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희의 방 이금이 청소년문학
이금이 지음 / 밤티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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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엄마는 죽음과 재혼으로 어린 내 곁을 떠나갔다. 그들 대신 날 키워 준 할머니가 돌아가신 지금, 바우와 미르까지 내 삶에서 떼어내는 일은 너무나 힘들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울음을 참는다. 미르와 바우가 나를 불쌍한 아이로 기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10-)


그때마다 엄마 편을 들어주었던 할머니는 소희가 엄마를 생각하거나 그리워할 만한 흔적을 하나도 남겨놓지 않았다. 대신 세상을 떠날 때까지 넘치는 사랑으로 비어 있는 부모의 자리를 채워 주었다. 그 덕분에 소희는 엄마 아빠가 없어도 부족함 없이 살 수 있었다. (-18-)


소희는 일단 아빠 이름을 적는 칸에 '정인규' 라고 썼다.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게 다행이다 싶은 한편 이렇게 다연하게 아빠 이름 쓰는 칸을 채울 수 있는 것도 괜찮은 기분이었다.'최영선'이라는 엄마 이름과 외우고 있는 휴대폰 번호,그리고 자기 것을 쓴 다음 선생님께 종이를 돌려주었디.
"아빠 번호는 왜 안적었어?"(-56-)


"작가가 나쁘다는 소리는 아니고 기와이면 더 즐겁고 신나는 일을 하면서 사는게 좋다는 거지. 작가는 그러고 나서 해도 되는 거잖아. 앞으로 해 보고 싶은 거 있으면 무엇이든지 말해. 내가 힘껏 밀어줄 테니까." (-112-)


"너 사복은 좀 아닌 것 같다. 원피스에 카디건이 뭐냐. 우리 엄마 고딩 때 사진에서 튀어나온 것 같잖아. 신발이랑 깔맞춤한 것도 쫌 그래." 
그 말을 하고 난 채겨은 비로소 생각 없이 해맑은 평소의 얼굴로 돌아갔다. 하지만 소희는 무엇인가가 껍질만 남겨놓고 쑤욱 빠지느 듯한 느낌을 받았다. (-120-)


엄마가 일어섰다. 소희가 늘 바라던 바였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무엇을 주려던 그 사람이 필요로 할 때 주어야 하는 법이다. 이제 소희는 엄마와 이야기하는 걸 원치 않았고 뻔할 내용에 대한 반감까지 생겼다. 엄마는 소희에게 책상 의자를 빼내 주곤 침대에 앉았다. 소희는 가방을 책상 위에 던지듯이 놓고 의자에 비스듬히 앉았다. 잠시 소희를 바라보던 엄마가 입을 열었다.
"너한테 실망이다." (-213-)


미르가. 달밭마을의 미르가 '월전 초등학교 졸업한 윤소희 맞아요?'라는 글을 남겨 놓았다. 그런데 채경이 '아니에요. 정소희예여.' 라는 댓글을 달았다. 소희는 떨리는 손으로 미르의 글을 삭제하려고 했으나 댓글이 달린 글은 지워지지 않았다. (-304-)


이금이 작가의 <너도 하늘말나리야>에 이어서 <소희의 방>이 출간되었다. 두 권은 같은 서로 스토리가 연결되어 있으며, 작가의 의도가 꼼꼼하게 반영된 청소년 소설이다. 사춘기 시절을 거쳐가는 청소년기는 반항하고,저항하기 딱 좋은 시기였다. 남들에게 미치지 못하는 현실, 부모의 부재가 소희의 삶에 어떤 의미로 작용되는지 , 소희의 삶에 우리 사회의 문제가 고스란히 반영된다.부모의 운명이 아이의 운명으로 연결되는 것 당연시하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고찰하게 된다.


즉 월전초등학교에 다니는 주인공 소희는 부모가 없는 아이다. 조부모 밑에서 성장한 소희, 자신의 이름도 성도 자연스럽게 바뀌게 되고, 똑똑한 아이에서, 부모 없는 불쌍한 아이로 낙인찍히게 된다. 이 소설은 바로 이 부분을 놓치지 않는다.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불쌍한 아이가 되었어야 하는 소희의 모습 언저리에는 대한민국 사회의 수많은 부모의 걱정과 근심이 담겨져 있었다. 살면서, 어떤 가족이 깨지고, 때로는 아이만 남겨놓고 부모가 한순간에 사라지거나 떠날 때, 그 과정에서 우리 사회는 ,우리들은 어떤 아이의 처지를 딱하게 생각하고,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불쌍한 아이, 측은어린 시선으로 아이를 바라보고, 무언가 챙겨주어야 할 것처럼 생각하게 된다. 스스로 자립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불쌍한 상태 그대로 현존해야 하는 것마냥 ,우리 사회가 만든 정답에서 조금 빗겨나도, 포용할 수 있는 사회로 바뀌어야 하는 당위성을 소설 <소희의 방>에서 찾을 수 있다. 가정환경이 안 좋아도, 그 가정이 불행으로 끝나는 건 결코 아니다. 부모의 부재로 인해 패션이나 생각, 가치관이 다르다 하여, 고루하다거나 낡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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