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로운 갈대 들판의 시이카
왕숙영 엮음 / 소명출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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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와라노 미치자네

곱디고운 무희들 왜 옷조차 무거운 듯 가녀린 걸까.
허리에 봄기우 가득 머금어 그렇다고 속여 말하네.
화장 지워져 화장함 여는 것도 고단해 보이고
문을 나서는 걸음걸이 수심이 가득
어여쁜 눈길은 바람에 물결이 이는 듯
춤추는 몸짓은 맑은 하늘에 눈이 날리는 듯
꽃 사이로 해 저물고 음악소리 그치자
머리 엷은 구름 바라보며 처소로 돌아가네. (-41-)


한음집

진지하게 살아 
무엇하리
우리 인생 한 바탕 꿈이거늘
그저 미쳐라. (-59-)


아름다운 여인 보노라면
한 줄기 덩굴이 되고 싶어지네
뿌리부터 우듬지까지 엉키면
잘려도 또 잘려도
헤어지지 못하는 게 우리의 운명 (-91-)


누구와 더불어 이야기 나눌까
홀로 팔 베고 잠이나 잘 뿐
푹푹 찌는 지루한 장마
아침 밥도 아예 짓지 못했네
부엌 가마솥엔 물고기가 헤엄치고
계단의 개구리 시끄러이 울어대네
시골 아이가 푸성귀 갖다 주고
아이종은 멀건 죽 쑤어주네. (-113-)


집에서 온 편지를 읽다
소식 막힌지 석 달 남짓
바람 따라 편지 한통 날아왔네
서쪽 문의 나무는 누가 뽑아가고
북쪽 정원엔 남이 와 산다 하네
생강 싼 종이엔 '약종자'라 씌었고
다시마 든 바구니엔 '제'에 올릴 음식이라 씌었네.
아내와 아이 춥고 배고프단 말은 없지만
그래서 도리어 슬프고 괴롭네. (-149-)


떠나야 함을 
알게 될 때
비로소
꽃도 꽃이 되고
사람도 참사람이 되는 것을 (-214-)


은밀한 내 사랑을 
그대가 세상에다 알리셨나요
참빗 넣어둔 함이
활짝 열려버린 
꿈을 꾸었어요. (-237-)


세상을 
뒤엎으려고
날뛰는자 
붙잡아 낼 그 날까지
나는 결코 죽지 않으리. (-303-)


풍류에 빠져 학문을 그만두곤 하지만
사방에 대학자 많으니 참으로 괴이해라
일에 대해 물어보면 마음을 굴리는가 의심하고
경전을 논하며 말 잘하는 자만 귀하게 여기네
달 아래선 취하지 말고 깨어있게나 
꽃 앞에선 홀로 노래 부르지 말고
훗날 시흥이 적어질따 근심하지 말게
천자의 은택은 깊고도 깊으니까. (-305-)


일본 시가는 일본 특유의 문화를 반영하고, 신라시대 향가는 신라의 문화를 내포하게 된다. 같은 시대에 두가지 특징을 가진 언어와 문화, 시선들을 보게 되면, 일본 시가에 내포하고 있는 일본복 특유의 정서와 감수성을 느끼게 되고, 그 시대의 일본의 생활상, 사회적인 배경과 시대인 조건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동일한 시대적인 조건에서 우리의 상식과 소양을 일본에 대조해 볼 수 있다. 


배고픔과 서러움,사랑이 깊이 패어 있다. 그러나 우리와 다른 특징을 지니고 사랑에 있어서, 관능적이며, 파격적이다. 적극적으로 사랑에 대해 표현하려고 하는 ,사랑에 대해, 자연 그대로늬 연리지에 인간의 사랑의 표현을 소환시키고 있으며, 사랑이란 강제로 떼려고 해서 떼어지지 않는 특징을 안고 간다는 걸, 엉켜버린 자태를 보이는 연리지에 내포하였다. 일본식 세레나데가 일본 시가에 고스란히 채워졌다. 배고픔, 배우지 못함, 서글픔은 여기서 시작되었다. 배고픔 속에서 서러운이 잉태하고, 배우지 못함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된다. 나의 다양한 감정들 , 스스로 얻고 싶었던 위로를 어디서 얻을까 고민하던 와중에 일본 시가가 떠올랐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 위로하는 법을 터득하게 된다. 시구 하나 하나에 자신의 마음과 정서, 내면을 채워 나가면서, 서로가 서로의 경험을 겹쳐 놓게 된다.


보편성, 일본 시가에는 우리의 정서적 보편성도 있다. 서로 다른 민족성과 역사, 자연환경이 있지만, 고민하는 것은 별 차이가 없음을 깨닫게 된다. 삶을 기억하고, 죽음을 잊지 말며, 적당한 시기에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하다. 집착에서 벗어날 줄 아는 이가 지혜롭다. 시대를 초월하는 그 보편성을 일본 시가에서 얻게 된다면, 그 정도의 차이에 따라서, 시대적 통찰, 한계에 대한 극복, 더 나아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것을 소중히 여겨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만들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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