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극장 폴앤니나 소설 시리즈 5
홍예진 지음 / 폴앤니나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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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붉은 벽돌 건물 앞 계단을 올라온다. 아름다운 극장을 보고 마음을 빼앗긴듯 그들의 얼굴레 감탄과 긴장이 내비친다. 이내 로비가 술렁댄다. 오디션을 보러 온 배우들의 기대감이 이 공간에 들어차는 것이다. (-9-)


수찬의 아버지가 유학을 마쳤을 무렵 조선은 식민지 유화정책으로 그나마 살만했던 1920년대였다. 신문잡지 출간이 쇄도했고, 출판인이 되고자 했던 그도 시대의 바람에 실려 꿈을 이루었다. 월간 <여울목>이 발간되기 전날 밤, 그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일제 치하에서 간행물을 낸다는 것은 까다로운 일이었다. (-60-)


"잘 왔소 , 동무 ! 대학에서 연극을 한다고?인물이 좋아서 선전효과가 크겠어. 우리 경비대 협주단과 뜻을 같이 할 줄로 믿겠소.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내무실 소속 선무단장 이수용이요."
이수용은 인석과 인우에게 기다리라고 하더니 밖으로 나갔다. 인우와 인석에게 귓속말을 했다. (-102-)


덕희의 고향은 청진이었다. 함경도에 살다가 왜 황해도에 이주한 건지 물었을 때 덕희는 대답을 피했었다. 이야기를 풀어놓은 건 만남이 거듭되어 인석에게 신뢰가 쌓인 후였다. 어릴 적 덕희는 아버지를 좋아했다. 마을 사람들은 덕희에게 함부로 하지 못했다. 일본이 패전을 선언한 얼마후 ,사람들이 마당에 모여 고함을 질러댔다. 아버지는 마당 한가운데 꿇엉앉아 있었다. (-148-)


"윤희는 벌을 받아야 해! 잘못을 모르거든. 그런데 여길 오지 않으니 벌을 줄 수가 없네! 그러니까 네가 대신 받아! 윤희가 받아야 하는 벌을 네가 받으라고. 그러면 윤희도 알게 되는 거야. 자신이 한 짓이 초래한 결과를!" (-207-)


지은은 노인이 아트센터에 온 목적을 상기하고 화재를 돌렸다. 윤희는 창업주의 과거사 문제와 공연 취소사건을 놓고 벌어진 소송 문제로 변호사를 만나러 간 참이었다. 노인은 조금 기다려보다가 돌아가겠다고 하고는 서가로 눈을 돌렸다. (-242-)


출발 시간까지는 40여 분 가량이 남았다. 맞은편 여자의 무릎에 앉은 흑인 아기가 상원을 빤히 보다가 방긋 웃었다. 아기 엄마는 상원과 비슷한 또래로 보였는데, 같은 비행기를 타는 걸로 보아 그 도시 거주자일 거라고 짐작되었다. 한국에 사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그곳, 앞으로 보름간 머물게 될 그 도시 거주민으로 짐작됮는 여자의 인상착의가 상원의 마음을 끌었다. (-278-)


우연과 필연, 인간의 삶이 그 인간의 역사가 되고, 각 개인의 역사들이 씨줄과 날줄이 되어 하나의 큰 줄기의 역사가 되고 있었다. 역사란 인간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나의 삶을 검증할 수 있는 주춧돌로 존재하고 있었다. 한 권의 책에서 엿볼 수 있는 이야기들 속에서 작가의 의도는 70년간의 우리의 역사를 거스러 올라가고 있었다. 1929년에 태어난 차인석, 차인석 주변인물들, 상원과 상원의 할머니 영임, 수찬은 소나무극장을 차려서, 누군가의 삶을 지탱하는 명분을 찾아내 삶을 엮어나가고 있었다. 북한과 남한이 분리되지 않았던 그 시절, 낭만속의 우리의 과거의 모습이 슬픔과 뒤섞이면서, 덕희네와 효선이의 삶 ,그들 삶의 내밀한 곳에 감춰진 인생의 비밀들은 남한과 북한이라는 서로 다른 이념과 이데올로기가 중첩된 그 시절,예기치 않은 일이 한 사람의 운명을 어떻게 흔들어 놓는지 판단하게 되며, 그 안에서 현재의 삶이 과거로 가면 갈수록 어떤 일이 중첩적으로 엮여진 상황에서 만들어낸 삶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즉 현재 나의 삶이 온전히 나의 의지로 완성된 것이라고 착각하는 이들에게 이 소설은 나의 삶을 역사라는 큰 줄기 속에서 , 내 삶은 그 중 한가닥 가지를 뻣어서 가지를 내린 삶이며, 누군가의 사랑과 로맨스가 내 삶과 결부되고 있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100년 전 1920년대,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교차되고 있으며, 그 안에서 내 삶의 방향성과 인생 스토리까지 잊혀진 누군가의 흑백 사진이 나의 삶에 다양한 무지개색으로 채워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작가의 의도가 어디까지 흐르는지 감지할 수 있는 나의 삶이 역사로 결부짖는 그 과정에 묘사되고 있었으며, 연극을 하기위해 만들어진 소나무극장의 주인 수찬의 삶을 고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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