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나를 죽창으로 찔러 죽이기 전에
이용덕 지음, 김지영 옮김 / 시월이일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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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외주의자 排外主義者 들의 꿈이 이루어졌다.
특별 영주자 제도가 폐지되었다. 외국인에 대한 생활보호가 명백한 위법이 되었다. 공적 문서에서 통명을 쓰는 게 금지되었다. 헤이트 스피치 금지법 또한 폐지되었고, 고등학교 교과서에서도 '종군위안부' '강제연행'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사건'등의 내용이 사라졌다. (-13-)


'귀국 사업' 자체가 너무나고 어리석고, 타이밍이 나쁘고, 한없이 무모하고 나관적인 폭주, 집단적 동반자살일 뿐이라는 제 의견에는 변함이 없어요. 어리석어요. 그야말로 어리석음 뿐이에요. 그래도 그런 건 이미 이화 씨와 몇 번이나 메일로 대화했으니, 저도 그만 이쯤에서 설득은 포기하겠지만....그래도 전의를 상실해서 그저 도망치는, 한국에 가서 메어저리티 안에 녹아들고 싶은,소위 '보통 사람'이 되고 싶은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는 것만으로도 수확은 있었어요. 또 혹시....." (-93-)


정말로 나는 기지마 나리토시를 죽일 수 있을까?
매주 하루나 이틀, 날을 정해 만난다. 의무적으로 반드시 만난다.그리고 이야기를 듣는다. 오로지 듣기만 한다. 시간은 두 시간을 넘기지 않도록 한다.상대의 집에는 아무리 초대받아도 가지 않는다 (본가니까 갈 수 없다).다이치의 집에도 당연히 들이지 않는다.식사 비용은 반드시 다이치가 낸다. 택시로 집 근처까지 반드시 바래다준다. 이야기를 들은 바로는, 적어도 매스컴 등이 정보를 캐낼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그에게 한번도 출신의 선조는 없는 것 같았다. (-197-)


인본인이란 무엇인가. 그걸 파헤치려면 혼란이 발생합니다.순수주의는 어디까지나 망상이고, 예를 들면 우리들이 일사에서 사용하는 한자만 해도 중국에서 전해진 것이며, 당신들의 한반도를 경유한 것이니까요. 어쩌면 제게도 1000년전에 한반도에서 건너온 선조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근원을 묻는 것은 샘물을 떠서 이 물이 어디에서 왔는지 묻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입니다. 우리가 믿는 일본의 미란, 그런 아욕과 자기현시의 정신과는 무척 거리가 먼 것입니다. (-247-)


"생물학적으로는 당연히, 인간 남자는 강하고, 여자는 남자의 비호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남자의 바람기는 조의 번식을 위해서는 필수적이고, 여자의 바람기는 종의 존속 질서를 어지럽힙니다. 이런 당연한 사실을 지상과 방송에서는 언급하지 않고, 학회에서는 쉬쉬하고 있어요.이상해요. 이 세상은." (-349-)


그 모든 것이, 어쩌면 자신도 마야 씨를 죽인 축에 속할지도 모른다고 , 혹은 죽이고 싶어서 근질대던 마음이 사건으로 인해 폭로되었다고 느끼는, 그래서 죄의식과 현실감을 지우기 위해서 뭐든 이용하려는 대중의 방어기제예요.우리는 잘못이 없다. 잘못한 건, 원인이 죌 씨앗을 먼저 뿌린 건 너희들이다,너도 잘못한 거다. 싫으면 나가라. 살해당한 것도 자업자득, 우리들이 하는 차별에는 확실하게 이유가 있다....견디기 어려운 현실에 직면하면 뇌는 도피수단으로써 다른 인격을 형성한다고 하는데, 도저히 현실을 직시할 수 없는 대중 역시 스스로의 죄의식과 차별 의식에서 도망치고 싶어서, 그게 정상이라고 믿지도 않으면서 다른 인격을 마련하는 거겠죠." (-411-)


소설 <당신이 나를 죽창으로 찔러 죽이기 전에>는 책 제목만 놓고 본다면, 1980년대 운동권 가요로 알려진 안치환이 부른 가요 '죽창가'를 연상하게 된다. 운동권들의 결집과 연대의식을 고취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그 노래는 그들을 연대하는 구심점이 다. 하지만 이 책은 그 노래와 무관하다. 이 소설은 혐한 한류, 한한 한국인에 대한 일본인의 시선을 소설로 엮어 놓았고, 소설가 이용덕은 재일 한국인 3세이며, 재일한국인의 분노와 슬픔이 소설 <당신이 나를 죽창으로 찔러 죽이기 전에>의 근원이다. 소설은 일제강점기 이후 지금까지 이어져온 조선과 일본의 갈등,그 바닥에 있는 각 나라의 내셔널리즘이 숨어 있다. 혐오와 차별은 바로 그 내셔널리즘에 두 나라의 순수함에 대한 집착에서 시작한다. 즉 한반도의 한민족에 대한 의식이 한국인에게 있는 것처럼 일본 또한 단일민족에 대한 의식의 그들의 민족성을 탄생시키고 있다. 과거에 대한 역사적인 죄의식이 없는 건,그들이 대중들에게 반성을 위한 도구와 수단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 어떤 사건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 물타기하게 되고,  혐한의 근원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인의 근본 의식과 정체성과 일본인의 정체성 두가지를 가지고 있는 이들은 일본에 한국인을 상대로 한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스스로 눈치껏 처신하려고 애를 쓰게 된다. 즉 그들 스스로 일보네서 살아가는 재일 한국인으로서 자영업자로 생존하기 위해, 일본사회에 우호적임 모습을 내세우지만 잘 먹혀들지 않고 있다.


즉 이 소설에 등장하고 있는 여섯 청년들은 각지의 힘듦과 어려움이 있다. 주인공 가시와기 다이치, 박이화(야마다 리카), 양서명(스기야마 노리아키),기지마 나리토시,윤신(다우치 마코토), 김태수(기무라 야스모리)가 살아가는 과정들을 보면, 일본에도 정착하지 못한 채, 한국에서 살아가는 것은 언감생심에 가깝다.그 과정에서 일본의 혐한이 어떤 살인사건의 원인이 되지만, 언론은 그걸 크게 부각시키지 않고 있다. 가해자를 옹호하고, 피해자가 그 원인의 제공자가 되어 버린 현실 속에서 여섯 청년들은 그 일본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어떤 계획적인 일을 만들고자 한다. 소설은 우리 사회 뿐만 아니라 일본 사회의 현주소와 민낯을 엿볼 수 있으며, 친일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한국이 있는 것처럼 일본 또한 혐한이 먹혀들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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