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경찰 불러! - MZ세대에게 들려주는 30년 경찰 노하우
이상현 지음 / 박영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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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검문이 있겠습니다."
20여 일 연속으로 신고된 피해자만 10여 명에 달하는 강간 피의자 A는 얼굴도 신체 특징도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나의 불심검문을 통해 검거되었는데 그 과정을 들여다본다. (-19-)


그러나 2008년 후반까지만 해도 수배자 검거 기간이 되면 지구대, 파출소 경찰관들은 쉬는 날도 출근하여 수사하라고 시킨 것도 아니지만, 같은 부서 팀원들끼리 상호 의논하여 함께 또는 개별로 나와서 수사를 해야만 했다. 이렇게 한 까닭은 일선 지구대와 파출소 단위에서 실적 경쟁을 벌이다 보니 직원들을 다그칠 수 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수배자 검거 기간이 되면 본연의 업무는 모두 제쳐두고 수배자를 찾아 형사처럼 지역 구분 없이 활동해야 자체 검거 실적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41-)


즉 경찰력에 의한 방비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취약성을 그대로 안고 살아가는 것과 같다, 범죄를 예방하려면 이웃간에도 소통하고 내 집과 이웃에 낯선 사람이 서성이면 적극적으로 112신고를 하는 등 이웃 상호간 예방경계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방범의식이 경찰력의 예방순찰과 맞물릴 때 최고의 범죄예방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98-)


주변에 있는 불량 청소년은 본래 그런 유형의 문제아가 아니라, 관심과 사랑이 필요해서 응석을 부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범죄자라고 무시하거나 멸시할 것이 아니라 아픈 마음을 보듬어주는 사랑을 실천할 때 건강한 사회를 만들게 되는 것 같다. (-135-)


요즘에야 그런 대로 봐 줄만 하지만 200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한국의 교통사고 조사계는 거의 시장통이었다. 사고를 내고 경찰서를 방문한 시민들이 어찌나 목청이 다 좋은지 , 큰 목소리가 가해자 피해자 구분의 기준인 줄 알 정도로 자기 주장의 정당성을 관철하기 위해 고성과 말다툼이 만연했다. 일본의 경찰서는 어떤 환경에서 조사하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일본인들도 사고가 나면 어쩔 수 없이 , 원시적인 형태의 고함과 소란 피우는 행동을 뛰어넘기는 어렵지 않을까. (-174-)


나는 1990년 10월 6일 경찰 조직에 입문하였다. 당시 경찰을 대하는 사회 분위기를 들여다보면 앳된 20대 청년인 내가 경찰관이 되어 걸어서 순찰을 도는 와중에 길에서 만난 60대 노인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되어 감사하면서도 요상한 마음이다. 또 순찰을 돌아다니다 보면 할머니들이 손주 손을 잡고 길을 가다가도 "oo 아 순사 온다. 여기서 네가 울면 순사 아저씨가 잡아간다." 하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할머니들의 인식에는 어릴 적 무서워하던 일제경찰의 상징성이 투영되어 있고, 또 사회적으로 경찰관을 비하하는 '짜바리'라는 비속어가 남발되었다. 이런 우리 사회의 밑바탕에 일제 경찰에 대한 반발심이 많이 투영되어 있다는 것을 느꼈다. (-232-)


작가 이상현은 부산 남구 우암동 출신으로 1990년 경찰에 입문하여, 30년간 경찰에 몸담고 있었다.이후 명예퇴직을 선언하고, 부경대학교 경찰학과 공부 후 행정심판 전문 행정사, 탐정으로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은 경찰사용설명서의 기초라고 보면 된다.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고, 나를 보호하는 존재,경찰에 대해서, 적절하게 쓰여져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경찰하면, 처벌의 의미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짭새, 짜바리가 대표적인 경우다. 그건 일제 시대 , 우리 사회에 들어온 경찰 시스템의 시초가 되고 있으며, 지금까지 경찰이 민중의 파수꾼이면서, 국민을 억압하는 이미지로 완성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 경찰의 희노애락을 짐작하게 된다. 그들이 살아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강도 강간 ,성희롱, 성범죄 등등 굵직굵직한 사건들, 그 내막을 찬찬히 살펴 본다면, 우리가 보고 듣지 못하는 경찰을 우롱하는 여러가지 범죄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삶은 겉으로는 여유로워 보지만, 공무원으로서 녹록치 않다는 걸 알 게 된다. 범인을 잡기 위해서, 직감과 이성적 판단에 의존해야 하고, 상황 판단에 따라서, 징계 사유가 나타날 수 있다.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상황도 나타난다. 길을 걸어가면서 직업적인 버릇이 나타난다. 작은 오판 하나가, 자신의 직업적인 문제, 생계와 결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구대, 파출소간 경쟁이 일어나면, 수배자들을 색출하려는 과정에서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꼴지가 되지 않으려는 몸부림이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 공포탄을 쏘아서 범인을 잡아야 하는 현실, 술에 취한 취객인줄 알았더니, 돌아보니 뇌출혈에 의해 쓰러져 사망하게 된 사건이다. 경찰의 기본 책무를 소홀히 하여, 어떤 사망 사건이 발생할 때, 그 책임은 전적으로 경찰 몫으로 남는다. 즉 경찰로서 상황 판단이 잘못되면, 어떤 일이 나타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 범인을 잡는 것이 먼저일까, 자신의 안위를 살피는 것이 먼저일까, 용기와 회피 사이에서 흔들릴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 눈앞에 폭력이 발생할 때, 정당방위로 서로 폭력을 행사할 경우 , 자칫 피해자와 가해자가 섞인다면, 자신이 피해자라 할지라도 가해자가 될 수 있다. 즉 서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불분명할 때, 지목하는 사람과 지목 당하는 사람이 서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될 개연성이 충분하다. 즉 어떤 폭력이 발생할 때는 그 폭력에 휘말리지 말고, 즉각 신고하는 방법이 있지만 작가는 경찰의 입장에서 문제해결책을 제시할 뿐, 그렇게 할 경우, 스스로 왕따가 되거나,배신자로 낙인 찍힐 수 있다. 무조건 삼십육계 줄행랑,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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