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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소울메이트 (리커버 아트에디션)
조진국 지음, 유대영 그림 / 포춘쿠키 / 2020년 8월
평점 :
품절
처음 좋은 사람을 만났을 땐, 사랑이 핑크색인 줄 알았습니다. 말없이 나를 향해 웃어주기만 해도 볼은 분홍색으로 달아올랐고, 키스하고 싶어서 입술은 머뭇거렸고, 잠자리에 누워서도 자꾸만 그 사람의 얼굴이 꽃잎처럼 피어났습니다. (-8-)
더 좋은 사람 만나서 잘 살라고 빌어주는 이별은 없다. 낵라 만져주던 그의 부드러운 머릿결, 내 입술이 닿던 그의 어린 입술, 나를 안아주던 그의 뛰는 가슴이 나 아닌 다른 사람의 것이 될 걸 알면서 어떻게 좋은 사람 만나라고 빌어줄 수 있을까. 매일 그림자처럼 붙어 다니며 , 같은 세상을 나누던 우리를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찢어놓는 이별이 어떻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76-)
내가 당신을 사랑할 때의 1분은 그냥 60초로 이루어진 1분이 아니다. 나에게 그 1분은 우연히라도 당신과 부딪치기를 소망하면서 100시간을 기도한 끝에 '잠깐 마주친 1분이고, 혹시라도 메신저에 로그인할까봐 24시간을 기다린 끝에 "오랜만이네요, 잘 있었어요?"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붙인 1분이다. (-148-)
어지럽게 꼬인 선처럼 내가 원하는 그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갈망하고 ,나는 나를 원하는 사람을 외면하기도 한다. (-214-)
키스도 더 이상 입술과 입술이 맞닿는 단순한 육체적 행위가 아니라 두 사람의 영혼을 이어주는 의미가 된다. 사랑은 들리지 않는 소리까지 들리게 하고 보이지 않는 것까지 보게 한다. 심장이 눈과 귀의 역할까지 하기 때문이다. 밝은 대낮에는 조재하지도 않았던 시계의 초침 소리가 깊은 어둠 속에서는 명료하게 잡히는 것처럼,연애에서는 느끼지 못하던 것을 사랑은 포착해낸다. 사랑하는 사람의 새근거리는 숨소리와 침 삼키는 소리까지 들리고, 웃고 있는 얼굴 뒤에 숨어 있는 고민과 걱정까지 보인다. 귀와 눈이 발견하지 못하는 것을 가슴은 귀 기울여 찾아낸다. 연애는 입술을 떨리게 하지만 사랑은 가슴을 떨리게 하기 때문이다. (-279-)
사랑은 만나기 위해서 웃으며 뛰어오는 앞모습 뿐만 아니라 작별하는 뒷모습까지 챙겨주는 것이다. 만나는 기쁨 뿐 아니라 아쉬운 작별의 순간까지 살피는 사랑이 진짜 사랑이다.
만남의 기쁨 뿐만 아니라 작별의 순간까지 외면하지 않는 당신은 진짜 이별이 왔을 때 혼자 도망가지 않을 것이다. (-320-)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랑에 천착하게 된다. 사랑하는 그 순간 내 앞에 놓여진 사랑이 절대 떠나지 않을거라는 착각 속게 빠질 때가 있다. 사랑은 움직이지만 나는 결코 그 범주에 해당되지 않을거라는 착각에 바지게 된다. 그래서 사랑은 후회와 연결되고,진짜 사랑과 가짜 사랑의 경계에서 줄타기를 시도하게 된다. 가끔 나 스스로 사랑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나 같은 사람을 사랑할 그 누군가 있을까 진지하게 생각할 때가 있다.나의 사랑에 대해서, 스스로 낮출 수 밖에 없는 순간, 나에게 사랑이란 사치였고, 누군가 아픔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주저하게 된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사랑의 한 형태를 반어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내가 미처 보지 못한 그 사랑, 내가 바라보고 있는 그 사랑, 만약 나를 사랑하는 그 누군가를 직감적으로 찾아앨 수 있다면, 그 사랑은 완벽에 가까운 사랑이 될 수 있다. 우리가 꿈꾸는 진짜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내가 사랑하는 그 존재가 ,나를 사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진짜 사랑이란, 시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지막을 정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배려와 정성이 사랑에 왜 필요한지 깨닫게 된다. 우리는 그것을 놓치고 있을 때가 많았고, 나 자신의 사랑에 대해, 비하하게 된다. 사랑의 끝맺음이 항상 서툴다. 사랑이라는 것이 때로는 나를 스스로 옥죄고, 때로는 나를 무덤 가까운 곳으로 인도할 때가 있다. 그래서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랑의 형태는 나에 대해서 나 스스로 갈등의 기폭제가 될 때가 있다.하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의 증거다. 이 책에서 사랑에 대한 정의가 확연히 눈에 들어왔다. 내가 누군가에게 관심 가지는 것을 넘어서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고 싶은 그 마음이 사랑이었고, 감정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읽어내고 싶어진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곳까지 들여다 보고 싶은 심리가 사랑이다. 그것은 필연적으로 사랑이 희극 혹은 행복이 될 수 있고, 비극이 될 수 있는 개연성도 있다. 소위 사랑의 끝판왕,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그 시대에만 있는 게 아닌 , 지금 현재에도 유효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사랑하되 그 사랑을 아껴 쓰고, 좋아하되 선을 넘지 않는 진짜 사랑에 대해서 하나 하나 검증에 들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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