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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시스터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89
김혜정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8월
평점 :
"출산하고 나면 온몸의 뼈가 다 벌어져.차가운 것도 먹으면 안 되고, 찬 바람도 쬐면 안 돼. 산후조리를 잘해야 햐.그래야 나중에 고생안해."
"참, 언니. 사람들이 매운 것도 먹지 말라던데. 진짜야?"
"응 매운 것도 안 돼." (-14-)
샌드위치를 다 먹은 이나는 탁자 위에 책 한 권과 다이어리를 올려 두었다. 치앙마이에 온 이후 매일 조금씩 다이어리에 메모를 했다. 그림일기 쓰듯 주로 먹은 음식과 있었던 일에 관해 쓰거나 그린다. 이곳에 오기 전에 노란색 다이어리를 한 권 샀다. 이렇게 무언가를 적고 그리고 있으면 잡생각이 들지 않아서 좋다. (-44-)
주나야, 모든 인간관계에는 유효기간이 있대. 식품과 다르게 그건 처음부터 정해진 건 아니고,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거야. 어떤 것은 영원한 것도 있을 테지만, 또 어떤 건 유효기간이 아주 짧을 수도 있을 거야. 길다고 다 좋은 것도 아니고 짧다고 나쁜 것도 아니래. 모든 관계가 영원하다면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가 없어지기도 한대.
그러니까 라인이 일. 속상해하지 마. (-78-)
"나쁜 년."
메일을 읽으면서 이나는 자신도 모르게 욕을 했다. 세연이가 그랬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주나는 뭐든지 다 말한다고 여겼는데 전부는 아니었나 보다. 피아노 학원을 다닐 때, 주나는 세연이를 꼭 박세연이라고 불렀다. 주나는 친하지 않은 사람에겐 꼭 성을 붙였는데, 그땐 그냥 같은 반이긴 해도 친하지 않은 관계라고만 생각했지. 주나를 따돌렸을 줄이야.올봄인가 우연히 도서관에 갔다가 세연이를 마주친 적이 있다. 그때도 세연이는 "언니!" 하고 부르면서 얼마나 이나를 반가워했는지 모른다. 다음에 다시 박세연을 만나면 절대로 알은척도 안 할 거다. (-168-)
하도 싸우다 보니, 엄마가 우리 둘의 머리카락을 묶어 뒀다. 이나와 주나 자매 사이에 일어난 일 가운데 많은 에핗소드가 실제 경험담이다. 그렇게 싸웠지만, 언니는 내가 작가가 된다고 했을 때 혹여 밥벌이를 못 하면 빈센트의 동생 테오처럼 나를 먹여 살리겠다고 했다. 언니가 작은 수술을 받았을 때 만얅 잘못되면 나도 따라 저세상으로 가야지, 하고 속으로 다짐했다. (-204-)
소설 <디어 시스터>는 자매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작가 김헤정 소설가의 증평과 청주를 오가면서 겪었던 삶의 여정, 자매로서 경험했던 일상들이 소설속에 ,이나와 주나 속에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피보다 진하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깨닫게 해 주는 소설 이야기, 어릴 땐 치열하게 싸웠던 형제 자매가, 어른이 되어서,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어진다는 것은 삶에 대한 성찰이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삶이 깊어질수록 자매 간에, 형제간의 우애는 커지게 된다.
소설에는 두 주인공이 나오고 있다. 이로운 사람이 되어라는 의미로 지어진 이나와 , 동물원과 연결된 이름 주나이다. 둘은 각별한 사이이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았다.살아온 부분들이 서로 겹쳐지지먼, 그것이 항상 동일하진 않다. 10대 어릴적 삶이 결혼 후 아기를 가지는 과정에서, 느꼈던 자매의 애틋함이 고스란히 묻어나 있으며, 자신이 겪었던 힘듦이 내 여동생에게 되물림되지 말아야 한다는 정언명법은 어느새 유효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타인에게서 느꼈던 배신감이 도리어 가족 간의 소중함으로 이어니게 되었다. 이 소설을 접하면, 우리의 불행이 돈이 아닌 다른 곳에 있음을, 돈으로 대체할 수 없는 가족간의 우애, 때로는 손해를 보면서 살아가는 것이 길고, 함께 갈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서운하다 하여, 끊어지면 안된다는 걸 깨닫게 되는 가족애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기억하라, 삶을 기억하고, 죽음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가 먹은 식품에는 정해진 유통기간이 있다.문제는 그것이 우리의 인생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삶과 죽음의 시간적인 거리감을 조절할 수 있다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어느정도 감지할 수 있다. 자매 사이에 관계의 삶의 유효기간, 그 대목이 내 가슴에 못을 박는 것처럼 느껴졌던 이유는 나의 사촌을 상기시켜주고 있어서다. 외사촌 여동생의 갑작스러운 투병, 그로인해 느끼게 되는 삶에 대한 회한, 스스로 극복해야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내가 예측한 삶의 유효기간이 ,어떤 질병으로 인해 갑자기 줄어들 때, 그 상황에 내몰린다면, 가족의 소중함은 더 깊어지게 되고, 그동안 소원했던 주변 사람들의 죄책감은 커지게 된다. 이 소설이 단순히 <시스터> 가 아닌 <디어 시스터>로 쓰여진 것은 자매간의 인연은 우연와 필연으로 엮여진 관계이므로 서로 소중하게 여겨야 함을 다시 한번 상기 시키라는 작가의 의도가 반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