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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야기를 먹어 줄게 - 고민 상담부 나의 괴물님 ㅣ YA! 1
명소정 지음 / 이지북 / 2021년 7월
평점 :

"널 해칠 생각은 없어. 대신 한 가지 부탁만 들어줘. 우리 둘에게도 좋은 일이야."
"그 그게 뭔데?"
"네가 날 본 기억을 내가 먹게 해 줘. 너는 이 일을 잊고, 나는 비밀을 지키고, 어때, 좋은 거래지?"
기억을 잊게 해주는 게 아니라, 먹는다고? 눈을 마주치려고 해도 저절로 시선이 땅바닥에 꽂혔다. 바닥에 널브러진 책을 본 순간, 애초에 내가 왜 뜀박질까지 해 가며 현장을 덮쳤는지 그 이유를 겨우 떠올렸다. (-14-)
"할 얘기가 있어. 저 괴물이 못 들을 곳에 가서 이야기하자."
괴물이라는 말에 혜성이 이쪽을 바라봤지만, 그는 알아서 하라는 듯 어이없다는 한숨을 내쉬고 부실에서 빠져나갔다.
"나는 쟤가 너 몰래 애를 꼬드겨서 이야기를 먹는 줄 알았는데, 기억을 지우는 것 자체가 상담 과정이었어?" (-96-)
내가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 마저 고민하기도 전에,나와 혜성은 몸을 일으키고는 서둘러 계단으로 내려갔다. 어둠 속에서는 제대로 보지 못했던 그의 표정을 관찰할 새도 없이 말이다. (-231-)
서울대 생명과학부에 재학 주인 저자 명소정은 MZ세대이며, 자신의 전공과 취미를 분리하고 있다. 이 소설은 청소년 소설로서, 판타지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 청소년들의 고민들, 성장과 진로에 대해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되면, 이 소설 <너의 이야기를 먹어 줄게>는 기존의 청소년 소설과는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어서, 신선하게 느껴졌다.
소설에는 괴물 화괴가 나오고 있다. 도서실의 책을 먹는 괴물 화괴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으며, 이야기를 먹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이 소설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 괴물 화괴의 특성, 또다른 주인공 임혜성에 대해서다. 둘은 서로 거래를 시도하게 된다.기억을 먹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에피소드들이 연속적으로 나타나고 있었으며,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적인 요소들,싱클레어와 아브락사스가 떠오르고 있었다. 기숙사형 학교 내에 존재하는 고민상담부, 그 고민담부를 통해 나오는 여러가지 고민들은 나의 어릴 적 기억들을 상기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기억의 실체가 어떤 것인지 작가의 의도가 분명하게 반영되고 있다. 그리고 나의 좋은 기억만 남겨 놓고, 나쁜 기억들은 지울 수 있다면 어떨까 그 생각도 하게 된다. 즉 어떤 일이 내 앞에 나타나서, 그것이 나를 바꿀 수 없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가지 기억들을 하나하나 제거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 덜 고민하게 되고, 덜 힘들어 할 것이다. 우리의 수많은 고민들은 기억에 의존하고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주는 ,청소년의 욕구와 니즈가 반영된 독특한 청소년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