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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엄호텔 ㅣ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2
마리 르도네 지음, 이재룡 옮김 / 열림원 / 2021년 9월
평점 :



장엄호텔은 할머니가 죽은 뒤부터 더 이상 예전 모습이 아니다. 쉴 새 없이 변기를 뚫어줘야만 했다. 습기 때문에 벽지가 일어났다. 장업호텔은 지하수 기반 위에 세워졌다. 그건 할머니의 잘못이다. 누구도 늪지대에 호텔을 지은 적이 없었다. 자기만의 호텔을 갖는 것, 그건 그녀의 오랜 꿈이었다. 잘해보라고 한 일이었다. 그녀는 방마다 세면기를 설치했다. 그 시절 이 지방에선 유일한 것이었다. 그녀는 장엄 호텔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개업 날 찍은 그녀 사진이 있다. (-11-)
그녀 옷이 헐렁하다. 꺼져 들어가는 빈약한 그녀 앞가슴이 눈에 들어온다. 그녀는 부끄러운 줄 모른다. 나는 보지 않을 수 없다. 그게 그녀를 짜증나게 한다. 그녀가 자러 갈 때면 언제나 그녀 방까지 따라가는 남자가 있다.의심했어야 했다. 아델이 뭘 하건 나완 상관없다. 내가 끼어들 이유가 없다. (-25-)
아델은 세일즈맨에 대한 자신의 충고를 듣지 않았다고 계속 비난을 퍼붓는다. 자기 말을 모시한다는 거다. 정워은 진흙구덩이가 되어 버렸다. 땅이 녹은 것이다. 나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정원에서 묻어 들어오는 진흙으로 장엄은 지저분해졌다. 방마다 습기가 찬다. 모기 떼도 다시 돌아왔다.뜨내기 손님만 있다. (-64-)
지질학자들과 늪까지 동행하는 건 내 일이다. 아다는 등의 근육이 너무 아프고 자기는 좋은 안내자가 못 될 거라한다. 내 생각엔 그건 가지 않으려는 핑계다. 그녀는 늪에 대한 관심을 잃었다. 전염병이 돌고 새들이 죽은 후부터 늪을 멀리한다. 늪은 응큼하고 숨겨진 위험으로 가득하다는 것이다. 사람이 바뀔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아델은 호텔보다 늪을 좋아했는데 이제는 늪보다 호텔을 좋아하니 , 정원도 이제는 더 이상 정원이 아니라 늪이라며 그곳에 나가지도 않는다. (-97-)
언니들 방이 열쇠로 잠겨 있다. 열수 없다. 열쇠공을 불러야 했다. 열쇠공은 전염병 때문에 호텔에 들어오지 않으려 한다. 그가 내게 만능 열쇠를 주었다. 방에 들어가면 어떤 광경이 기다리고 있을까? 예감이 적중했다. 생각했던 대로다. 일이 터진 것이다. 중앙 대들보가 주저앉았다. 다행히도 언니들은 조심성이 있었다. 대들보 밑에 있던 침대를 한쪽ㄹ으로 치웠던 거다. 침대는 부서지지 않았다. 방 한가운데에는 작은 돌들과 대들보 조각이 있다. 천장에 커다란 구멍이 났다. 할머니가 샀던 크리스털 전등도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지진이 일어난 느낌이 들었다. (-143-)
인간은 참 독특하고,오묘한 존재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욕망은 남들은 결코 꿈꾸지 않고,기대하지 않고, 다가가지 않으려는 미지의 세계를 탐내는 경우가 있다. 결코 넘어서면 안 되는 곳, 넘어서지 않으면 편안하고, 안전한 그곳에 가만히 있지 못하고, 미지의 호기심에 내 마음을 의지하게 된다. 소설 <장엄호텔>은 그런 인간의 속성과 존재, 욕망이 잘 표현된 이야기,현대판 묵시록이라 한다. 작가 마리 르도네는 1948년에 태어나 <장엄호텔>을 쓴 시점이 1986년이다. 이 소설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늪이라는 장소에서 일어나는 인간의 삶이다. 소설의 중 매개체는 늪과 철도이다. 늪은 자연이고, 인간의 이기에 의해 만들어진 철도는 인공이다. 이 두개가 겹쳐지는 곳에 장엄 호텔이 들어서게 된다. 철도가 지나가기 위해서 ,철로가 놓여지게 되고, 그 장소가 하필 늪으로 우거진 곳이다. 늪을 가로 지는 철로, 그 위에 지어진 장엄호텔은 유일한 호텔이며, 인부가 잠잘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 인부들이 영구적으로 장엄호텔에 머물거나 , 순환적으로 잠을 청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인공 세자매는 할머니가 살았던 시기의, 장엄호텔의 번성기를 지나, 쇠퇴기로 접어드는 장엄 호텔을 인수하게 되었고, 상속 재산이기도 하다. 인부가 떠난 장소에는 뜨내기들만 왓다가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질적으로 호텔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주체는 언나 아델과 아다가 아닌 두 언니의 여동생 막내이다. 이 소설은 그 막내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펼처 나가고 있으며, 장엄호텔이 서서히 늪에 빠져드는 그 순간을 디테일하게 잡아내고 있었다. 늪이 가지고 있는 자연적인 조건이 서서히 자엄호텔을 삼키고 있응믈 보여주는 대서사시의 형식을 띄고 있었다. 이 소설과 다른 이야기, 대한민국에는 수많은 탄광이 있었다. 탄광에서 탄을 캐고, 철로로 그 석탄을 전국으로 운반하게 된다. 탄광이 있는 산 주위로 철로가 놓여지고, 사람이 모이고, 자연스럽게 경제가 형성된다. 그 과정에서 사람이 잘 수 있는 호텔이나, 모텔,여인숙이 생겨났. 그러나 석탄산업이 쇠퇴하고, 난 뒤 사람들은 서서히 그 장소르 떠나게 되고, 장소와 공간이 남게 된다. 사람은 떠났지만, 이 소설에 등장하는 장엄호텔과 같은 경제적 이익이 전혀 없는 관리비용만 들어가는 낡은 호텔이 있을 뿐이다. 서서히 무너지게 되고, 경제적인 회복 효과는 요원하다. 무너질 때로 무너지는 그 느낌,그것이 이 소설의 세밀한 곳까지 파고 들어가고 있었다. 늪과 탄광이라는 서로 다른 장소적 특징이 있지만, 결코 소설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는다.
*이 글은 컬처블룸 카페를 통해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