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과 함께 춤을 - 아프다고 삶이 끝나는 건 아니니까
다리아 외 지음, 조한진희(반다) 엮음, 다른몸들 기획 / 푸른숲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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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과 함께 춤을'은 의무와 규칙을 최소화하는 모임이지만, 합의된 규칙은 각자 자신의 몸 상태에 따라 가장 편안한 자세로 참여한다는 것이다. 허리가 아픈 이는 서서 걸었고, 현기증이 있는 이는 누워서 모임에 참여했다. 규범화된 몸을 내려놓고 ,'자신에게 맞는 몸'으로 그렇게 앉거나 누웠다. (-10-)


질병이 우리 삶을 낚아채서 세차게 내동댕이치는 것 같지만, 사실 상당 부분 우리 삶을 뒤흔드는 것은 생의학적 질병이 아니라 질병에 대한 사회적 태도임을 점점 더 명확하게 보게 됐다. 그리고 질병의 사회구조적 측면을 파고들수록, 우리가 아플 수 밖에 없는 노동조건, 성차별, 성폭력, 빈곤, 환경, 기후위기, 건강 중심주의 등의 문제가 우리 몸에 스며 있음을 면밀히 확인하게 됐다. (-21-)


나는엄마에게 왜 그렇게 건강식품과 건강 정보에 매달리는지 묻는 대신 늙고 아파서 자식에게 기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아파도 괜찮다고 말했어야 했다.그랬다면 엄마가 지금보다는 안심하고 지낼수 있지 않을까? 질병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면 나 또한 강박과 죄책감 없이 편안하게 몸을 돌볼 수 있을 것이다. (-65-)


오랫동안 상처받은 끝에 어머니의 작고 불행한 삶을 바라볼 수 있게 된 이유는 내가 직접 보았고 감동했던 이들과 보낸 시간 덕분이다. 내게 소통이 무엇인지 알려주었던 사람들. 일상의 꽃 덤불을 넘어 나를 이해하고 공감해주며, 내가 다른 시각으로 일사으로 다가갈 수 있게 해 준 사람들. 나는 그들에게 힘을 얻어 일상을 조금 더 따뜻하고 숨 쉴 만하게 바꾸는 방법을 알았다. (-129-)


병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전혀 다른 세상에 놓일 나를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 내게 닥친 것은
생소한 세상이 아닐파 조금씩 사라져가는 시간이었다.
이제는 사라진 시간과 남은 시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두 시간 사이에서 나의 자리를 찾고 있다. 서로의 속도에 맞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우리를 위해서. (-205-)


오랜 '투병' 생활과 통증으로 삶이 온통 잿빛이던 시절, 나의 몸이 질병의 숙주처럼 여겨졌었다. 그리고 건강이 조금 회복됐을 때 시작한 것이 춤이었다. 정해진 동작을 배우는 춤이 아니라, 몸이 가고 싶은 곳으로 가게 하는 춤을 추었다. 음악을 틀어놓고 온몸에서 힘을 뺀채 ,발바닥이 느끼는 촉감이나 몸을 스쳐가는 공기를 가만히 느끼다 보면 어느새 몸이 알아서 움직였다. (-259-)


질병은 언제나 가까이 있으면서, 나와 무관한게 생각한다. 매일 정기적인 검사를 하고, 약을 달고 살아가면서도, 내 몸에 어떤 불편한 일이 눈앞에 닥칠 때까지만 하여도, 나는 건강에 대해 아프지 않을 거라고 맹신하는 이유는 오늘의 삶이 내일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변을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그 질병이 나의 생활 습관에 의해 비롯된 경우도 있고, 사고에 의해 갑자기 생긴 질병도 있다. 때로는 선천적으로 질병을 타고 나는 경우도 있고, 후천적으로 갑자기 생기는 경우가 있다. 몸에 질병을 달고 가면, 고통스럽고, 투병에 의한 휴유증이 생긴다. 검사를 받았더니 , 검진 결과 암 종양이 생겼다는 의사소견을 들어쓸 때 ,느끼는 감정은 쟂빛 그대로였다. 최근 내 앞에 일어난 어떤 사건들, 질병이 내 가까운 지인에게 찾아왔고, 그 과정에서 죽음과 사투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휩싸이게 된다. 나이 들어서 생긴 노화 과정에서 생긴 질병이 아닌, 평생 안고 가야 하는 만성 질병, 불치병인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 책의 도움을 얻게 된다. 내 삶에 대한 기억, 내 삶에 대한 슬픔을 이 책을 통해 유추하게 된다. 질병이 내 앞에 갑자기 찾아와도, 그 질병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춤을 추면서 ,내 앞에 놓여진 질병을 인정하고, 수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스스로 고민하게 되었다. 누구에게나 부딪치는 질병에 대해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는 우리의 삶의 한계, 그것이 이 책을 통해서, 잠시나마 나를 돌어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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