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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돌 - 가부장적인 혼인제도에 도전, 가출한 천석꾼의 딸
이상영 지음 / 렛츠북 / 2021년 7월
평점 :
외부에서 안채에 들어가려면 사랑채 앞마당을 거쳐서 중문으로 가거나, 쪽문을 통하여 가야했다. 쪽문은 이 집 주인이나 여종만이 다닐 수 있어, 가평 양반은 중문을 거쳐 갔다. (-15-)
현아는 홑 치마끈을 높이 매 줄룩한 앞가슴을 가리고, 사월의 손을 잡고 조심스럽게 물게 들어가기 시작했다. 물에 들어가기 전에 발끝을 물 속에 넣으니, 물은 맑고 깨끗한데 물이 차서 발에 느끼는 냉기가 온몸에 전율을 느끼듯이 떨려왔다. 발부터 물에담가 서서히 정강이가 들어가고, 무릎까지 올린 치마가 물에 젖을까 다시 나왔다가 들어가곤 했다. (-25-)
사범하교는 보통학교 교사를 양성하는 학교로 일본인과 조선인이 같이 지내며 규율이 업격했다. 수업료가 저렴하여 학업 성적이 우수한 조선인이 많이 지원하는 추세였다.
"규율이 엄격하다는 말을 들었는데요?" (-71-)
집례자의 홀기가 계속되고 재판들은 이에 따라 제사가 올려졌다,종헌관까지 잔을 올린 뒤 제사는 끝이 났으며 ,음복이 있는 후에 , 제사 음식을 먹기 위하여 재관 및 참배객들은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제실로 이동할 차례였ㄷ아. (-155-)
현아고모인 서산댁은 현아는 어렸을 적부터 지금까지 웃어른에게 공손하고, 예절도 바르고 집안에서도 얌전하기로 소문났다는 이야기를 입이 마르도록 계속했다. 현아 새어머니는 아무 말도 않다가 묻는 말에만 또박또박 대답했다. (-177-)
아버지 경승과 고모인 서산댁 그리고 사월 등 여러 사람이 차창에 주마등처럼 나타났다 사라졌다. 그들을 두고 혼자 떠나온 자기를 자신이 생각해도 믿어지지 않았다.이런 용기가 어디에서 났는지 자신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반문도 수없이 해 봤으나 택한 이 길이 옳게 생각되었다. 그러나 지금도 다른 방도가 있는 것 같은 아쉬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248-)
1936년 8월 26일 제6대 조선 총독 우가카가 가고 제7대 미나미지로가 부임하여 전시체제에 더욱 박차를 가하여 황국식민화를 위한 식민지정책을 더욱 가속화했다. 그가 부임한 지 2년 차 되는 금년 2월 육군지원병제도, 근로보국대를 창설하여 조선인을 징병, 징용, 학병으로 끌려가려고 생각했다. (-302-)
그는 이번 기회에 어떤 특단의 조치를 취해, 사랑하는 현아를 위해 남자로서 든든한 버팀목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하려면 이렇게 안주하여 있을 게 아니고,적극적으로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80-)
소설 <댓돌>은 1936년 일제 강점기 때의 양반과 일본이이 공존하였던 시절을 다루고 있다. 양반이었던 경승과 경승의 하나뿐인 딸 현아,그리고 현아의 고모 서산댁이 있다. 오로지 엄마 없이 성장한 현아는 주변의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였다. 자신의 곁에 있는 종 사월이는 현아의 외로움을 덜어주는 존재였으며, 소설은 양반 구별이 엄연히 존재하였던 그 시대가 서서히 무너지고,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는 과정을 한 편의 소설을 통해 서사를 그려내고자 한다. 이 소설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우리의 삶의 근본적인 변화에 대해서다. 조선이라는 유교의 법도가 살아있었던 그 시대에서, 경승과 경승의 형인 판승은 수직적인 계급 사회에 길들여져 있는 하나의 주체였다.그 주차와 계급사회가 서서히 무너지게 되었고, 엄마 없이 고모에 의해 성장기를 거쳤던 현아에게 새엄마가 들어오지만 현실은 현아의 고모였던 서삼댁 몫이 된다. 여기서 눈여겨 볼 부분은 현아의 사랑과 연예이다. 또다는 주인공 강준수와의 결혼을 반대했던 그 시절, 결혼은 집안과 집안이 합치느 것이 보편적으로 생각한 그 시대의 가치관이었다. 현아 앞에는 좀더 나은 집안과 언약이 거의 결정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현아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길을 선택하게 된다. 온전히 혼자 남게 되었지만, 용기를 내었고,사랑을 선택하게 되었고, 그 사랑이 해피엔딩으로 끝나게 된다. 우리 앞에 놓여진 어떤 나쁜 상황이라 하더라도, 그것의 결과 마저 나쁘다고 볼 수 없다는 걸 깨닫게 해 주는 한 편의 소설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