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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별초 三別抄
이동연 지음 / 창해 / 2021년 8월
평점 :





영특한 원종은 임연을 시켜 김준을 제거했다. 이로써 친몽파가 확실하게 항몽파 위에 섰다. 그 후 원종은 노골적으로 개경환도를 추진했다. 궁지에 몰린 항몽파는 원종을 폐위시켰지만 시울어진 대세를 어쩌지 못했다. 세계 대제국 몽골의 후원을 받는 원종을 복위시켜야 했다.
복위 후 몽골에 갔던 원종은 귀국해 강도에 들어오지 않고 개경에 머물더니 출륙환도까지 명했다.(-16-)
염주알만 굴리던 주지가 입을 열었다.
"좋은 새는 나무를 가려 깃든다고 했지만, 현명한 불자는 죽을 자리를 골라 마치는 법이오. 소승도 오래전부터 최충헌을 황천길로 보내길 원했소. 잘되나 못되나 공덕을 쌓는 일입니다. 설령 그릇되어도 내가 선택한 죽음의 자리이니 여한이 있겠소?" (-44-)
"문신들이란 말을 만들어 먹고 사는 놈들입니다. 말로 해서는 절대 해결 안 됩니다. 전체를 불러 놓고 천도 얘기를 꺼내면 반드시 한두 놈이 제 성질을 못 이겨 게거품을 물로 반대할 것입니다. 그놈들만 공개 처형하면 됩니다."(-109-)
지난 30년 내내 몽골은 고려 수군에 막혀 강화도를 정복하지 못하고 대륙의 백성들만 괴롭혔다. 초기에 홍복원의 안내로 황해도와 강원도 일대를 훑고 다녔고, 후기에 홍복원의 손자 홍다구를 길잡이 삼아 남부까지 잿더미로 만들었다. (-168-)
삼별초가 강화도에 사는 사람들에게 이주를 준비하라고 알릴 때 백련사 등 사찰은 제외했다. 굳이 승려들까지 삼별초를 따라갈 필요가 없었다. 삼별초가 떠나면 강화도는 더 이상 공격 대상이 아니다. 설령 몽골군과 개경 관군이 온다 해도 사찰까지 핍박하지 않을 것이다. 김통정은 따로 혜성에게 출도 날짜를 알려주지 않았다. (-212-)
삼별초가 고려 황조로 자처하며 일본은 물론 남송고도 동맹을 시도한다는 소식을 접한 원종이 즉시 원 세조에게 알렸다. 그때 세조는 진도에서 돌아온 홀도답아에게 배중손이 제시한 내부조건을 듣고 있었다.
"이것봐라? 삼별초가 일본 남송과 내통하려 하면서 전라도를 잘라고 하다니....우리가 지연술책에 속고 있다. 삼별초 대응 전략을 다시 세우라."
그동안 삼별초에 강공책과 회유책을 모두 써보았지만 실패했다. (-292-)
삼별초 정벌을 결정한 원 세조는 정월부터 원종에게 곰 가죽을 보내라고 닦달했다. 원종은 지방 수령들을 닦달해 전국의 포수가 눈 덮인 산과 들을 뒤지고 다녔다.
2월 보름에 홍다구가 원나라에서 돌아와 다루가치 이익을 대동하고 원종을 찾았다.
"원나라 황제께서 귀국의 바람대로 군대를 출동시키기로 했으니 귀국도 군사 6천을 동원하시오." (-360-)
소설 삼별초는 고려 제24대 왕(재위 1260∼1274) 원종 재임 시절 대몽 항쟁의 구심점이었던 김통정 장수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백제 출신이면서, 여몽연합군에 맞서 싸웠던 김통정, 그리고 진도 출신 삼별초 지도자 배중손이 등장하고 있으며, 강화도에서 진도로 도읍을 옮기면서, 여몽 연합군에 대항하게 된다. 원나라의 고려 간섭기였던 그 시절의 우리의 모습을 엿볼 수 있으며, 고려 무신 정권의 최고 권력자 최충헌 그리고 그의 아들 최우가 나오고 있다. 이 소설은 개경 환도 이후, 고려의 현주소, 친몽정책을 썻던 원종과 항몽 정책을 세웠던 배중손의 활약상, 그리고 고려 승려들의 대몽항쟁의 역사적인 문화유적 팔만대장경이 있다. 또한 비구니 혜성은 김통정의 연인이면서, 달래라는 이름으로 개병하여, 삼별초에 합류하게 된다.
소설을 읽으면 13세기 고려의 현주소를 엿볼 수 있다. 남송과 원나라 간섭기, 고려와 원나라,일본의 외교적인 입장, 더 나아가 원종의 외교술을 보면, 지라학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었던 고려의 처세술을 엿볼 수 있으며,그 과정에서 고려 백성은 원나라가 요구하는 것을 들어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50년 가까운 시간동안 한반도의 역사의 주축이었던 고려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 24대 원종, 25대 충렬왕, 26대 충선왕, 27대 충숙왕, 28대 충혜왕, 29대 충목왕, 30대 충정왕,그리고 고려의 마지막 왕 31대 공민왕까지의 왕계보를 보면, 고려의 대몽항쟁이 역사의 큰 물줄기였음을 알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