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태양
김혜정 지음 / 델피노 / 2021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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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음반매장을 오래 경영하면서 생긴 습관이 있습니다. 바로 손님의 외형만을 보고 그 사람의 음악적 취햐을 미리 짐작하는 습관이죠.예를 들어, 검은 선글라스를 끽고 과감한 민소매 티셔츠를 입은 청년이라면 그 청년의 음악적 취향은 하우스나 일렉트로닉 장르의 크럽음악입니.다. 발목까지 내려오는 긴 치마를 입은 30대 초반 여서이라면 그 손님의 음악적 취향은 달콤한 목소리의 남자 가수가 부르는 잔잔한 발라드죠. 물론 저의 이 습관의 정확도가 100% 맞는 것은 안입니다. 신나는 아이돌 음악을 좋아할법한 여중생 친구가 , 뜬금없이 자기 아버지 취향의 80년대 포크송 음반을 듣고 싶다고 구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16-)


하지만 그런 전설적인 헤비메탈 록 밴드는 2001년 콘서트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보컬 크레이그가 탄 자동차가 한 음주운전과 충돌하는 불운의 사고를 겪으면서 위기르 맞게 된다. 사고로 한 달 만에 의식불명 상태에서 간신히 깨어난 그는 ,자신이 불행히도 음악인에게 생명과고 같은 청력을 손실했다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는다. (-30-)


레일라는 우아한 웨이브 펌이 들어간 갈색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빨간 시폰 원피스를 입고 진주색 하이힐을 신었다. 촬영 예약 때 선택사항으로 있었던 '메이크업'에는 체크하지 않았다.나에게는 훌륭한 메이크업 아티스트, 레잉라 박이 있었으니까. (-97-)


그 애를 바라보는 내 그 눈, 그리고 내 심장과 같은 속도로 떨리는 손가락과 그 애에게 이미 흠뻑 빠져버린 마음을 도려버릴까봐, 아스라이 비치는 달빛 아래서 오로지 기타를 잡은 손가락 끝의 감각과 노래 부르는 내 목소리에만 애써 집중하면서 끝까지 노래했습니다. (-184-)


맞아 , 어렸을 때도 나는 아픈 걸 잘 참았었지.
동생은 다쳐서 그 자리에 조금만 피가 맺혀도 지레 겁을 집어먹고는 집이 떠나가게 엉엉 울어 젖혔는데, 나느 안 그랬어. 다치면 아픈가보다, 아프면 피가 나나보다 하고 덤덤하게 상처를 들여다보곤 했어. 
그래서 그런가 봐.내가 붉은 피가 흠뻑 배어 나오는 섬뜩한 상처를 보고도 놀라지 않은 튼튼한 간을 갖고 태어나서, 간호사라는 직업을 갖게 된 것도. (-235-)


오늘 아침에 세수하려고 욕실에 들어갔다 발견한 내 손등의 붉은 상처는 어디서 어떻게 다쳤을까. 기억도 없이 자국만 남은 상처. 물이 닿으면 그때야 쓰라린 상처.
어렸을 땐 금방 나았던 상처는 이젠 어디 조금이라도 다치면 낫질 않아.그저 몸에 암겨진 흉터를 보면서 아팠던 기억을 토닥토닥 위로하며 살아가는 것 같아. (-257-)


1985년 생 , 젊은 작가 김혜정은 척수자애를 안고 살아가는, 불행한 삶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긍정적인 마인드로 삶을 극복해 나갔으며, 작가로서 새로운 출발을 서게 되었다. 소설 <한밤의 태양>에서 작가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따스함과 연민, 아름다움이 있는 이유, 평소 스쳐 지나가는 것들에 대한 디테일한 부분까지 세세하게 관찰하고, 스토리로 채워 나가고 있었으며, 아홉편의 단편 속에는 작가의 삶의 편린들이 하나하나 고여 있었다.


소설은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살아가는 것은 견디는 것이며, 내 앞에 누군가가 장애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 사람이 현실을 극복할 수 없는 이유는 될 수 없다는 사실 말이다. 생머리 소녀, 청각 장애를 가지고 있었지만, 헤비메탈 음악을 즐겨 듣고, 소비하게 된다. 그녀에게 ,헤비메탈 음악은 삶의 위로였으며, 희망이다. 음악이 아닌 음악을 만든 가수의 삶을 소비하고 있음을 깨닫게 해 주는 단편이 이 책에 소개되고 있어서, 눈길이 갔다. 어떤 가수의 음반을 사느 것은 그 가수의 삶을 사는 것이나 매한가지다.


세상에는 두 가지 부류의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상처가 내 앞에 스쳐 지나가면 ,그 상처를 크게 과장한다. 반면 어떤 이는 깊은 상처를 끌어안고 아무렇지 않은 척 할 때가 있다. 나의 경우는 후자에 속한다. 소위 상처라는 하나의 단면에 대해서 모자라거나, 넘치는 경우였다.여기서 한가지 사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모자람도 아니고, 넘쳐나는 것도 아니다. 적당하게 채워 나가는 것, 상처를 그대로 볼 수 있는 삶의 자세이다. 그런 나를 지킬 수 있고, 나를 아낄 수 있는 지혜이자 성찰이다. 내가 놓치고 있었던 나의 또다른 모습이 나르 되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된다. 즉 이 책에서 희망와 위로는 내 삶에 의미가 되고, 내 삶의 가치가 되고 있다. 내가 놓치고 있었던 것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하게 해 주며, 나를 되돌아 보는 삶의 단편이 아홉개의 단편으로 시선이 머무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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