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꽃처럼 내게 피어났으니 - 개정증보판
이경선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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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되고 싶다

별은 왜 빛나느냐고 물었다

당신의 물음보다도
당신의 동그라진 두 눈이
더 신경 쓰였다.

옅은 기억으로부터
항성과 행성, 광도와 같은 것들을
꺼내어 볼 무렵

별이 되고 싶다, 생각했다.

입을 다물곤
다만 당신이 바라는

그 별이 되고 싶어졌다.

사랑스러운 것이어서
동그란 당신의 눈망울과
모아낸 당신의 입술이


사랑스러워서 

별이 되어야겠다
당신의 궁금증 자아낼
당시의 어여쁨 피워낼

별이 되어야겠다

별은 어쩌면 영구하고
나와 당신도 그러하길 바라면서

잠잠히, 당신에게 말했다. (-15-)


당신이란 봄

하얀 얼굴에 피어난 미소를 본다 작은 벌이 되어 날아 당신의 연지색 입술에 닿고만 싶다 살포시 앉아 향긋한 꽃봉오리에 입 맞추고 싶다. 

두 볼에 핀 모양은 마치 갓 틔운 꽃잎의 곡선을 닮아 첫 맞춤의 설렘 기억하게 한다. 선의 모양 넋 놓아 보고 있노라면 마음자리 한 줄기 사랑이 뿌리를 내린다.

당신의 미소를 마주하며 당신의 입가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한참을 흐드러졌다 깊어지는 봄 피우는 꽃무리처럼 마음이 자랐다 당신이 심은 사랑은 사월의 벚나무가 되었고 사월이 끝날 무렵 벚꽃을 한껏 흩뿌렸다.

오월, 푸르른 당신은 여전히 아름답다. (-27-)


너란 하루

너는 내게 
오후의 따스한 햇볕처럼
밤하늘 비추인 달빛처럼
하루의 순간에 가득하다

엄마 품에 안긴 아가의 마음처럼
온 하루, 나의 마음은 너에게 머문다. (-63-)


너가 피었다

달이 피었다
너가 피었다

구름과 별 사이 달처럼
너도 내 곁에 활짝 피었다.

방긋 웃음으로 피운 한 떨기
내게 고와

마음자리 담아보았다
곱디고운 너를 

오늘따라 부쩍 반짝이는
달처럼 (-100-)


무너지다

몰랐다
그녀도 나도
우리의 마지막이
그런 순간일 줄은
지난 시간 쌓아 올린 
마음이란 조각이 그토록 한순간
무너져 버릴 줄은

아니 한순간이 아니었을 거라
아마 그녀의 마음은 그리도 무너져갔을 거라
나만 모랐던 것일 거라 생각했다

사무치도록 오래, 내가 미워졌다. (-147-)


해가 뜨면, 해가 저물고, 달이 뜨면 달이 저문다. 자연은 지극히 순환의 법칙에 따라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과 자전을 반복하게 된다.이러한 이치에 따라서, 인간의 삶과 굴레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지구라는 작은 공간에서 남자와 여자가 사랑을 하고, 서로 관계를 맺게 되고, 서로 존중과 배려, 사랑을 속삭이게 된다. 사랑이란 , 나에게 어떤 가치가 되고, 사랑은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곰곰히 시를 통해 사색하게 된다. 사랑은 삶의 의미가 되고, 삶의 가치가 된다. 사랑을 통해 나를 이해하고, 타인을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사랑에 대해서 설레임 가득 채워 나간다.


쑥맥이란 단어가 있다. 사랑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표현도 못하고,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모르는 이를 쑥맥이라 한다. 그런 쑥맥에게 가장 힘든 건 사랑에 관한 표현이다. 사랑에 대해서 생각하지만 그것을 표현하지 못하면, 상대방은 사랑을 느끼지 못한다. 서툰 사랑은 상처로 이어질 수 있다. 나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이가 사랑을 얻을 수 있다.사랑에 대해서 나의 의도를 분명하게 제시하고, 편지나 일기를 쓴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문학 소녀에게 필요한 것은 문학이 통하는 문학 소녀이다.그런 측면에서, 시인 이경선의 <그대 꽃처럼 내게 피었으니>는 사랑에 대한 표현과 느낌, 색체와 감정과 생각을 문학적으로 함축하고 있다. 사랑이란 이렇게 하고, 이렇게 다가가야 한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으며, 사랑에 대한 세레나데였다. 즉 사랑이란 기다려주고, 마음을 적잘하게 표현할 수 있고, 사랑을 절제하고, 순간 순간 생각하게 해주는 , 하지만 결국 사랑의 종착역은 사랑이 아닌 이별이었다. 무너지는 그 순간이 사랑의 종착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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