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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잘못이 아니야, 나탈리! ㅣ 책마중 문고
질 티보 지음, 이정주 옮김, 마리 클로드 파브로 그림 / 어린이작가정신 / 2021년 8월
평점 :
내이름은 나탈리예요. 나는 간단한 비밀 이야기 정도는 친구들과 얘기해요. 샹탈이 질베르를 좋아하고, 질베르가 파트리스의 연필을 훔쳤고, 파트리스는 베르나데트를 좋아하지 않고, 베르나데트는 줄리보다 더 커 보이려고 굽 높은 구두를 신는다는 것쯤은 다 알고 있어요. 줄리는 네 단짝이에요. 난 줄리의 모든 비밀을 알아요. 마음속 이야기까지 말이죠. (-7-)
이 끔찍한 비밀은 어떤 아저씨만 알아요. 그 아저씨는 나하고 자주 텔레비전을 봐요. 내가 목욕하면 나를 씻겨 주려고 해요. 그리고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며 사탕이랑 장난감을 사 주고 돈을 줘요. (-8-)
언젠가 내가아주 위대한 사람이 된다면 사람 속까지 깨끗이 씻어 낼 수 있는 비누를 만들 거예요.이 더럽고 새까만 비밀을 저 목욕물과 함께 하수구로 내버리고 싶어요. 다시 전처럼 예쁘게 잘 웃는 내가 되고 싶어요. 다시 전처럼 말이에요. 다시 전처럼(-23-)
양호실로 가면서 미술반 앞을 지나갔어요. 어서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따뜻한 햇살 아래 예쁜 꽃밭을 신나게 달리는 여자아이를 말이죠. (-45-)
지나고 보면 놓치고 가는 일상들이 있다. 우리는 어떤 개념을 알기 전에 그 개념의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8살 이전까지 세상에 대한 호기심 뿐인 삶에서, 토등학교 때 배우지 못했던 어떤 개념들, 그 개념을 뒤늦게 알고 자신의 혼란스러움에 주체하지 못할 때가 있다. 소위 어른들이 행하는 어떤 비도덕적인 행위가,그것이 도덕이라는 개념조차 완성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비참한 삶을 안겨줄 때, 느껴야 하는 어떤 상황이 스스로 삶을 버려두게 된다. 즉 이 책을 읽게 되면, 우리의 삶을 반추하게 되고, 나탈리가 경험한 그 고통의 실체가 어디까지 연결되는지 알게 된다면, 사회적인 변화와 보호막이 필요하다는 걸 깨우치게 되고, 사회적인 제도의 보완점을 알 수 있다.
나탈리는 이름에서 보듯 어린 여자이다. 아직 학교에 다니고 있으며, 끔찍한 비밀을 숨기고 있었다. 아저씨의 의도된 협박, 자신의 비밀을 누설하는 그 순간, 그 뒷감당은 나탈리 스스로 책임저야 한다는 사실이 비침하고, 무서워지게 된다. 즉 스스로 비밀을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지만 ,절대 말할 수 없었다. 말할시 그 책임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라고 생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를 무서워하는 사람이 나를 무서워하게 하지만, 때로는 잘해준다. 소위 어떤 일에 자기가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동조하게 되는 우리의 나쁜 모습이 고스란히 알 수 있다. 즉 나탈리 스스로 움직이지 않았고, 자신의 비밀을 누군가에게 말하지 않아서 생기는 비찬한 기분이 연속적으로 일어나게 된다. 단순히 어떤 범죄 뿐만 아니라 폭행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에서 어린이집에서 발생하는 폭력이나 성폭력에 대해서 쉬쉬거리게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으며, 걸면 걸린다는 의미가 여기에 담겨진다. 아동 성번죄가 끊이없이 발생하는 이유, 어른들의 욕망이 사라지지 않고, 그것을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채우려는 것, 그로 인해 나탈리 스스로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하게 되는 또다른 이유가 될 수 있다. 즉 나탈리 스스로 자신의 비밀을 말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이 내 자녀가 어던 일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유는 스스로 그런 불쾌한 경험을 내재화하고 있으며, 그것에서 스스로 벗어나지 않고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