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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카를 찾아서
미치 앨봄 지음, 박산호 옮김 / 살림 / 2021년 9월
평점 :

치카는 우리 집 마당의 나무드이 싹을 틔우기 시작한 작년 봄에 세상을 떠났다. 다시 봄을 찾아와 그대처럼 싹이 돋아나고 있다. 치카가 떠난 후 우리는 제대로 숨을 쉴 수도 , 잠을 잘 수도 없었고, 입맞도 잃은 채, 그만 정신 차리라는 사람들의 말을 듣기 전까지 오랫동안 허공만 멀거니 바라보곤 했다. (-9-)
대다수의 아이티 사람들은 하루에 채 2달러가 안 되는 돈으로 살아가고, 많은 사람들이 전기와 깨끗한 물 없이 생활하고, 숯불에 요리해.갓난 아기 1천 명이 출생하면 그중 80명이 첫 번째 생일을 맞이하기도 전에 세상을 떠난다. (-31-)
4기라고?
"이런 소식을 전하게 돼서 정말 유감입니다."가튼 박사가 말했다.그는 DIPG 에 대한 암울한 사실도 몇 가지 아려줬다. 미국에서 매년 이 질환은 고작해야 300건 정도 발생하는데, 주로 치카의 연령대인 다섯 살에서 아홉 살 사이의 아이가 걸린다고 했다. (-87-)
넌 다섯 살이었지만 그때까지 네 인생의 페이지들이 한 번도 들춰보지 않은 채 그냥 닫혀 있었던 것처럼 호기심이 넘치는 다섯 살이었단다. 다람쥐들이 나무 위를 쪼르르 모습을 보면 넌 "다람쥐다!" 라고 소리를 지른 후에 그 다람쥐들이 어디 가는지 물었지.(-107-)
치카의 왼쪽 입과 눈은 여전히 처녔고, 여전히 왼쪽 다리를 절면서 걸었지만, 의사들은 방사선 치료가 효과가 있으면 이런 증상들이 더 좋아질 거라고 말했다. (-117-)
채드 카가 죽었다.
아버지가 안고 미시간 축구 경기장에 들어왔던 그 천사 같던 금발 머리 사내아이은 DIPG 진단을 받고 정확히 14개월 후에 세상을 떠났다.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몸서리를 쳤고, 재닌은 울기 시작했다. (-175-)
치카는 그때 여섯 살이었다. (-192-)
그리고 널 미국에 데려와쓸 때, 네가 그 작은 몸에 튜브와 모니터를 달고, 그 작은 머리에 흰 붕대를 감고 병원 침대 위에 누워 있을 때, 너에 대한 권리가 누구에게 있는지 우리는 상관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게 바로 네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또 다른 교훈이야. (-209-)
독일에서 보냈던 그 밤 기억나니? 우리 모두 한 침대에 같이 누워 있었는데 네가 재인 아줌마에게 말했지. "비밀 하나 말해줄까요?" 그러자 재닌 아줌마가 말했지. "뭔데?" 그러자 네가 속삭였어."미치 아저씨에게 키스해요." 그래서 네가 우리 사이에 누워 있는 동안 우리는 키스했지. 그러자 네가 말했어."이제 두 사람은 영원히 행복하게 살 수 있어요."
그랬다면 얼마나 좋겠니. (-276-)
매제르다 '치카' 쥔은 2017년 4월 15일에 아이티에 묻혔다. 치카에게 감동한 많은 미국인이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갔다. (-306-)
베스트셀러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쓴 미치앨 봄이 쓴 신간 <치카를 찾아서>는 실제 살았던 아이티 소년 치카의 삶을 보여준다. 대지진이 일어난 아이티에 태어난 치카는 열살이 채 되기도 전에 시한부 인생을 맞이하게 된다. 희귀병 DIPG (diffuse intrinsic pontine glioma) 에 걸린 치카의 병은 미국에서 해마다 300명 남짓 걸리는 희귀병이며, 불치병이다. 말기 암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내재성 뇌교종, 현대의학으로 고치기 어려운 뇌종양이다. 그 병이 지니는 죽음에 대한 그림자가 치카 앞에 갑자기 나왔다. 뇌에 도관을 연결하고, 약을 이용해 삶을 연장하는 고통스러운 시간들, 어린 아이의 눈은 두려움에 떨고 있는 작은 새였으며, 항암이나 방사선 수술 도중에 바늘을 무서워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도관보다 더 무서운 주사기, 정맥 혈을 찾을 수 없어서, 허리 가까운 곳에 주사기를 찔러야 하건만,그것을 거부하고, 저항하는 그 모습이 어른에겐 슬픔 그 자체였다.
이 책은 우리에게 죽음이 가리키는 그곳에 교훈이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누군가 죽어가는 그 순간을 기록해 나가는 미치앨봄의 시선, 고통을 응시하는 것 만으로도 제2의 고통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순간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은 그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 되고, 견딜 수 있는 시간이 된다. 죽음이라는 것은 책으로 얻을 수 없는 그 무언가 깊은 교훈이 될 수 있고, 치카가 머무는 그 시선과 그 감정이 미치앨 봄에게는 또다른 슬픔의 잔향이다. 살아야 한다는 것에 대한 당위성, 삶의 다양함에 대한 오만함을 내려놓고, 그 오만함을 내려놓는 그 순간, 겸손함 삶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미치앨 봄의 <치카를 찾아서>에는 치카가 남겨놓은 삶의 의미에 대한 선물이 있었다. 살아가다 보면 ,서운하고, 서러워도, 죽음 앞에 절대적인 무기력해짐을 깊이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