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남편대신 출근하는 워킹맘입니다
장정은 지음 / 북퀘이크 / 2021년 9월
평점 :
살면서 가장 고통스러운 출산을 경험한, 내 몸과 마음을 추스리기도 전에 어설픈 자세로 수유를 해야 했다. 당연히 젖은 잘 나오지 않았고, 아이의 울음은 멈추지 않아 간호사에게 여러번 도움을 요청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아이가 옆에 없어도 울음소리가 환청처럼 들렸다. 병원에서 3일을 보내고 산후조리원으로 갔다. 역시나 엄마들의 모든 관심사는 '모유 수유'였다. 아이를 위해 모유 수유를 하는 것은 설명이 필요 없을만큼 좋은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18-)
내가 엄마가 되면서 다짐한 것이 있다.'절대로 아이가 원하지 않는 배움은, 단지 엄마라는 이유로 강요하지 말자'라는 것이다. 아이가 내 뜻대로 행동하지 않아도 화내지 않고,아이의 마음에 공감하는 엄마가 되어야 겠다는 다짐을 수없이 했다. 하지만 내 몸이 힘들고 격해지면서 5살, 2살 밖에 안 된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고 있었다. (-43-)
처음엔 아이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접어야 한다는 사실이 슬펐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꿈에 그렸던 일이었고, 승무원의 꿈을 이루지 못했던 아픈 실패 이후 힘든 노력 끝에 강사가 되었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완전히 포기해야 하는 것 같아 아이를 낳은 것부터 후회하기도 했다. (-144-)
나는 두 아이를 출산한 이후 거의 일을 쉬었던 기간이 없었다. 첫째 아이 출산 이후에는 산후우울증을 앓는 것보다 차라리 회사를 나가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 계획했던 육아 휴직도 반납하고 출산 3개월 만에 복직했다. 첫째뿐만 아니라 둘째를 출산한 이후에도 아동 도서 세일즈 및 방문 교사, 유치원 영어 특강 교사, 초등학교 독서 논술 교사, 부모 교육 강사 ,그리고 세일즈 매니저까지,아이들을 키우며 전업이 아닌 시간제라도 수없이 배우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꾸준히 해왔다. (-246-)
작가 장정은님은 15년간 유아동 도서 SALE 및 부모 독서 교육, 보험 세일즈 및 매니지먼트 일을 해온 16년차 워킹맘이다. 임신과 출산 이후, 아내로서, 엄마로서 해왔던 모든 일들, 전업주부가 해온 일들 또한 워킹맘은 자유롭지 못하다는 걸, 작가의 일상 속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었다.그래서인지 이 책 제목 <남편대신 출근하는 워킹 맘입니다>가 불편하게 느껴졌다. 책 제목과 반대로, 아내 대신 출근하는 워킹 파파라고 썼다면, 사회적인 방향이 뜨거워졌을 것이고, 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기는 커녕 이상한 책으로 낙인찍힐 수 있었다. 즉 일하는 워킹 파파는 당연하고, 일하는 워킹맘은 당여하지 않은 우리의 인식 문제가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음을 알게 해주는 책이다.
작가는 여느 워킹맘처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결혼하고, 출산 이후, 자신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산후 조리, 산후 휴가를 내려놓고 출근하게 된다. 그건 우리 사회가 워킹맘에게 프로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주입된 생각이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불안과 걱정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워킹맘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이 책을 읽는 목적도 마찬가지다. 일을 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엄마 일을 소홀히 하면 안된다는 강밥관념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다. 프로 여성은 있어도, 프로 남성은 없다. 보험 일과 독서 강사일을 병행하는 작가의 모습을 본다면, 내 아이를 케어해주면서, 일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선택지이기 때문이다.즉 이 책을 읽고 느꼈던 건 ,우리 스스로 바뀌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을 스스로 선택하고, 워킹맘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필요하다. 건강한 사회, 건강한 가정이 되기 위해서, 워킹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여지가 있는 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