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남편이 죽어도 좋다고 말했다 - 나를 슬프게 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삶을 지켜내는 법
이상희 지음 / 센세이션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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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 통역사 꿈은 일단 보류했지만, 제때 쓰이지 못한 에너지는 뭐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수 없는 상태로 남아있었다. 그래서 교체 투입한 목표가 바로 어린이 중국어 강사 자격증이었다.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 창문하나 없는 교실에서 본래의 꿈은 가슴에 묻고 쉽게 접근 가능한 것에 안주하니 배움이 즐거울 리 없었다. (-17-)


모섭거나 불안에 떨지는 않았다. 다만 나 자시에게 실망스러워 견딜 수 없었다. 수치스러웠다.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인가이니? 네가 뭐가 부족해서 이런 짓을 하고 돌아다니니? 아이들 보기 부끄럽지 않니? ' 하지만 한편으로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56-)


사람을 만날 때 가장 먼저 보는 게 있다.바로 그 사람의 관상, 사람을 겉으로 판단하지 말라고 하지만, 얼굴을 보면 어떤 생각과 태도를 지닌 사람인지 대략 감이 온다. 수수한 옷차림으로도 기품이 넘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아무리 치장해도 어딘지 가벼워 보이는 사람은 눈빛과 표정이 달랐다. 책과 예술을 가까이하는 사람의 얼굴엔 순수하고 깊은 반짝임이, 허례허식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 꼭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아도, 긴 대화를 주고받지 않아도, 한 사람의 얼굴에는 그 사람이 지나온 사유의 자취가 고스란히 묻어났다. (-89-)


한때는 행복이란 게 잡지에 나오는 근사한 장소에서 잘 차려 입은 사람들과 우아하게 어울리고, 가끔은 뮤지컬, 콘서트 같은 무화생활을 누리는 지적인 도시인이 되는 거라 여겼다. (-150-)


대게 오전 시간에만 누릴 수 있는 커피숍의 고요함과 적막함을 사수하려는 의지는 모든 무질서함에 눈감을 수 있는 덤덤함을 주었다.(-209-)


무질서 속에 질서가 있다. 인간이 만든 수많은 개념과 사상과 철학들, 저 우주 끝자락에서 본 지구의 모습을 본다면, 인간의 오만함과 무례함이 한낯 티끌에 불과하다는 걸 깨우치게 된다. 태양계 끝자락에 갈 수 없지만, 그 끝자락에 서 있을 때 느끼는 특별한 감정은 상상할 수 있다. 그래서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겸손과 삶을 겨닐수 있는 존버 정신이다. 


작가 이상희 씨의 에세이 <어느 날 남편이 죽어도 좋다고 말했다>에는 문장 하나가 따라와야 맥락이 맞아떨어진다.<어느날 남편이 죽어도 좋다고 말했다, 그 다움에 이어질 문장은 '내일 죽어도 후회하지 않는다' 가 다라와야 한다. 즉 제목은 행복한 순간, 후회하지 않는다는 것 ,이 두가지를 내포하고 있었다. 살면서 이 두가지를 동시에 얻는다면, 우리는 살만하고, 살아지는 이유를 스스로 찾아내게 된다. 그런데 인간은 후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기 비난에 익숙하다. 


이 책의 특징은 너무 솔직하다는 것이다. 온전히 자기 중심적이며, 일기장에 쓸 만한 내용들이 있었다. 나의 강점과 장점을 드러내려 하는 미디어 리터리시 홍수 속에서, 저자는 자신의 약점, 자신의 나약한 모습을 가감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말을 해도 뒷감당을 어떻게 할지 걱정하게 도리 정도이지만, 작가는 게의치 않는다. 나는 그 대목에서 저자의 이야기 속에 작가의 자아와 나의 자아를 동시에 끄집어 낼 수 있었다. 그리고 작가의 심리와 의도를 유추하게 된다. 즉 스스로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과거의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것이 행복의 시작이며, 우리가 원하는 자유의 지속성이 될 수 있다. 겉으로 행복해 보이지만, 속에는 썩어들어가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 속에서 작가의 삶이 내가 지향하는 삶, 후회하지 않기로 결심했다로 결정내릴 수 있는 삶으로 바뀔 수 있음을 스스로 자각하게 된다.그래서 어느날 남편이 죽어도 좋다고 말한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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