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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처음 가는 4학년 ㅣ 아주 좋은 날 책 한 권 3
조연화 지음, 장인옥 그림 / 아주좋은날 / 2021년 9월
평점 :
저는 도시와 산과 강, 바당와 어우러진 재미난 곳에 살고 있어요. 그중 옥룡 계곡으로 올라가는 입구에는 초록색붕어방을 파는 할아버지가 계세요. 언제부터 계셨는지 기억도 안 나요. 젊은 아저씨였을 때부터 늘 계셨거든요, 아저씨는 커다란 식당을 할 때보다 붕어빵을 팔며 더 큰 돈을 버셨대요. (-4-)
까만 눈썹, 맑은 눈동자, 그림자라도 생길 것처럼 오똑한 콧날에 살포시 지은 미소, 다부진 턱, 국수가 왜 그렇게 요란을 떨었는지 알 것 같았다.
'뒤통수까지 잘생긴' 그 아이는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았다.하지만 시아 손은 레몬 패치로 가지 않았다. 하얀 재킷에 줄무늬 셔츠, 밝은색 청바지를 입은 모습이 한눈에도 깔끔해 보였다.
"앞으로 잘 부탁해! 난 송견우라고 해."
(-38-)
시아가 천천히 마스크를 내렸다. 복숭앗빛으로 물든 시아의 볼이 드러났다. 견우가 시아를 뚫업지게 보았다. 늘 눈만 보다가 처음 보는 시아의 얼굴이 낯설어서 놀린 눈치였다. 견우의 시선에 시아의 얼둘이 더 달아올랐다. 견우가 엄지를 높이 치켜올리며 활짝 웃어 주자, 비로소 숨이 제대로 쉬어지는 듯했다.
"푸하하, 너구리다, 너구리!"
국수가 웃어댔다. 하얀 마스크 자국 위로 눈만 구릿빛으로 그을린 시아 얼굴이 정말 판다 같기도 하고, 너구리같기도 했다. 시아가 국수를 흘겨보았다.(-66-)
웃지 않는 견우란 상상하기 어려웠다.
"여긴 숲이잖아, 공기가 아주 좋아."
견우가 천천히 말하고는 시아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공기가 좋은 곳에서는 바스클르 쓸 필요가 없다는 말 같았다.
"견우야, 내일 방송할 때는 마스크 벗을 거야. 그래서 더 방송을 하고 싶은 거야." (-92-)
일상이 바뀌었고,생활이 달라지게 된다. 이 책에 등장하는 페버 바이러스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 19 팬데믹이다. 시아와 국수, 그리고 전학온 견우까지 ,책에서 느껴지는 4학년의 일상은 학교에 가는 것이 조심스러운 가운데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하게 되었다. 바이러스에 걸릴 이들과 그로 인해 마스크를 써야 하는 그 모습, 시아 TV 채널을 만들고, 구독자가 늘어나게 되는데, 새로 전학온 견우는 자연스럽게 시아 옆 자리에 앉게 되어 짝궁이 되었다. 혼자 있었던 시아가 옆에 견우가 앉음으로서, 반에서 관심을 받게 되는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앞으로 미래에 지금 현재의 모습을 어떻게 밮라볼 수 있을까,매일 매일 마스크를 쓰고, 칸막이가 앞에 놓여지고, 칸을 띄워서 앉게 된다., 서로 조심조심스럽게 대면접촉을 하게 되고, 묘한 긴장감이 흐르게 되었다. 자신의 잘잘못이 아님에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고 해서,이상한 아저씨 취급을 받은 그 모습을 보면,우리는 이제 현재에 적응하게 되었고, 그 적응하는 일상 속에서 나와 다른 이질적인 것을 찾아내게 된다. 일상 속의 소소한 변화가 답답하게 느껴지지만, 그 나름대로 새로운 것을 찾아내려는 인간의 모습들,그 모습들이 반복되고, 내 삶이 바뀌게 되는 행복감에 젖어들게 된다. 마카롱 가게와 초록 붕어빵 가게, 이 두 가게 속에서,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항상 타인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고, 이해와 공감 속에서 사람에 대한 따스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이유는 그것이 내 삶을 녹여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