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시 강에서 만난다 2 - 나의 친구 두우쟁이에게
이상복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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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열 다섯 살, 나는 중학생이 됐다. 초등학교 때 나하고 친했던 놈들은 죄다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다.
올해 2월 초에는 초등학교 졸업식이 있었다. 아버지는 졸업식이 대목이라면서 하필이면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 앞에서 꽃 장사를 벌이겠다고 나섰다. 나는 창피해 죽을 지경이지만 아버지도 오죽하면 그러니 싶어 말리지도 못했다. (-7-)


"야 , 이 자식아. 너 같은 놈이 어떻게 그 여학생을 넘보니? 이 멍청한 놈아.너는 집도 절도 없는 신문 배달이잖아. 그 여학생은 부잣집 딸이야. 그 집은 교수 집안이야.어마 아빠가 모두 교수란 말이야. 앞으로 우리 학원에 절대 얼씬도 하지 마. 한 번더 그러면 보급소장에게 말해서 너를 아주 쫓아내라고 할 거야. 알겠어!" (-75-)


나는 이미 낙인찍힌 몸이라고 생각해 납작 엎드려 움직이지 않는 철저한 복지부동의 자세를 실천하기로 하고 몇 가지 방침을 세웠다. 첫째로 한문 숙제는 최선을 다해서 할 것, 둘째로 예습을 미리 해서 질문을 해도 틀리지 말 것, 셋째로 시험도 잘 볼 것, 마지막으로 가급적이면 눈을 마주치지 말 것을 다짐했다. (-132-)


그런데  갑자기 대형 사건이 터졌다. 새벽에 보급소에 갔더니 신문 1면에 '8.18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이라고 대문짝만한 글자가 쓰여 있었다. 그 아래에 게재된 사진도 마치 깡패들이 패싸움하는 것과 같았다. (-192-)


'나'라는 존재에 깊이 뿌리 박혀 있는 열등감을 털어버리기 위해서 한 번쯤 커다란 성취감을 맛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었다. 나를 포함해서 그 어느 누구도 브레이크를 걸 수 없었다. 우둔했던 나는 참 복이 많은 놈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를 10년 만에 우연히 만났다. 그 친구는 나를 도와두겠다고 했다. (-267-)


소설은 1976년 저자의 어린 시절로 향하고 있다. 그 당시 신문배달을 했던 주인공은 가난에 대한 열등감에 시달리게 되었고, 아버지의 돈에 대한 집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은 초등학교라 부르지만 그때는 국민하교라 불렀던 시절, 졸업식을 대목삼아 꽃을 팔려고 했던 아버지의 모습이 상당히 부끄러웠다. 즉 지금처럼 보편적인 복지가 없었던 그 시절에 돈이 권력이고, 돈이 자신의 존재가치였던 시절이다. 신문배달을 하면서 알게 된 한문 선생님은 중학교 단임 선생님이 되었다. 자신의 인새의 변곡점이 그 때부터 시작된다. 신문 배달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습득했던 한자들이 한문 선생님의 눈에 띄어서, 공부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게 되었다. 또래 친구들보다 공부를 잘하였고, 중하교 입학시험을 치던 그 때 당시의 우리의 모습들이 이 책에 세세하게 기록되고 있었다. 1960년대에 태어난 부모님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삶의 희노애락, 그들은 배고팠지만, 정이 있었다. 국회의원 집을 보고, 자신의 성장의 새로운 도전을 부러 일으켰으며,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느껴 보라는 듯이 부잣집 딸을 넘보는 주인공에게 , 주변의 멸시를 견뎌야 했다.그것이 공부에 매진할 수 있었고, 고시에 열중하였던 이유였다.그리고 사법고시에 합격해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될 수 있었던 건 어릴 시절 자신의 소중한 친구,이제는 세상에 없는 그리움만 남아 있는 두우쟁이라 불리는 소중한 두 친구였다.그것이 이 책의 제목과 연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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