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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은 아픔을 먹고 살아간다
이서홍 지음 / 도서출판 짝꿍 / 2021년 8월
평점 :
거미줄
거미는 꽃을 좋아하나보다
온갖 꽃들을 알록달록 거미줄에 수놓는다.
그런데 지나가던 파리가
꽃놀이를 왔다가 그만 거미줄에 걸려버렸다.
너그러운 거미는 파리를 살려준 대신
예쁜 꽃잎을 얻었다
거미도 처음 보는 아주 황홀한 꽃잎이었다
그 꽃잎은 파리가 선물한 봄이었다. (-18-)
빛
당신을 향해 쏘아대는 이 한줄기 빛은
나의 마음이요 질투이자 사랑이다
세상에서 가장 밝은 빛만 모아 담아
쏘아대는 이 빛은
나의 심장이요 걱정이자 사랑이다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당신은 드넓은 우주에
아직도 어두컴컴히 서 있지만
나의 사랑은 한 줄기 빛이요
그 빛은 광속불변의 법칙이라 (-45-)
유난히
유난히도 별이 예쁜 밤에는 네 손 꼬옥 잡아주고 싶다
유난히도 밤공기가 달달한 날에는 널 꽈악 움켜 안고 싶다.
유난히도 달빛이 너그러워서 포근한 밤에는
너와 함께 드러누워 달빛을 덮고 푹 잠들고 싶다. (-57-)
미워하게 만들지 마세요
간신히 당신을 사랑하는 나에게
미워하게 만들지 마세요.
미움으로 가득한 밤을 보내는 나에게
미워하게 만들지 마세요
당신을 향한 마음으로 썩어가는 나를
한 번만
딱 한번만
바라봐 주세요. (-78-)
감사
그대 덕에 나
이곳에 자리 잡았습니다
그대 덕에 나
이곳에 뿌리 내렸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애석하게도 땅은 무뎌져만 가고
바람은 날카롭게 굴었습니다.
그래도 그대 덕에 나
이곳에 꽃 피웠습니다.
그대 덕에 나
달콤한 열매 맺어
그대에게 달콤한 감사 전합니다. (-94-)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은 순환되고, 자연의 패턴에 따라간다. 자연, 봄 여름 가을 겨웊ㄹ은 그렇게 내 삶으리 흔들어 놓고 엮어 가고 있었다. 자연 안에 계절이 내포되도 있으며, 피조물에 불과한 인간은 그 안에서 관찰의 대상이 되어,. 자신을 살펴보게 되었다. 자연과 벗하고, 그 안에 향기 내음새에 도취해 살아가는 것, 그리고 우리 스스로 삶의 관조에 대해서 배워 나갈 수 있었다. 시인 이서홍, 남자일까, 여자일까, 성별조차 불분명한 그의 시상에는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당연한 것들에 대한 가치, 정답에 대한 기준을 잠시 내려놓게 하고, 내 삶에 대해서, 스스로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으려 하는지, 삶의 좌절과 삶의 고통과 슾픔 속에서 우리가 얻어야 하는 것, 치열하게 살아내야 하는 것이 무엇인가 스스로 알아내고자 하였다. 즉 내 삶이 시였으며, 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수록 내 삶은 그 안에서 농익게 되었다. 죽음조차도 거부한 자연, 그 자연 속에서 한낱 피조물에 불과한 인간이라는 존재의 어리석음을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작가의 삶을 통해서, 내 삶을 기억하고, 작가의 인생 이야기를 시에 담아내, 내 삶을 하나 하나 드러내고자 하였다. 그 안에 놓치고 있었던 수많은 이야기, 그 이야기가 하나하나 시가 되어서, 나의 아픔을 들쑤시고, 나의 슬픔을 들쑤시고, 나의 기쁨을 갈구하게 된다. 자연 속에 그 누구도 벗어날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