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의 마지막 다이어트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권여름 지음 / &(앤드)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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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최대한 잘게 쪼개어 위장으로 흘려보내라던 원장의 말을 수련생 십절부터 코치가 된 지금까지 잊은 적이 없다.'물을 마실 땐 스무 번 이상 씹고 넘기기,'단식원 매뉴얼 중 비교적 쉬운 일에 속했지만, 봉희 외엔 지키는 사람이 없었다. 코치가 되고 발견한 단 한 명, 그게 운남이었다. 봉희가 스무 번 씹었다면, 운남은 서른 번이었다. 수련생들이 코치의 눈을 피해 대여섯 번 씹고 대충 삼킬 때도 운남은 항상 서른 번 이상 씹었다. 그렇게나 믿음직스러운 수련생이었다. (-16-)


봉희는 계속 밥상을 노려봤다. 된장국 한 모급이면 지친 몸이 금방이라도 풀어지고 힘이 생길 것 같았다. 닳아 얇아진 숟가락 머리를 천천히 국그릇으로 가져갔다. 건더기를 꾹 누르자 된장 국물이 숟가락에 둥글게 차올랐다. 손이 떨리기까지 해서, 고개를 숙여 국그릇 가까이 입을 가져다 댔다. 향긋한 된장 냄새가 섞인 김이 얼굴을 덮쳐 눈썹이 축축해질 것만 같았다. 입술을 새처럼 쭉 내밀어 국물을 빨아들였다. 보식이라고 생각하자. (-59-)


봉희에게 살찐 몸은 마치 낮은 신분과도 같았다. 유능하고 , 가진 게 많아도 뚱뚱한 몸을 걸치고 있는 이상 늘 위축되고 구속될 터였다. 누가 설명해주지 않아도 봉희는 그걸 알았다. (-75-)


단식원을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봉희도 괴로운 시간을 보냈었다. 자정이 넘은 시간에 라면 한 그릇을 삼킨 뒤, 온갖 나쁜 언어를 동원해 해이해진 자신을 다그치기도 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안나도 어디에선가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을 향해 난도질을 하고 있을지 몰랐다. 그런 안나를 떠올릴 때마다 눈이 질끈 잠겼다. (-116-)


짜증, 입소생이 사라진 게 오세라에겐 '짜증'이었다. 봉희는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그 단어의 가벼움이 몹시도 부러웠다. 입소생 한 명이 사라지는 건 단식원에서 흔한 일이기도 했다. 코치에게 좋을 건 없었지만, 그렇다고 한믈이 무너질 일이 아닌  건 분명했다. 짜증, 적확한 단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180-)


그 이후로도 자책감이 괴롭게 짓누를 때,변론하듯 봉희는 그렇게 속으로 외쳤다. 난 아무것도 안 했어, 아니 못했어. 그럴 때마다 운남이 마지막 숨과 맞바꾼 말들이 머릿속을 침투해 괴롭혔더. 난 아무것도 못했어. 그리고 이내 그 말이 죄의 고백과 다름없다는 걸 깨달았다.
"누구도 만나지 말고, 어떤 말도 꺼내지 않습니다."
사건 직후, 구유리가 촬영팀과 단식원 코치진을 모아 처음 한 말이었다. (-243-)


하산을 하고 내려와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고, 휴대폰을 충전했다. 전원이 켜지자 봉희는 화장실 타일에 주저앉아 사과 영상 채널을 켰다. 
조회수 1058, 어떤 경로로 조회수가 폭발했는지 모르겠지만, 원장도 알게 된 모양이었다. (-263-)


사회 안에는 계급이 있고, 서열이 있으며, 존재가 있다. 그 존재들은 서로 합의된 계급을 만들었고, 각자 합의된 기준에 따라 , 자신의 낮은 계급, 높은 계급을 수용하게 된다. 문화가 만들어지고, 도덕이 만들어지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소설 <내 생의 마지막 다이어트>는 몸, 그리고 계급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주인공 봉희와 운남, 이 두 사람은 '구유리 건강힐링 센터' 에서 다이어트를 통해 자유로운 몸을 만드는 한가지 목적과 한가지 목표를 가져가게 된다. 즉 내 몸이 사회에서 경쟁이 될 수 있고, 권력이 될 수 있으며,계급이 된다는 걸 , 두 사람은 몸으로 느끼고 있다. 몸무게 100키로에 육박하는 뚱뚱한 몸을 가진 주인공은 누가 보든 말든 서로가 서로에게 경쟁자이며, 의식하면서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따라 시행하고 있다. 스스로 자극이 될 수 있었던 건, 몸에 있어서, 을이기 때문이다. 몸에 있어서 을이 되는 것은 비참하다.즉 다이어트의 기본, 덜 먹고, 적게 먹고, 꼭꼭 씹어 먹는 것, 같이 단식원에서 함께 하는 수령원과 달리 , 철저히 자신과의 싸움을 하게 된다. 


소설은 다이어트와 의식하기, 그리고 다이어트에 성공하기다. 자가는 다이어트 산업이 우리 사회에서 왜 사라지지 않는지. 다이어트를 갈망하면서, 무언가 먹으려는 심리, 여기에 더해, 무기력한 마음 안에서 , 스스로 자괴감을 느끼게 된다. 인생의 나락에서 절망 속에 살아가는 주인공이 다이어트를 통해 몸과 마음의 변화를 꾀하게 되었으며, 산을 걷고, 땀을 흘리면서, 다이어트를 하면서 끝까지 가보고자 하는 의지는 단순히 누군가의 응원 단 하나 뿐이었다. 즉 작가는 지지와 응원이 한 사람을 어떻게 바꿔 놓는지, 힘이 된다는 것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지 알게 해 주며, 삶의 변화가 자신의 인생에 큰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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