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 말에 품격을 더하는 언어 감수성 수업
홍승우 지음 / 웨일북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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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서는 말을 고르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로 인해 누군가에게는 재미없는 사람이라는 핀잔을 듣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시대가 변했을 때 부끄러운 낙인이 남지는 않을 것이다. (-7-)


'알잘딱깔센' 은 이러한 압박감이 낳은  신조어가 아닐까 싶다.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 즉 하나하아 가르쳐주지 않아도 잘 처리해 달라는 말로,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때 이들이 원하는 바가 그대로 반영된 표현이라 놀랐던 기억이 되다. "모던하면서도 클래식하게 디자인해 주세요." 와 같은 지시를 갑질이라 받아들이는 세대가 완벽함에 대한 바람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게 될 줄은 몰랐다. (-53-)


집 앞에 약국이 하나 있다.'애완동물 의약품'이라고 출력한 종이가 창문에 붙어 있는 곳이다.그 약국 앞을 지날 때면 늘 궁금증이 생긴다. 과연 반려동물과 사는 사람들이 이 약국을 찾을까?
실제로 반려견 두 마리와 살고 있는 나는 그 약국을 가지 않는다. 애완동물이라는 표현 때문이다. 애완견, 애완동물의 '완'은 '희롱할 완'을 사용해서 반려견, 반려동물로 대체하자는 캠페인이 진행된 지 오래이다. (-106-)


하지만 그의 지적은 틀리지 않았다. 우리는 종종 단어가 가지는 무게를 잊는다. 특히 신조어는 대부분 계획이나 의도 없이 생성된다. 결정장애 역시 장애인을 비하하려 만든 단어는 아니었을 것이다. 우리 또한 유행하는 단어라는 이유로 그대로 받아썼을 뿐, 그들이 이 단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각하는 시간을 갖지 않았다. (-123-)


"한국인이 중국인을 비하할 때 종종 사용하는 '짱깨' 혹은 '짱개'는 바로 지배인을 뜻하는 '장궤'에서 유래된 것이다. 주단포목상점의 종업원들이 지배인을 중국어로 '장궁'라고 부르는 것을 조선인이 듣고'짱깨'로 와전된 것이 아닐까 한다.또 짱깨와 함께 중국인을 비하하는 말로 사용되는 '짱꼴라'는 일본어로 '장코로' 에서 온 속어이다. 일본이 대만을 식민통치할 때 한족 중국인을 비하하는 속어로 '장코로'라 불렀는데 일본인에 의해 조선에도 전해져서 조선인이 발음하기 편한'짱꼴라' 로 변형된 것이다. (-143-)


사과를 잘하는 요령은 의외로 간단하다. 바로 깔끔한 인정이다. 대개의 문제 상황엔 설명하기 어려운 잘잘못이 섞여 있기 마련이다. 사과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타인이 쉽게 짐작할 수 없는 자신의 사정을 알려주고 싶을 수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과문은 자신의 잘못을 언급하면서도 ,이와 함께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일임을 구구절절 설명한다.
하지만 전현무는 달랐다. 어떠한 변명도 없이 깔끔하게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사람들은 '어쩌다 잘못하게 됐느냐'를 묻는 것이 아니다. 이는 잘못을 저지른 자가 알려줄 정보가 아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잘못을 인정하느냐'의 여부이다. (-207-)


말실수는 피할 수 없다. 미디어와 공생하면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미디어는 생존도구다.바꿔 말하자면 말은 도구이자 수단이자 격이다. 그로 인해 미디어의 영향을 강하게 받게 되고, 신조어를 쓰자니, 말실수를 하게 되고, 신조어를 쓰지 않자니,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말을 듣게 된다. 언어에 대해 생각하면서, 쓰자는 것은 말에 대한 책임과 묵레이다. 정치나 미디어 속에서, 나의 표현이 타자에게 나쁘게,불편하게 들리면, 그것응 생각하지 않은 언어로 비추어질 수 있다.그래서 항상 말은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써야 한다고 말한다. 


말이 가지는 책임을 알고 있으면서, 정확하게 쓰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에서 요구하는 것은 딱 이정도는 쓰지 말고 살자는 것이다. 설령 말 한마디 잘못 써서, 대중들에게 비판의 소지를 만든다면, 의도치  않은 인종차별적인 표현이 발생한다면, 그엥 대한 정확한 사과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어난 일에 대한 수습이 정확할 때,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막장, 승무원 전용 화장실,짱깨, 애완견,투머치토커, TMI,막장, 결정 장애...등등등 이 책에서 공론화되고 있는 단어들이다.그리고 우리는 이 단어를 흔하게 쓰면서 살아간다. 


즉 이런 단어들이 우리가 생각하지 않고 쓴다는 것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내가 아니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우리의 이기적인 생각과 발상이 스스로 어떤 문제의 근원이 될 수 있다. 내가 불편하면, 타인도 불편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다면, 웃기겠다는 의도로 누군가를 조롱하는 일은 줄어들게 된다. 


과거 공론화되어 ,뜨겁게 시끄러웠던 미디어 방송이 생각났다. 외국인과 한국인 사이의 설전, 그 방송에서, 출연한 한국인은 '루저'라는 표현을 써서 남자를 비난하는 표현, 발끈하게 하는 표현을 쓴 봐가 있다. 그것에 대해, 외국인은 불편한 시선을 감추지 못했고, 문제를 삼았지만, 정작 당사자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태도로 일관하게 된다. 방송이 끝난 뒤, 인터넷에서 그 여서으이 발언에 대해 캡쳐가 되어 이곳 저곳에 공유가 되었고, 사과 표명을 학레 되었지만, 상황은 회복되지 못했다. 의도치 않게 ,이 책에서 언급하는 '생각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의 표본이 되고 말았다. 우리가 서구 사회에 만연한 흑인 비하에 대해 문제시하면서, 정작 우리 스스로 그 비하에 대해 자유롭지 못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정확한 표현, 그리고 그 말이 상대방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는지 깨닫는 것, 상황에 따라서 ,미디어와 거리를 둔다면, 신조어에 집착하지 않고, 바른 말을 쓸 수 있게 될 것이다.책 속의 메시지를 꼽씹고 또 꼽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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