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의 레몬그라스
마키아토 지음, 한수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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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그라스의 꽃말은 '말할수 없는 사랑'이다.
말할 수 없다는 것은 그만큼 사랑하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용기가 없어서일까?
나는 사춘기 때 용기가 부족해서 이루지 못한 일들이 많다. (-7-)


청이는 '영원한 1등'이자 반장이었다
청이를 처음 본 건 초등하교 4학년 때였다.
그날 당번이었던 나와 유자는 복도 창가에서 칠판지우개를 털며 티격태격 서로에게 분필 가루를 날렸다.
바람이 부는 틈을 타서 지우개를 들고 탁탁 두드리자 분필 가루가 흩날려 안개처럼 자욱하게 퍼졌다. (-27-)


청이는 바보 같은 나를 비웃고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내가 자기를 좋아하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니! 청이의 관심을 끌기 위해 벌인 그 모든 수작과 계략이 진작 들통 났다는 얘기다!
내가 청이를 좋아하는 건 줄곧 비밀이었다. (-78-)


런치 선배의 붉고 촉촉한 입술에서는 술 냄새가 났고, 깊고 까만 눈동자는 흐릿했지만 , 그래도 여전히 청이에게 뒤지지 않을 만큼 매력적인 얼굴이었다.
안 돼., 이러다 무너지겠어!
비록 이 몸은 강직한 짝사랑녀이지만, 첫키스는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124-)


누구는 태어날 때부터 인생 승자로, 별들에 에워싸인 달처럼 사람들에게 둘러싸인다. 이를테면 리쉐얼 같은 사람.
리쉐얼은 노란색 정장 차림에, 어깨를 덮는 길이의 머리카락은 웨이브가 살짝 들어갔고, 앞머리 몇 가닥도 곱슬곱슬 말아서 성숙미가 돋보였다. 원래도 키가 크고 날씬한 체형에 하이힐까지 신어 웬만한 남학생보다 키가 컸다. (-176-)


건조한 청이 입술이 잠자리가 수면을 건드리고 날아오르듯 내 뺨을 스쳤다. 얼떨떨해서 미처 반응도 하지 못했는데 순간 눈앞이 까매졌다. 청이는 고개를 숙여 혀로 내 입술을 벌린 후 내 입 속의 액체를 힘껏 빨았다. 한 번 빨 때마다 온몸이 마비될 것 같은 전류가 흘렀고,뜨거운 혈액을 따라 전류가 몸 전체로 흘렀다. (-248-)


유자가 푸핫 웃음을 터뜨리더니 대놓고 심술 맞은 표정을 지었다.
"청이 자식 엄청 답답했겠는데? 전 여친 사건을 맡게 됐으니 말이야. 안 맡자니 딴 사람에게 넘기면 인정사정 안 봐줄 거고, 맡자니 네가 범죄를 저지르는 걸 버젓이 보면서 너한테 조심하라고 연락을 할 수 없고, 증거를 찾았다 해도 그걸 내놓으면 네가 망하고, 내놓지 않으면 자기 실력을 의심받고...."청이를 몹시 동정하는 말투였다. (-352-)


대만 드라마는 한국 드라마와 비슷한 정서를 가지고 있었다. 한국과 산업 인프라도 비슷하고, 중국이 하나의 중국으로 바꾸기 전까지,대만은 한국과 우호적인 관계였으며, 교육 뿐만 아니라, 한류열품의 출발지이기도 했다. 20여년 전 임심여, 조미 주연의 황제의 딸이 한국에 방영된 이후, 대만드라마는 한국에 물밀듯 수입되었고, 대만드라마의 가벼움을 느겼다. 장난스런 키스, 환락송과 같은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즐거움, 대만드라마 특유의 신선함을 느낄 때가 있다. 소설 <여름날의 레몬그라스>도 마찬가지다. 이 소설의 제목 '레몬그라스'는 '말할 수 없는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으며, 짝사랑을 은유적으로 나타내고 있었다. 소설 <여름날의 레몬그라스>는 수지가 나온 첫사랑 영화 <건축학 개론> 을 떠올리고 있다. 주인공 청이 ,그리고 청이를 짝사랑 하는 강직한 왕샤오샤, 이 두 사람의 묘한 기류 가운데에 , 왕샤오샤의 친구 유자가 있다. 왕샤오샤는 모범생 청이가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공부 잘하고 똑똑한 청이에게 어울리는 이는 키크고 늘씬하고, 이쁜 아이,한국으로 치면 김태희에 해당되는 아름다운 얼굴과 몸매를 가진 리쉐얼이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혼자 사랑하고, 혼자 상상한다. 그래서 혼자 수작걸고,계략을 꿈꾸고 있다. 사랑에 있어서 , 철저히 동떨어진 ,왕샤오샤는 청이와 거리를 두면서, 사랑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청이는 왕샤오샤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걸 미연에 알고 있다. 자신의 수작과 계략이 들통나는 그 수간이다. 그건 왕샤오샤가 자신의 비밀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고, 그것이 들켰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짝사랑이란 이런 것이다. 나만의 비밀이면서, 누구나 알고 있는 비밀이기도 하다. 유자도 알고 있었고, 왕샤오샤도 알고 있다. 그래서 이 소설은 한국적 정서와 흡사하다는 걸 알게 된다. 왕샤오샤가 잠든 사이, 청이의 키스, 키스가 진행되는 그 순간은 왕샤오샤가 꿈꾸었던 그것이 현실이 되는 그 순간이다. 그러나 스스로 자신의 속내를 숨기면서, 청이와 왕샤오샤가 서로 가까워지는 걸, 설레임 속에 두려움과 불안도 함께 한다. 그런 왕샤오샤의 심리 묘사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으며, 대만식 한국판 내숭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소설은 사랑이란 만국 공통의 보편적인 정서가 있으며, 누구나 짝사랑한다면, 용기를 내 도전할 것을 , 왕샤오샤처럼 사랑을 얻는 것, 사랑의 의미와 가치가 인생의 큰 변화로 이어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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