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의 쓸모 - 삶에 허기진 당신을 위한 위로의 밥상
서지현 지음 / 허들링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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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자취방엑서 그가 만든 김치볶음밥을 처음 맛본 날 여자는 김치 국물까지 여지없이 마셔 버렸다. '이 남자, 이 정도 솜씨면 못하는 요리가 없겠구나', 더는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언제라도 남자에게 김치볶음밥을 주문할 수 있는 길을 택했다.

남자의 김치몪음밥을 먹어 본 지 10년이 되어 간다. 뒤늦게 밝히지만 남자가 할 줄 아는 요리라고는 여직 김치볶음밥 밀고는 없다. 반드시 가위로 김치를 자르는 그의 소신 조리법조차 옂ㄴ하다.힘들이지 말고 칼로 김치를 다지라고 하면 고개를 단호히 내젓는다. 김치만 말고 집에 있는 자투리 채소도 좀 넣으라고 하면 그건 김치볶음밥이 아니라고 한다. 한 번씩 생색내며 김치볶음밥을 망들어주는 남편에게 농을던져 본다.

"결혼하고 10년이 지났는데 ,이제 ㄷ자른 메뉴 개발할 때도 되지 않았어?"
"원래 맛집이란 게 그래, 오직 한 메뉴만 파는 법이지." (-48-)


배고픈 아이는 악을 써 가며 젖을 찾는다. 반대로 배가 부르면 단호히 거절할 줄 을 안자. 사람은 굳이 배우지 않아도 스스로 먹는 양을 조절할 줄 아는 존재다. 고작 10개월 된 아이가 자기만의 속사정으로 젖을 거부한 일을 통해 새삼 깨닫게 된 사실이다. 이 일 이후로 아이의 의사 표현을 더욱 존중하게 되었다. 아이는 제 몸이 원하는 음식을 꼭 필요한 만큼만 받아들인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먹는 일 뿐만 아니라 여타 모든 일에서도 자신에게 꼭 맞는 결정을 내리며 제 앞가림을 할 줄 아는 아이로 자라나기를 한없이 응원하게 되었다. (-60-)


'사람 관계라는 게 늘 부족하고 나약한 법인데, 어쩜 우린 이렇게 오랜 기간 한결같은 사이로 지내 왔을까요. 이젠 제법 숨결같이 편안하고 다정해졌는데...섭섭한 마음일랑은 뒤끝없이 개운한 가을무의 맛으로 달래 봅니다. 잘 가요.이 맛이 생각날 때면 언제라도 들러요.'(-143-)


올해에도 교사와 학생들이 간간히 텃밭을 돌본 모양이다. 딸아이 하교 시간에 대어 교문 앞에 서 있는데 저 멀리서 아이가 보였다.엄마를 발견한 아이는 한 손으로 연둣빛이 선명한 봉지를 쳐들고 냅다 달려오고 있었다.

"엄마, 내가 텃밭에서 상추 따왔어! 이거 엄청 싱싱홰. 헉헉 ,가위바위보 이겨서 가져온 거야!" (-187-)


어쩌면 삶이란 케이크를 한 조각에 덜어내는 일과 같을지 모른다. 언젠가 결국 케이크조각이 남지 않는 순간이 올 것이다. 삶은 어느 날 갑자기 멎지 않고, 다만 서서히 스러져 갈 것이다. 케이크를 함께 나누던 이와의 정담과 추억만이 남을런가,때론 고소하고 때론 달콤했던 우리들의 이야기, 이야기들. 
홀케이크는 오직 여덟 조각, 고심 끝에 추린, 정말로 소중하게 여기는 이들과 케이크를 나누고 싶다. 빈 케이크 판 위로 후회나 쓸쓸함이 아닌 사랑의 여운을 남기기 위함이다. (-202-)


한국 사회에서 먹는 것을 빼놓으면 한국사회를 이해하고, 한국사회를 설명할 수 있을까 싶다. 고기를 먹고, 밥을 먹고, 나이를 먹고, 삶을 먹는다. 국에 밥을 말아먹는 세대에게, 부엌 정지에서 뜨거운 김내음새릉 맡으면서, 과거의 추억을 꼽씹게 된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들을 살아가고, 살아지는 것 우리 삶에서 꼭 필요한 것, 먹는 것에 대해서, 삶을 기록하고 있는 책 한 권을 접하게 된다.


결혼 그리고 착각, 김치붂음밥을 잘 만드는 남자에게 반해 결혼에 골인하게 된다. 깁치볶음밥을 할 수 있으니,당연히 다른 음식도 잘 할 거라는 계산이 섰다. 하지만 억울하게도 착각이었다. 내 인생을 송두리째 김치볶음밥에 바치게 된다. 10년째 메뉴는 딱 한가지, 김치 볶음밥을 고수하게 된다. 억울하였고, 되물릴 수 없었다. 웃프고, 재미난 이야기가 깨알처럼 솟아지게 된다. 


맛이란 그런 거다. 인간은 음식 앞에서 간사하다. 허기의 쓸모, 결핍이 인간의 욕구와 연결되는 것은 그래서다. 고통에 내몰릴 때, 음식은 위로가 된다. 끊임없이 진화를 거듭해온 인간의 생존 기술은 의식주 해갈에 성공하면서, 이제 멈추게 된다. 하지만 , 물질적인 허기는 멈추었지만, 정신적인 허기는 여전히 그대로이다. 먹어도 또 먹어도 배가 고픈 현상,지금 우리가 겪는 정신적인 허기의 실체이다. 이 책을 읽으면,그런 허기짐을 해갈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우치게 된다. 채우려 하지 말고, 베푸는 것, 나누는 것, 콩 한 쪽이라도 갈라먹는 마음 가짐이 필요한 이유가 여깅에 있으며, 내 삶과 나의 인생을 꼽씹어 보게 된다.소소한 일상 속에 웃픈이야기가 담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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