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시의 남자 - 오후 다섯 시를 살아가는 중년을 위한 공감 에세이
박성주 지음 / 담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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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상황을 어떻게 여기고 있을까, 나는 나에게 어떻게 비칠까?' (-5-)


내가 다시 살 수 있다면 많은 착오를 범하고 싶다. 지금 살았던 것보다 더 어릿헉게 행동하고 싶다. 더 많은 기회를 가질 것이며, 더 많은 여행을 할 것이며, 더 많은 산을 오르고 더 많은 강을 건널 것이다.
오! 나 자신만의 시간이 있었더라면!
그래서 난 나에게 속한 더 많은 시간을 경험해 보고 싶다. 내가 다시 살 수만 있다면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맨발로 다니고 싶다. 회전목마를 더 많이 타고, 더 많은 일출을 보고, 더 많은 아이들과 놀 것이다. 내가 다시 한번 살수만 있다면. 

-여든 다섯 살 되신 할머니의 메모-

처음 글을 읽고 '참 좋은 글이다!'라고 생각했다. 몇 번을 읽다 보니 글이 내 가슴에 자국을 남긴다. 할머니의 이야기가 아니라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들렸다. 30년쯤이 지나서 나는 어떤 글을 , 어떤 마음을 남기게 될까. (-69-)


기록은 기억과는 완전히 다른 힘이 있다. 기억은 과장되고 왜곡될 가능성이 있지만, 기록은 냉정하다.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변함이 없다. 말하듯이 나의 이야기를 남겨보자. 한 번만 쓸 것이 아니라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기록으로 남겨보자. 평범한 일상이 특별한 스토리로 남게 될 것이다. (-117-)


일본 규슈의 운젠에 있는 작은 여관을 다녀온 것은 20년 전의 일이다. 온천이 있는 조그만 마을이다. 버스터미널이 있는 마을 시작에서 지옥 온천이 있는 끝에까지 걸어서 10분이면 갈 수 있는 아담한 곳이었다. 우체국과 소방서 같은 관공서 건물들은 마치 장난감처럼 아기자기한 모양을 하고 있고, 동네 사람조차 연기자들이 아닌가 싶게 부드럽고 환한 미소를 건넸다. 아내와 그곳을 다녀와서 농담처럼 얘기했었다.
"혹시 급하게 해외로 도망해야 할 일이 있다면 운젠의 여관에서 기다릴게." (-164-)


체험 프로그램이 아니라 진짜 죽을 뻔한 기억이 있다. 중학생 때 동네 형들이랑 개울에 갔다가 물에 빠졌었다. 희한하게 지금도 그 순간이 생생히 기억난다. 그 짧은 시간에 어떻게 그런 많은 생각이 스쳤을까 의아했다. 어린 나이지만 나무관이나 가짜 유언장하고는 비교할 수 없는 출격을 받았다. (-204-)


나이 오십 중반이 되면, 나도 저자처럼 비슷한 생각을 할까 , 나의 상황과 나의 존재, 그리고 나의 과거까지 들여다 보게 될 것 같다. 살아가고 살아지는 관계 속에서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살아가는 나를 들여다 보게 된다. 조금만 참아야지, 조금 더 느긋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그 안에서 나를 챙길 수 있는 것 하나 하나 주섬주섬 꾀고 싶어지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이유도 잘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다 살면서 나에게 던져진 숙제에 문제를 풀지 못한 채, 내몰릴 때가 있었다. 잘 살아왔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현재 살아있음에 만족해야 하는 경우가 일상이었다. 나의 현재에 대한 불평 불만에 집착하게 되면서, 내 삶에 대한 감사함, 미안함이 누군가의 글귀에서 읽혀질 때, 살아갈 이유좋차 허공에 뿌리고, 쥐구멍에 숨고 싶을 지경에 놓여지게 된다. 나보다 먼저 살아간 그들의 모습 속에서, 나의 자아와 나의 속살을 들여다 보면서, 나의 삶을 기록해야 할 당위성과 기록이 기억으로 바뀐다는 걸 스스로 감지하게 된다. 즉 이 책을 통해 내 앞에 놓여진 삶이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알게 되며, 나의 삶에서 중요한 것들을 놓치며 살아가는 걸 감지하게 된다면, 현재의 삶에 대해서 나에 대해서 , 고마워 할지 모른다. 이 책에서 느낄 수 있는 누군가의 따스한 삶의 희노애락, 나의 과거 속에서 놓쳐지나간 위로의 새싹들에 대해서, 현재의 나를 만든 '목적있는 삶'이 앞으로 내 앞의 미래에 놓여진 삶을 반추해 나가게 된다. 미래의 나 ㅈ바신이 현재의 나에게 무언가 암시하는 좋은 글을 발견하게 된다면, 내 삶은 더 풍요로운 발자취를 남기게 될 것이다.그리고 오십 중반이 육십중반이 되고, 육십 중반이 칠십을 넘어가는 것이다. 삶과 죽음의 경로 이탈, 오늘 보았던 사람이 내일 볼 거라고 기약할 수 없다. 하지만 그걸 알게 된다면, 내 앞에 놓여진 시간의 편린들을 잃어버리지 않게 될 것이다. 살아가면서 놓치고 지나간 수많은 '다섯 시'를 나를 위한 삶으로 채워 나간다면, 의미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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