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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쓸모 - 상한 마음으로 힘겨운 당신에게 바칩니다
홍선화 지음 / 메이트북스 / 2021년 8월
평점 :
우리는 이렇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에 부딪혀가며 인생을 살아내고 있다. 오해나 갈등을 겪을 땐 어떤 방법으로 풀어서 인생에 괜찮은 경험으로 추가시킬 것인가에 집중한다. 그러기 위해 각자의 생각을 말하고, 느낌을 전하고, 원하는 바를 명확히 하려고 노력한다. (-8-)
'그 일을 생각하고 싶지 않아! 더는 상처받고 싶지 않아!' 하는 강렬한 소망이 의식적으로 생각과 감정을 억제하면서 마치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느끼게 한다. 또한 어떤 경우에는 그런 의식적인 노력 없이도 생각과 감정이 패스되기도 한다.
그렇게 패스된 감정은 어디 외딴 곳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이를 억압이라고 한다. 억제도 억압도 방어기제이다. 자아가 살기 위해 친 배수진 같은 것이다. (-52-)
깊은 슬픔과 마주했을 때는 고요히, 천천히 기다려야 한다는 것
아프지 않으려 애쓰기보다 가늠되는 통증은 그냥 느끼라는 것
그리고 때로는 아픔의 기한을 정해놓으라는 것
그 지혜는 할머니께서 내게 남겨주신 유산이다. (-68-)
우리는 상한 마음을 안고 살아가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수시로 느껴지는 번민을 버텨내는 법, 환청에 지배되지 않는 법,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 직장생활을 하는 법, 정신질환을 안고 살아가는 법, 이것이 우리가 배우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알려주는 스승은 우리가 살아낸 오늘 하루다. (-99-)
그분의 구체적이고 명확한 표현에 놀랐다.정체성이 박살나는 것 같다는 말은 한참동안 머릿속에 떠나지 않았다. 정체성은 나다움을 의미한다. 생각, 감정, 행동, 욕구, 성격, 기질, 추구하는 모든 것들이 결정을 이룬 모습이라고 해야 할따. 그런 정체성이 박살난다는 건, 그 결정체가 산산이 부서져 혼돈의 카오스에 흩뿌려진 느낌일 것 같다. (-183-)
누군가 나를 위해 기도한다는 것, 누군가 나를 생각해주고 있다는 것이 주는 위로가 얼마나 큰지요. 그런데 홀로 외로워서 마음이 무너질 때, 누군가 나를 위해 기도한다는 걸, 아니 누군가 있다는 것조차 잊게 되는 것을 봅니다. 그래서 더없이 외롭고, 슬퍼지는데도 그 고독한 상태에서는 그걸 잘 모릅니다. (-224-)
이 책에서 나오는 여러 스토리, 일화 중 , 정체성이 박살날것 같다는 것에 대한 의미가 무엇인지 ,나는 구체저그로 표햔할 수 있을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정체성이 발살 날 땐, 나의 정신에 응급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깊은 슬픔,회복불가능한 폭력과 고통이 나타나는 순간이다.응급조치를 취하지 못할 때, 정신병원에 입원하거나, 자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그럴 가능성은 낮지만, 반드시 어딘가 누군가는 정체성이 박살나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물론 최근 나의 경우에도 정체성이 박살나는 기분을 얻게 되었기에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
그 순간이 찾아올 때,내가 해왔던 행동, 생각,느낌,감정이 있다. 원인들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과 가장 멀리 두게 되고,최대한 도망다니거나,나를 스스로 단절하고, 폐쇄하게 된다. 억압과 억제를 스스로 하게 된다. 그 어떤 유혹에도, 자신을 지키겠다는 의지, 나를 궁지로 내몰지 않겠다는 의지가 아니라면 결코 할 수 없는 행동이다. 상처와 고통이 내 앞에 나타날 경우, 당황스러움과 카오스를 느끼고, 나의 의도와 상관없는 행동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걸 ,나는 스스로 체험하고 말았다. 즉 이 책을 읽는 이유는 무너진 정체성을 회복하고, 그 무너진 정체성에 대한 원인제공자와 용서, 화해하고자 함이다.이유럾이 언어적 폭력과 물리적 폭력을 행하는 사람이 보여주는 고통과 상처의 깊이, 그것은 자기 슬픔, 자기 비하, 자기 비판,자기비난으로 이어질 수 있고, 그것이 자기돌봄, 자기긍정으로 이어져야 하는 당위성에 대해서 하나 하나 깨우쳐 나갈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결코 누군가 대신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