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증인 - 40년간 법정에서 만난 사람들의 연약함과 참됨에 관한 이야기
윤재윤 지음 / 나무생각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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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에 펴냈던 <우는 사람과 함께 우라>의 개정증보판이다. 위 책에 있던 글 일부를 빼고, 대신에 몇 년 전부터 썼던 글들을 새로 합쳤다. 이러다 보니 40대에 썼던 글과 20년 가까이 지나서 쓴 글이 함께 실리게 되었다. (-6-)


"눈 덮인 산을 오르자고요?"
그렇지만 막상 수어장대에 올라 흰 눈이 덮인 산야 위로 휘영청 솟아오른 보름달을 보더니 어린아이들처럼 좋아하였다. 세사람 모두 설야의 보름달 흥취에 흠뻑 취한 것 같았다. 보름달을 처음으로 마음먹고 보았다는 것이다. 동행했던 한 판사는 그날 밤 집에 들어가지마자 남편을 끌고 그길로 다시 남한산성으로 돌아왔다나. 
그 판사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
"부장님은 정말 멋진 취미를 가지셨네요." (-63-)


분노는 부딪치는 상대방과의 문제가 아니라 불덩어리처럼 이글거리는 자기 마음의 문제다. (-108-)


그러다가 문득 나 자신에 대하여 적지 않은 당혹감을 느꼈다. 이런 생각은 검사 직무를 할 때 가졌던 것과는 정반대였고, 몇 달 사이에 나도 모르게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던 것이다. 아마도 내가 검사로서 황산을 부은 피고인을 수사했다면 결코 용서하지 않으려고 했을 것이다. 오히려 비열한 행위라며 분개했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서 인간에 관해 중요한 통찰 한가지를 얻었다. 피고인의 죄를 밝혀야 하는 검사 입장에서는 범행 동기나 숨겨진 사연 등 인간적인 면을 보기 어렵고, 반대로 변호사의 입장에서는 엄정하게 피고인의 범죄를 평가할 만한 객관성을 가질 수 없는 것이다. 즉 각자가 처한 '입장'이 '관점'을 결정하는 것이며, 관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는 것이다. 여간해서는 이러한 의식적, 무의식적인 심리적 한걔를 벗어나기 어렵다. 아무리 성실하고 영민한 검사나 변호사라도 '평범한 판사'보다 '사건을 더 객관적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168-)


이번 사건의 비극은 회개와 절도 습벽의 치료를 구분하지 못한 채 그를 정상인으로 대한 데 있다. 그에게 도벽 치료에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고 무대로 마구 끌어낸 우리 사회의 경박함에도 책임이 있다. (-211-)


나는 인생의 성공을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가장 먼저 찾아가 의논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자신이 큰 잘못을 하거나 위기에 처했을 때 속사정을 털어놓고 의논할 사람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진정으로 믿을 수 있고,지혜로운 사람만이 대상이 될 수 있다. (-272-)


판사 검사, 변호사를 우리는 동일선상에 놓는 경우가 있다.이 세부류의 관점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법을 수단과 도구로 쓰는 사람,그들에게 법은 칼이 될 수 있고, 상황에 따라 가위가 될 수 있다.즉 이 책에는 왜 판사의 에세이집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다. 법과 범죄,수사는 서로 엮여 있으며, 상화에 따라서, 법이 가지고 있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나의 사건에 판사, 변호사,검사가 대동하고 나서는 과정에서 ,현대인들에게 법에 대한 사용설명서가 필요할 때가 있다.평생 재판, 법, 변호사를 보지 않고 살아간다면 좋겠지만, 상황이나, 어떤 문제로 인해 법의 힘을 빌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에는 법을 둘러싸고 ,각자의 입장과 인간의 심리에 대해 소개하고 있었다. 판사로서 30년간, 변호사로서 10년 가까이 일해왔던 저자의 삶의 경험 속에는 지금은 사라진 사형제도가 소개되고 있으며,인간의 우발적인 행동이 범죄로 이어질 때,그것의 판단의 주체인 검사, 변호사, 판사의 입장이 어떤지 파악할 수 있으며, 어떤 경우라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관용과 배려, 용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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