단어가 나에게서 멀어지면 더 좋고, (-210-)


시간이 많다고 여기는 것은 죽음이 아직은 나와 멀리 떨어진 일이라 생각한다는 방증이다. 그래, 아무리 가는 데에는 순서가 없다고 해도 30대에 죽음이 가까이 있다는 생각으로 벌벌 떨 필요는 없겠지. 아주 가끔 친구 부모님이 돌아가시거나 유명 배우가 죽었다는 소식을 접하면 '죽음은 뭘까' 하고, 담배 한 개비를 다 태우는 시간만큼 잠시 생각해보겠지만, 그게 전부다. (-232-)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모로 가도 뭐든 하면 되지,이것이 말은 싶지만, 실천하기 쉽지 않는, 한국인에게는 정 되지 않았다. 실수할 때 느끼는 창피함으로 질문도 못할 때가 있다. 체면에 대해서, 명예에 대한 집착과 근원적인 물음이 있어서다. 무언가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불끈 들다가도, 멈칫 멈칫하게 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었으며, 내 삶에 대해서 나 스스로 고민과 후회의 나락으로 빠져들 때가 있다.내 삶에 대한 고민이 나의 삶의 근원적인 해갈을 도와주지 않는다는 걸 깊이 자각하게 된다. 그래서 저자는 매순간, 무언가 하기로 했다. 사랑도, 연얘도,결혼도, 일에 대해서도, 그리고 도전과 용기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이것이 잘 되지 않는다. 무언가 하고 싶어도, 용기와 도전이 샘솟지 않기 때문이다. 생각과 사유, 도전의 갈망 속에서 스스로 손을 뻗을 수 있었던 이유들을 차근차근 본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차곡차곡 챙겨나갈 수 잇을 듯 싶었다. 즉 이 책은 나에게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고, 나의 한계를 극복한다는 걸 깨우쳐 주고 있다.결국 우리의 마지막 종착역은 죽음이라는 걸 상기시켜 준다면, 우리가 만든 삶의 굴레 따위는 가벼이 벗어 던질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이 책을 통해 남기고자 하는 가치이며, 내 삶에 대한 이해와 공감 속에 나의 갚어치가 존재하고 있었다. 살아가고, 이끌어가는 것, 때로는 주인 없는, 받지 않는 전화라고 할지라도, 소중한 것을 기억해 나가는 방법, 내 가까운 소중한 사람들을 가벼이 여기지 않는 마음 자세가 어떤 것인지 , 이 책을 통해서 나를 돌아보게 되었으며, 내 삶을 이해하는 기준이 되었다. 살아가되, 머뭇거리지 않는 것, 그것이 내 삶의 걸음 걸음에 있어서 배우 중요한 가치라는 걸 알게 해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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