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장 일기 - 바닷가 시골 마을 수녀들의 폭소만발 닭장 드라마
최명순 필립네리 지음 / 라온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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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를 뿌려주자 밖으로 나갔던 닭들이 우르르 안으로 들어왔다. 수탉 두 마리와 암탉 스물 두 마리이다. 수탉은 대장과 서열 두 번 째 닭이다. 서열 1번의 회색 닭은 무력으로 2번 닭을 쪽도 못 쓰게 하고 구박이 심했다. 2번 닭이 암탉과 짝짓기를 하려 하면 가차 없이 쪼고 물고 못되게 굴었다. 그 꼴을 보면 내가 "야, 물러나지만 말고 '도전','도전'을 해" 하면서 늘 응원을 했다. (-18-)


나는 아직도 죽은 닭을 만지는것을 두려워한다. 어제도 중병아리가 한 마리 죽어 헤르만 수녀님에게 닭이 죽었다고 전화를 했다. 그랬더니 수녀님은 나에게 빈 통에다가 넣어두란다. 내가 징징거리는 목소리로 "그럴 것 같으면 전화를 아예 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했더니 다니엘 수녀님이 올라왔다. 수녀님은 죽은 중병아리를 감나무 아래에 묻어주었다. (-81-)


얼마전에 족제비가 또 들어와서 횃대에 올라가지 못하는 백봉이 두 마리와 아픈 닭 청계와 중간 닭 한 마리를 죽였다. 백봉이는 어떻게 가져갔는지 흔적도 없다. 이제 백봉이는 네 마리 뿐이었다. 그중 한 마리는 혼자서 횃대에 올라가서 잤는데 , 제 동료들이 죽어 나가자 제가 동료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책임감인지 밤마다 마당 한가운데에서 똘똘 뭉쳐 있다.며칠 동안은 훈련을 시켰더니 잠자리를 닭장 안으로 스스로 옮길 줄 알았는데, 두마리가 족제비에게 당하는 것을 목격하고 두려움 때문에 그 자리에서 자기를 싫어한다. 그래서 우리는 밤마다 백봉이를 밥아서 횃대에 올려주고 내려온다. (-158-)


가을 무렵 매일 닭을 풀밭에 풀어놓아 마음껏 풀을 뜯어 먹ㄹ을 수 있도록 자유를 줄 때 보다 닭들은 살이 빠지고 날씬해졌다. 닭들고 추위를 견디는 것이 어려운 듯하다. 너무 살이 쩌서 뒤뚱거리며 걷던 귀여운 녀석들이 눈에 띄게 홀쭉해졌다. 그러다가 오늘 처음으로 닭장 물이 얼지 않아 물을 끓여 가지 않아도 되었다. 작년 5월부터 우리 암탉들이 부화시킨 병아리들이 다 커서 그들이 알을 낳으니 요즈음은 알을 평균 열다섯 개 이상 낳는다. (-217-)


바닷가 시골 마을 수녀들의 폭소만발 닭장 드라마 <닭장 일기>는 진동 요셉의 집에서 키우는 닭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기록하고 있었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에 소재하고 있는 요셉의 집이며, 집에서 키우는 닭은 방목형 닭이다. 매일 매일 닭이 주는 알토란 같은 유정란이 있었고,그것이 그들의 삶의 소소한 행복이 된다. 공장식 알을 낳는 닭장이 아닌, 소소한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가톨릭 천주교 요셉의 집에서 키우는 닭은 수녀들에게 삶의 기쁨이자 은총이다. 그것은 이 책의 닭장 일기의 요점이며, 시골에서 닭을 키워보지 못한 이들에게 하나의 추억담이 될 수 있다.


사실 내가 사는 곳도 진동면과 다르지 않다. 한 지역에서 닭과 돼지와 소를 키우다 보니, 어느 집을 지나갈 때, 느끼는 냄새에 따라서, 그 집에 어떤 종의 가축이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소의 경우 사료나 건초를 먹기 때문에, 똥 냄새가 지독하지 않다. 돼지도 냄새가 나는 종이지만,어느정도 견딜 수 있는 냄새다.하지만 닭은 아니다. 닭을 키우는 곳을 지나가면, 자연스럽게 코를 막게 된다. 말하지 않아도 이 동네에는 닭을 키우는 거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그런 일상을 365일 겪어야 하는 수녀의 일상을 본다면, 거의 다 죽어가는 닭과 병아리의 항문의 똥을 2시간 이상 닦아낸다는 것이 얼마나 고충스러운 일인지 해보지 못한 이들은 알수 없다. 또한 방목형으로 키우기 때문에 조류 독감 우려는 적지만, 숲이나 시골에 흔히 있는 족제비의 습격을 받을 수 있고, 날짐승의 공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그 하나하나 엿졸 수 있으며, 닭을 키워보지 못한 도시인들에게 이 책 속 닭장 일기는 신세계나 다름 없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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