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치유하는 부엌 - 삶의 허기를 채우는 평범한 식탁 위 따뜻한 심리학
고명한 지음 / 세이지(世利知)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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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객이 되어 먹어본 육개장은 아이러니한 음식이었다. 빈소에는 검은색 상복을 입은 유족이 식욕을 잃고 밥 한 톨조차 모게 넘기기 어려울만큼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슬픔에 빠져 있다. 그런데 지척에 앉은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술잔을 비우며 뜨끈한 육개장 한 그릇을 맛있게 비운다. 영정 속 망자는 차려낸 것을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는 영혼이 되어버린 그곳에서 생과 사는 더욱 극명하게 나뉜다. 울음소리와 웃음소리가 절묘하게 섞여 있는 그 모든 것들은 장례식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묘한 풍경이었다. (-18-)


완성한 낙지볶음을 크게 한입 맛보았다. 먹는 순간 오늘의 불쾌한 감정이 날아가 버릴 것이란 기대와 달리 나의 분노를 삭이는데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오히려 잔뜩 성이 나 열이 오른 상황에 기름을 붓고 부채질을 하는 격이었다. 얼굴은 맵고 뜨거운 열감으로 팽창해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고, 끊임없이 흐르는 땀을 닦느라 짜증까지 밀려왔다. (-52-)


시험을 잘 본 아이에게 원하는 물건을 사주는 것은 물질적 강화다. 같은 상황에서 아이를 칭찬하거나 안아주는 것은 사회적 강화다. 목표한 만큼 모았을 때 보상받을 수 있는 칭찬 스티커를 주는 것은 토큰 강화다. 강화와 반대되는 개념인 '벌'은 특정 행동의 발생 빈도를 감소시킬 목적으로 사용한다. (-122-)


우리 둘 사이에 애착을 형성한 연결고리가 고작 달걀밥이라니.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들과 나를 엮어온 소통과 유대감이 '달걀밥'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윤곽을 드러낸 것일 뿐이다. (-168-)


원래 그날의 요리는 불 앞에서 땀을 줄줄 흘리며 극한의 고통으로 나를 몰아세운 뒤, 개운하게 목욕을 하고 나와 완성한 음식을 맛보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겠다는 의도에서 시작했다. 그런데 무더위가 내게 던지고 간 불쾌감과 공격성은 요리를 다 끝내기도 전에 즐거움으로 변해 있었다. (-221-)


음식과 감정은 서로 치환된다. 어떤 사람을 보고, 그 사람과 함깨 한 음식이 즐거움이 되었다면, 그 음식과 기억을 함으로서 다시 먹고 싶은 묙망을 가지게 된다. 파스타를 먹고 즐거웠던 기억은 스트레스 받을 때, 파스타가 땡기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짜장면을 먹거나 ,돈가스를 먹거나, 파스타를 먹을 때도 마찬가지다. GOD의 노래에도 등장한 자장면은 국민 중화요리이며, 우리는 그 맛에 대한 공통된 추억을 안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것이 슬픔이 되는 경우도 있다.그 슬픔이란 누구란 같이 먹을 때 생기는 문득 떠올리는 기억들이, 이제 같이 먹을 수 없다고 생각될 때, 우리는 우울감에 빠질 수 있다. 그래서 음식은 치유이면서 고통,짜증으로 바뀌는 경우가 있다.


책에는 육개장이 등장한다. 그 음식은 공교롭게도 장례식장에서 나오는 음식이다. 떡과 육개장,고기, 누구나 즐겨 먹으면서, 큰 거부감이 들지 않은 음식이기도 하다. 시골에서, 농부들이 같이 일하는 일꾼에게 아침식사, 아침 참으로 제공하는 것이 육개장,사골인 경우가 많다. 즉 따뜻한 국물과 씨레기, 여기에 고기까지 적절하게 넣는다면, 국물이 내 마음을 녹여내는 경우가 있고, 일할 수 있는 에너지, 기운을 차릴 수 있다.


평소에 매운 게 땅기지 않은 이들이라도, 스트레스가 생길 때, 매운 게 갑자기 땡길 때가 있다. 떡볶이, 라면, 짬뽕, 울면,불닭과 같은 매운 음식들이 여기에 해당되고 있었다. 여기서 우리는 맵다는 것은 내 마음 속에 응어리진 것을 자극함으로써 씻어낸다는 의미이다. 음식을 먹으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순간이 바로 이 순간이다. 저녁이 되면, 꿀꿀한 하루를 정리하고, 매운 안주와 반주를 걸치는 이유, 김치 반찬 하나로 모든 것을 정라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때로는 치유하고, 때로는 위로받게 되는 순간, 매운 닭발이 당길 때, 어떤 누군가가 생각나는 그 순간이 될 수 있다.삶의 허기가 느껴질 때, 순간,내앞에서  생각나는 음식이 나의 소울 푸드인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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