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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팠고, 어른들은 나빴다 - 최재훈의 다양성 영화 ㅣ 걷는사람 에세이 10
최재훈 지음 / 걷는사람 / 2021년 8월
평점 :
하지만 다양성 영화는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샛길로 빠져 길을 잃은,혹은 타야할 비행기를 놓쳐 망연자실하게 멈춰 선 작은 사람들의 종종걸음을 바라본다. 지도를 읽는 법을 모르는 길치에게 주어진 화살표일 수도 있고, 삐뚤 빼뚤하지만 꾹 눌러쓴 일기처럼 흔적을 남기는 것일 수도 있다. (본문)
영화에는 두 남매가 나온다.아바와 고모, 그리고 옥주와 동주 남매다. 할아버지 집에 모인 어린 남매와 이혼한 남매는 가끔 토닥거리지만 다시 서로를 위한 든든한 가족이 된다. 윤단비 감독은 문득 그리워지는 시간, 별것도 없는데 아련해지고야 마는 우리의 어떤 시절을 상자 안에 가득 담아 관객들 앞에 툭 던진다. (본문)
1990년대만 해도, 새로운 영화가 개봉되면, 그 영화의 주요장면을 직접 그리는 영화 간판쟁이가 있었고, 그 간판이 입점하는 소규모 극장이 지역의 거점으로 하나의 추억의 공간처럼 채워지게 된다. 영화 철도원, 러브레터도 그 영화관에서 직접 보았다. 대도시에 큰 멀티플렉스가 등장할 때지만 하여도,내가 사는 곳은 여전히 캠 영화보다 조금 더 나은 수준에 불과한 극장이 대부분이었다. 영화 한편을 보기 위해서 가까운 안동으로 가서 이중으로 돈을 지불하고, 영화를 봐야하는 불편함이 있었으며, 항상 문화적 아쉬움을 갈망한 적이 있다. 다행스럽게 지역에 시외버스터미널이 이전하고, 그 자리에 큰 멀리플렉스가 등장하게 되었고, 모처럼 화면이 깨끗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다양성 영화는 상업 영화에 밀려서 여전히 보지 못하는 상황이다. 다양성 영화란 상업영화의 틈새에 있는 독립 영화에 해당되었고, 한 때 세월호 참사를 기록한 영화들이 독립영화의 형태로 나온 적이 있다. 영화 편집에서 길이의 제한, 장면의 제한의 한계를 넘어선 영화가 대부분이다. 상업적 논리, 자본의 논리에서 벗어난 영화들, 소시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농밀한 영화들이 다양성 영화에 주단골처럼 언급되고 있으며, 책에는 여섯개의 테마로 <지독한 성장>,<소수의 사랑>,<고독한 위안>,<해진 꿈과 인생>, <낮고 깊은 울림> ,<여성 ,쉼표가 바꾼 시간들> ,이렇게 24편의 다양성 영화가 소개되고 있다. 그중에서 나의 경우 성수대굘르 모티브로 한 영화가 눈에 들어왔다. 20여년전 실제 있었던 그 영화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우리 삶의 한 편 편린들을 영화속에서 느낄 수 있고, 그 가치를 하나의 영화 속에서 이해하게 된다. 다양성 영화는 우리 사회의 약자들, 소수자들, 그리고 사각지대를 비춘다. 허구와 실제가 교차되는 가운데, 영화감독의 독특한 편집과 세상에 대한 해석이 도드라지게 된다. 독립영화라고 하고, 때로는 실험영화라 하는 그 다양성 영화에서 대박난 영화로 워앙소리가 있으며, 다양성 영화가 10만을 넘어서면 대박이라 했던 것과 비추어 볼 때 300만을 넘긴 그 영화가 다양성 영화를 만드는 독립 영화감독에게 희망과 꿈이 되기도한다. 즉 음지와 양지가 교차된 과정에서 우리가 보지 못했던 사각지대의 삶,그것을 다양성 영화를 통해 끄집어내면서, 건강한 사회로 바꿔 나가기 위한 하나의 목적성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