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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위험하다
마리아나 엔리케스 지음, 엄지영 옮김 / 오렌지디 / 2021년 10월
평점 :



그러려니 하고 있는데, 할머니가 작은 뼈를 보더니 갑자기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이건 앙헬리타잖아! 앙헬리타란 말이야!"
호들갑을 피우던 할머니는 아빠가 무서운 눈빛으로 노려보자 바로 잠잠했졌다. (-15-)
병원에서 새로 받은 하늘색 알약은 연구실에서 막 나온 듯 반짝거렸다. 임상시험용으로 나온 약이지만 삼키기 쉬웠다. 그리고 복용한지 얼마 되지 않아 보도가 더 이상 지뢰밭으로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꿈을 꾸지 않고도 -꿈을 꾸었다고 해도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깊게 잠들 수 있었다. 어느 날 밤에는 스탠드 전등을 껏는데도,이불이 무덤처럼 차디차게 느껴지지 않았다. (-89-)
"얘야, 그들은 자기들만 살려고 했던 거야. 네 언니도 마찬가지고" 그녀는 마리엘라를 가리키며 말했다."아주 어린아이였지만 ,무서울 정도로 영악했지."
호세피나는 숨을 참고 다리에 다시 힘을 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103-)
전국의 청소년들 사이에 절망감과 좌절감이 확산되어 가고 있을 때, 에스파냐의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의 죽음은 안 그래도 혼란에 빠져 있던 부모들에게 유례없는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산티아고는 온세역 부근의 어느 호텔 방에서 살갗이 벗겨진 채 발견되었다. (-183-)
바나디스만 빼고 말이다. 바나디스, 정말 이상한 이름을 가진 아이였다. 매치는 백과사전에서 바다니스를 찾아보았다.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젊음, 사랑아름다움의 여신이자 죽음의 여신인 프레이야에서 유래된 이름이었다. 열 네살에 실종된 바나디스는 기록 보관소 전체를 통틀어 유일하게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서류철에는 사진이 스무 장 넘게 붙어 있었다 (-234-)
소설 <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위험하다>는 고딕소설으로, 일본의 그로테스크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소설이다. 고딕 소설이란 중세 유럽의 괴이하고, 잔혹한 형태의 음울한 느낌을 만들어 내는 독특한 소설이기도 하다. 일본의 히라야마 유메아키가 그려내는 호러 소설의 느낌을 지닌느 것이 고딕 소설의 독특함과 일치한다. 그러나 이 소설을 잔인하지만 혐오스럽지 않으며, 각각의 단편이 독특한 느낌을 지니고 있었다. 그로테스크하지만, 잔인하지 않은 특징,도리어 환상적이며,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다만 남미 특유의 사회상, 마약과 폭력이 있으며, 아르헨티나 특유의 유혹과 매혹적인 정서가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에게 느껴지지 않는 소설적인 느낌이 이 소설에 채워지게 되었다.
뼈가 있고, 시체가 있으며, 매음과 매춘이 소설 속에 나오고 있다. 그리고 마리화나 , 코카를 가정에서 키울 수 있고, 직접 피우게 된다. 우리에게는 이질적이지만, 그들에겐 일상적이다. 그 과정에서 그 나라 특유의 경제적인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소설 <호숫가의 성모사>의 주인공 실비아의 모습을 관찰하고자 하였다. 현대적인 모습 속에, 평법과 은밀함, 여기에 더해, 삶을 포기하고자 하는 그 마음, 온전히 느낌만 있는 소설, 즐거움과 유희가 공존하는 소설적 상황, 나탈리아의 피를 마시고, 실비아와 연인 사이임을 밝히는 디에고의 행동과 감정에서, 우리와 동떨어진 남미 특유의 정서와 사회상을 드러내고 있었다. 길위에 독특하고, 잔혹한 일이 일어나고 있지만, 그 안에도 아무 일 없이 살아가는 이들이 공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