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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분의 1은 비밀로 ㅣ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금성준 지음 / &(앤드) / 2021년 9월
평점 :




지미라는 기봉규의 벨트를 거칠고 풀고는 얼른 시작하라고 무언으로 애원한다. 기봉규는 최대한 자제하며 손가락으로 지미라를 문지르고 톡톡 건드렸다. 지미라는 약이 오르는지 더 크게 교성을 내질렀지만, 기봉규는 인내심을 갖고 지미라의 사타구니를 핥았다. (-56-)
보안과장이 불쾌한 듯 어흠 헛기침을 두어 번 했고, 그날로 정문에서 검문이 대폭 강화됐다. 기봉규가 돈다발을 팬티에 숨겨서 퇴근해야 했던 이유다. 팬티 부분이 늘 불룩한 기봉규가 여자 교도관들에게 변태로 찍힌 것은 순전히 허태구 덕분이었다. (-113-)
아버지처럼 평생 쫒기며 살 수는 없었다. 최강이라는 존재를 무시한 채 가만히 있을 수도 없었다. 최강이가 대뜸 김대식에 대해 물은 것., 최근 교도소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해 기봉규에게 토로한 점은 아무리 봐도 이상하지 않은가, 표면적으로는 김대식과 기봉규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이다. 그리고 교도소에서 벌어졌던 사건 사고 역시 더더욱 상관이 없다. 그런데 최강이는 탐문하듯 구태여 동네까지 찾아와서 그 말을 기어코 건네고 갔던 것이다. (-163-)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수용자의 영치품을 담당하는 교도관이 독직범죄를 저질렀네. 무슨 뜻인지 그 정도는 알겠지. 우리 직을 모독했다 이거네. 그런데 돈은 하나도 안 쓰고 자진신고 기간에 자수까지 했다......?흠....."
총무과장의 입에서 연신 무거운 신음이 새어 나왔다. (-214-)
소설 <N 분의 1 은 비밀로>는 유쾌하고, 유머러스하다. 우리 앞에 어떤 일이 우연히 일어났을 때, 우연이 필연이 되고, 필연이 우연이 된다. 그 순간 유혹에 시달리는 주인공, 영치금을 담당하는 기봉규와 허태구, 이 둘은 모종의 작업을 시작하게 된다. 두 사람 앞에 일어난 눈앞에 일어난 비밀을 둘이서만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비밀을 둘만 알게 되면, 4억 5000만원을 나눠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소설 속 비밀은 둘이 알아야 하건만, 셋,넷 ,다섯, 이렇게 여덟까지 늘어나게 된다. 온전히 두 사람이 공범이 되지만, 어느새 여덟이 공범이 되었고, 그들의 입을 막으려면, 무엇이든 공평하게 나누어야 한다는 것이다.기봉규와 허태규의 마음 속 비밀이란 교도소에서 치매로 죽은 김대식이 남겨 놓은 9억원, 180개로 나눠진 돈뭉치다. 그들은 하나 둘 , 셋, 넷, 그 돈은 안에서 밖으로 돈뭉치를 빼내기 시작하였다. 그 과정에서 오해 아닌 오해도 생겨났고, 그 오해를 오해로 두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기봉규는 자신의 과거의 비밀을 마주하게 된다. 자신의 어릴 적 흑역사가 드러나는 순간, 최강이는 그 기봉규의 비밀을 알고 싶었고,기봉규는 그 비밀을 누구에게도 말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랑이는 불가피해진다.
소설이 유머러스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치매에 걸린 김대식이 남겨 놓은 돈, 그 돈을 얻기 위해서, 기봉규와 허태구가 선택한 길을 추적해 본다면, 내 삶이 나오고, 타인의 삶이 보여진다. 비밀을 감추면, 돈을 얻지 못하고, 비밀을 꺼내면, 자신은 수치심, 죄채감에 시달리게 된다. 돈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나를 보호할 것인가, 기봉규와 김대식 사이에 숨어 있는 복선이 이 소설의 전체적인 흐름을 결정하고 있었다.
*이 글은 컬처블룸 카페를 통해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