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순간에 꽃은 피듯이 - 요즘 너의 마음을 담은 꽃말 에세이
김은아 지음 / 새로운제안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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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선 비행기도 한 번 못 타본 내가 승무원이 되겠다는 것 자체가 뜨구름 같은 생각이기만 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꿈이라기보다 그 직업이 표상하는 번지르르한 이미지를 욕망하는, 부풀 대로 부푼 비눗방울에 가까웠다. 말쑥한 유니폼, 세계 여행, 호화로운 호텔 같은 것을 상상하면 공중에 붕 떠 있는 듯한 황홀감에 빠져들곤 했으니까. 그 상상의 모습에는 두 발로 기내 통로를 다다다다 걸어다니는 일의 실체는 없었다. (-18-)


미팅룸을 쓰는 사람과 치우는 사람
정규직과 임시직
중요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목소리가 커도 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27-)


그러다 잠이 오지 않은 밤 우연히 펼친 책의 문구 앞에서 한참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자크 라캉은 말했다.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 (-61-)


선인장

삶에 대한 갈증의 
온몸에 스며들 때

절망의 한복판에서
희망을 뿌리내리고
무수한 모래알만큼의 기다림에도
꿋꿋이 서 있는 선인장

투정하는 내게
가시가 따끔하게 물었다.
내 삶은 얼마나 간절하냐고. (-64-)


생급스럽게 날아온 해고 통보, 그에게 그건 달랑 날아온 낱장의 통지문처럼 가볍고 간단하지 않았다.그의 40대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이기에 '억' 소리 나는 위로금으로도 합의될 수 없는, 그 자리에서 갈기갈기 찢어 던져버릴 수 없는 모욕이었다. 명색이 그로벌 회사 CEO 였지만 10년 가까이 운전기사 없이 손수 전국을 돌며 판매원들을 찾아갔던 그에게는, 평일, 주말과 밤낮 구분 없이 사무실에서 일을 펼치며 덩달아 자신의 인생도 펼치던 그에게는, 사비를 써가며 힘든 직원을 챙기고 쉬쉬하라 했던 그에게는. (-107-)


연꽃

진흙 속 곱다란 얼굴
물들지 않는 너는
고귀하구나

수도승처럼
올곧이 앉아 
무엇을 바라보며 사니 (-188-)


"네 ,앍렜습니다." 하며 고개를 끄덕일 때 "네, 네 , 하며 비위만 잘 맞추면 되는 피곤한 하루겠구나' 하고 체념 섞인 생각이 그쳤다.
얼마전 작은 사건이 있었기에 그의 부탁이 달갑지만 않았다. (-189-)


다육이

흔들렸던 마음이
푸른 시간 속에
새로이 뿌리내리고

멈춘 일상에 돋는
연둣빛 하루

잎을 메운 희망
꽃을 피우는 배짱

두둑하다 두둑해. (-248-)


꽃다운 이십대, 사회생활을 하였던 저자는, 네번의 퇴사를 선택하게 된다. 사회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서, 사람에 치이고, 돈과 시장이 보여주는 잔인함에 스스로 정신적으로,마음적으로 망가지고 있다는 걸 스스로 깨닫고 말았다. 한 사람의 열정과 노력,정성과 치열함이 돈으로 대체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회의감마저 들게 되었고, 거기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아둥 바둥하게 된다. 선택과 결정, 몰입과 집중이 필료한 시기가 찾아오게 된다. 결국 자신이 머물렀던 장소와 시간의 족쇄에 스스로 벗어나 새로운 길을 걸어가게 된다. 나만의 인생, 나만의 시간, 나를 위한 애씀,그것이 밀알이 되어, 누군가의 도구로 전락되는 것을 거부하게 되었고, 자신을 위로하는 꽃과 가까이하게 된다. 즉 이 책은 저자의 선택과 결정에 대한 결과물인 셈이다. 이 책은 위로의 에세이며, 치유의 에세이다. 보는 것을 넘어서서, 느끼고, 생각하게 만드는 , 아름다운 삶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상기시키고 있었다. 자연이 가져다 주는 요묘한 신비로움, 인간이 만든 인공적인 개념들이 결코 넘어설 수 없는 지혜로움들이 새로운 발자욱을 남길 수 있으며, 내 삶은 온전히 내 것이어야 한다는 당연한 진리에 접근할 수 있다. 나답게 살아가고,나를 위해 살아가며, 세상의 파괴적인 보편성에 대해서 거부하는 것, 충분히 나를 위해 살아갈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는 한 권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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