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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포 매거진 POPOPO Magazine Issue No.05
포포포 편집부 지음 / 포포포 / 2021년 9월
평점 :
품절
"이유는 알고 맞자. 왜 때리는 건데?" 하교에 갔다가 돌아와 가방을 내려놓기도 전에 아빠의 주먹이 다리에 내리꽂혔다. 푹 넘어졌다가 일어나려고 버둥거리는 나를 엄마가 붙들었다. 파리채였나? 수도꼭지에 열결하는 초록색 고무 호스였나? 옷걸이였나? 평소엔 그 세 개 중의 하나로 맞곤 했는데 그 날은 그런걸로 때리다 분이 풀리지 않는지 맨주먹과 발길질이 연달았다. (-11-)
"엄마가 아빠 아닌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아. 함께 있으면 즐겁고 행복감을 느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엄마는 가정을 깨고 싶지는 않아. 엄마에게 제일 중요한것은 엄마라는 역할이고 나희들이 싫은 일은 어떤 것도 하지 않을 거야." 교복도 벗지 못하고 식탁 의자에 앉아 내 이야기를 듣던 8살 된 딸이 조용히 의자를 밀고 일어나 내 목을 보드랍고 작은 손으로 감싸 안았다. (-20-)
자랑스럽고 든든한 장녀, 아내, 엄마, 며느리, 각자의 이름에 맞게 열심히 살아왔는데, 오롯이 '윤성회'의 삶은 있었나? 내가 '하고 싶다' 라고 열망한 무엇이 있었나? 굳이 그런 열정을 가져야 하나? 그런 감정을 느껴도 되는가? 무난하게 열심히 사는 게 최선 아닐까? 카메라를 통해 삶을 들여다보는 새로운 시선을 갖게 되고, 사진이라는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새로운 목소리를 갖게 되면서, 나이 마흔, 늦다면 늦고 빠르다면 빠른 그 나이에 이런 고민을 시작했다. 사진기를 다시 제대로 소유한 이후 1~2년을 보내는 동안 '사진'을 통해 '제대로 ' 내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열망을 갖기 시작했다. (-35-)
"별것도 아닌데 왜 화를 내?"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되지 않는 상대방의 말과 행동에 갈등은 폭발합니다. 치약을 짜는 위치부터 수건을 거는 방법까지 아주 사소한 생각의 차이가 발화점을 만나는 것은 욕실이라는 협소한 공간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사실 그 '별것'이 '상대'의 뇌관을 건드리는 일일 수 있다는 것. 그 감정의 방아쇠를 당기는 지점을 찾아 나를 이해하게 되면 우리를 괴롭히는 관계에서의 갈등을 해결하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어요. 마음속에 묻어둔 내 안의 아이를 찾아 마주하고 그때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다독이는 것에서부터 '나다움'을 찾아가는 여정이 시작됩니다. (-87-)
사는 이야기를 듣는 건 , 인간의 삶과 친밀하기에 위로받을 때가 있다. 나의 평범한 삶이 누군가에게 인정받을 수 있다면, 나의 용기가 타인에게 치유가 될 수 있다면, 나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은 열망에 휩싸이게 된다. 나의 삶과 타인의 삶이 연결되는 순간이다. 나의 약점을 타자에게 내밀어 , 나 스스로 누군가에게 보호받고 있다는 그 느낌이 나를 삶의 보호막으로 두르는 경우다. 나의 약점을 누군가의 의해 보호받을 때, 내 삶의 지지대는 튼튼해진다. 한 권의 책 속에서 나의 이야기를 살려 보고자 하였다. 내 삶의 과거의 편린, 이유없는 폭력, 근거 없는 무의미한 언어들, 이유없는 누군가의 행동, 이유없는 삶의 방향성,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면아이 Innerchild 내면 아이의 실체이다. 즉 책을 읽고 누군가 삶에서 기억을 들려 준다면 , 내 삶에 좋은 영향을 준다면, 귀기울여 주게 된다. 그리고 우리에게 다가온 메시지가 메신저 역할을 하게 된다.
<포포포 매거진>은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그걸 우리는 통상적으로 에세이라 부르고 있다. 인문학과 에세이가 엮이면 인문에세이가 되고, 여행과 에세이가 엮이면, 여행 에세이가 될 수 있다. 정치와 에세이가 엮이면, 정치 에세이가 된다.익숙한 곳에서 낯설은 곳으로 장소를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새로운 가치를 얻을 자격을 부여받게 되고, 그동안 맴돌았던 질문들, 의문들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때가 있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어떤 단어 하나에 다양한 생각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중에서 걸음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 신문기자 하상윤님은 주목받지 못한 존재들에게 주목하고 있었다. 평범하게 걸어가는 누군가의 뒷모습, 아이과 함께 걸어가는 엄마의 모습, 에세이는 일상속의 사유이며, 그 사유 뒤에 철학과 삶의 깊이, 편린이 드러나게 된다. 한 권의 책 속에 담겨진 우리의 또다른 모습을 한 권의 책을 통해서 내 삶을 타인의 삶과 비교하고, 사람에 대해 이해의 폭, 공감의 폭을 확장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