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메별, 꽃과 별의 이름을 가진 아이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88
범유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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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정촌 어른들, 특히 열살 넘은 남자애가 있는 집 어른들은 누구나 아이에게 글을 가르치고 싶어한다. 하지만 백정촌 아이들은 갈 곳이 없다. 한천에서 다리 하나 건너면 있는 노촌에 언문을 가르치는 강습소가 있고, 걸어서 두 시간 거리의 읍에는 보통학교가 있다. 그러나 백정에게는 그 모든 것이 그림의 떡이다. 강습소에서도 학교에서도 백정의 입학을 거부했다.'백정의 아이들과는 함께 수업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10-)


오름 아저씨가 마을에 자리 잡았을 때부터 사람들은 광대를 바보라고 비웃었다. 광대가 굼뜨고 맨날 웃고 다니며 말도 잘 안 한다는 게 이유였다. 오름 아저씨가 일본에서 왔다는 걸 알게 된 후부터는 비웃음에 소문이 들러붙었다. 오름 아저씨가 일본에서 돈 많고 매독에 거린 일본 여자와 결혼해서 모자란 아이를 얻었다고, 여자가 죽고 유산을 받아 부자가 되었다는 소문이었다. (-49-)


"신흥청년회가 합류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거하고 예천의 다른 단체에게도 협력을 구하려고 저희가 진주에서 온 거지요. 7,8월 쯤에 큰 대회를 열어가지고 예천의 형평운동을 살려 볼라 캅니다. 근디 단체끼리 힘을 방치는 것이 쉽지가 않아가. 참, 다들 잘 살아 보자는 마음은 같은데 그 이익이 뭐라고 다 흩어져서 뭔 짓인가 싶네요." (-82-)


춘앵은 이상한 사람이었다. 백정촌에 왓허는 이마를 찌푸리지도 코를 막지도 않았다. 백정촌 사람들은 춘앵이 마을에 들어서자 힐끔거리며 경계하는 티를 숨기지 않았다. 그런데도 춘앵은 거침이 없었다. 두 사람에게 허리를 숙이는 춘앵의 모습에 백정촌에 새로운 소문이 퍼져 나갔다. 
"대송이는 한 번을 안 오더니 애먼 처녀가 왔네." (-111-)


"사람들은 알려 하지 않는단다. 기생들이 독립운동을 하고, 그 딸이 극단을 차리고 곳곳에서 언문을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아.나도 얼마나 듣고 자랐는지 모른다. 기생의 딸은 공부해 봤자 소용이 없다.기생의 딸은 그저 기생이 될 뿐이다. 하는 말들 말이야.그렇지만 보렴, 두메야.내가 이렇게 여기서 너를 가르치고 있잖나." (-120-)


조각이 나서 바닥에 떨어지는 편지를 보며 그 자리에 굳어 버렸다.설마 저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 왜 저렇게까지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배 안에서 뜨거운 것이 치솟아 올랐다. 이제껏 느껴 보지 못한 화였다.이걸 화라고 불러도 되는 것인가 싶게 배 안에서부터 머리끝까지 뜨거워졌다.


바다를 건너면 그곳에는 무엇이 있을까. 나는 눈을 감은 채 상상해 보려 했다. 그러나 무언가 멋진 것을 상상하려 할수록 떠오르는 것은 오직 까만 어둠뿐이었다. 바다 너머는 그저 검은 밤하늘 일 것만 같았다. 한 발을 디디면 발아래에 별이 더올라 길디긴 은하수의 다리를 만들어 어디까지고 걸어갈 수 있게 해 줄 것만 같은 상냥한 어둠,그 얻둠 속에 깜빡 잠기려던 때에 작은 속삭임이 파고들어 왔다. (-201-)


"저거 보이소! 저놈이 백정의 자식 주제에 양반집 자제인 듯 우는 놈이오.저놈이 지금 감히 예천의 농민을 대표하는 사람을 마구 대하려 하오!" 
그 외침이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던 폭탄을 터뜨렸다. 장외에서 있던 사람들은 저마다 앞다투어 고함을 질러댔다. 그중 몇몇은 장내로 뛰어들었다. (-213-)


100년전 조선사회는 신분 사회였다. 양반이 있고, 농민이 있으며, 백정이나 기생과 같은 천민신분도 있었다.노비, 승려, 무당, 광대, 상여꾼, 기생, 공장(대장장이), 백정 이들을 8천민이라 부르며, 사람의 구실을 못하도록 배제하였고, 신분으로 분리하였으며, 차별화하게 된다. 19세기 말엽, 조선 후기, 혼란한 조선시대의 정황상, 노비와 양인들이 양반으로 가는 신분 상승의 길이 본격젇그로 열리게 된다. 사농공상의 시대적인 변화 속에서, 언문을 깨우치고, 계몽사상이 전방위적으로 일어나면서,사회의 개혁이 조선 말엽 곳곳에 일어나게 되었다.갑오개혁 이후, 조선은 공식적으로 신분차별이 없는 사회였지만 백정은 여전히 고기를 도축하고, 파는 일을 하며 삶을 연명하게 된다.그 과정에서 천민 백정과 어울리기 싫은 부류들이 있었으니,그 상황을 이 소설에는 고스란히 , 백정의 딸 두메별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보통하교와 강습소에서 따로 따로 글공부를 공부하게 된다.


소위 섞이기 싫은 것이다. 제도와 법이 바뀌었지만, 그 시대의 사회상은 큰 변화가 없었다. 조서이 아닌 대한제국이라 부르던 시기다. 백정은 백정의 삶을 살아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 한동네에서 억측에 시달려야 하고, 몰매맞기 일쑤였다. 이 소설의 모티브가 되고 있는 1925년에 실제 있었던 예천 형평사 습격사건은 그 시대의 백정의 생존방식과 신분상승 욕구가 있다. 어디든지 뜻만 있으면, 언문을 익힐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것이며,그 혜택을 고스란히 두메별이 얻게 된다. 경성에 가고 싶었던 두메별, 신분 상승을 꿈꾸었던 두메별, 바다 너머 신세계를 꿈꾸던 두메별이 어떻게 하여, 자신의 상황을 극복해 나가는지 이해할 수 있으며, 그때 당시의 남존여비의 현실 속에서 백정의 딸 두메별이 억압과 차별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 ,자신은 왜 두메별이고,오빠는 싣대송이어야 하는지,그 물음을 풀기위한 긴 여정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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